• “우리는 자본주의의 전복을 원한다”
        2009년 05월 19일 04: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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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독일 시사지 <슈피겔> 온라인판에 실린 오스카 라퐁텐의 최근 인터뷰다. 잘 알려진 것처럼, 라퐁텐은 독일 사회민주당에서 40여 년간 활동하고 총리 후보와 당수까지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다. 하지만 사회민주당 소속 슈뢰더 전 총리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및 발칸 파병에 반대해서 당을 떠났다.

    그 후 그는 동독 지역의 민주사회주의당과 서독 지역의 사회민주당 탈당파가 힘을 합쳐 새로 만든 좌파 정당 ‘좌파당’(Die Linke)에 합류하여 그레고르 기지와 함께 그 얼굴 역할을 맡았다. 현재는 좌파당 당수를 맡고 있다. – 역자 주

       
      ▲ 오스카 라퐁텐

    슈피겔 온라인(이하 슈): 라퐁텐 씨, 독일은 지금 계급투쟁에 휩싸여 있습니까?

    오스카 라퐁텐(이하 라): 그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억만장자 워렌 버핏이 좌파당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답변했어요. “이것은 계급투쟁이다, 그리고 우리 계급이 이기고 있다”고 말했죠. 저는 여기에다가 이렇게 덧붙이고 싶어요. 지난 수년간 잃기만 하던 계급이 이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있다고요.

    잃기만 하던 계급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 “지배 계급의 탐욕, 금전 욕, 이기심 그리고 무책임함”, “돈 더미에서 더 많은 돈을 뽑아내길 원하는” 부유층 운운 ― 당신네 당의 차기 총선 강령 초안은 맑스, 엥겔스의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당신은 정말 이런 센 구호들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나요?

    : 독일 대통령(호르스트 쾰러, 기독교민주연합 소속)은 “괴물”에 대해 말하고 있고, 프란츠 뮌터페링(사회민주당 당수)은 “포식자”와 “패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죠. [역자 주 – 미국발 금융 위기가 닥치자 사회민주당 정치인, 심지어는 기독교민주연합 소속 대통령까지 이런 용어들을 써서 금융 자본을 비난했다.] 우리도 이런 맥락에서 이 문제를 여론의 한 가운데에 제기하는 겁니다.

    : 원래 초안은 훨씬 더 조심스러웠는데요. 사실 너무 온건해서 귀 당 안의 좌파 동지들이 사회민주당의 물 탄 버전처럼 보인다고 비난하고 반발했지요. 귀 당 안의 온건파는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까?

    : 우린 초안을 계속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그러면서 몇몇 부분이 보다 선명해졌지요. 어느 정당이든 당 안의 서로 다른 분파들이 각기 다른 입장의 의견 문서들을 제출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에요. 저로서는 지난 40년간의 정당 생활을 통해 너무도 익숙해 있는 일이죠.

    : 초안에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말까지 집어넣었더군요.

    : 우리 당 집행위원 중에서, 임기 4년만에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순진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민주당도 민주적 사회주의를 이야기하려 드는 판이니 좌파당이 이 말을 쓰는 것도 당연히 용서받을 수 있겠죠? (웃음)

       
      ▲ 사라 바겐크네히트

    : 당신의 좌파당 동지인 사라 바겐크네히트[역자 주 – 좌파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좌파당 안에서도 급진 좌파에 속한다]는 자본주의의 수선을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전복을 원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좌파당 전체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전복을 원합니다.

    자본주의의 전복은 경제 민주화를 통해

    :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 우리는 경제 질서를 바꿀 겁니다. 그 첫 출발은 국제 금융 시장의 규제죠. 우리가 처음으로 이 의제를 제기했을 때, 우리를 비판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금융 자본주의에 멍석을 깔아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금융 자본주의는 망했죠. 우리는 경제를 민주화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자기 기업 안에서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경우보다 더 커다란 결정권을 지녀야 해요.

    : 그렇게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나면 우린 뭘 기대할 수 있을까요?

    :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를 향유하는 그런 사회겠죠.

    : 당신은 우리 사회가 충분한 자유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정말 믿습니까?

    :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 하르츠 4[역자주 – 장기 실업자에게 매월 지급되는 복지 급여를 지칭. 슈뢰더 정부 시기에 당시 여당이던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주도로 만들어진 ‘하르츠 4 위원회’가 입안했기 때문에 이런 명칭으로 불린다. ‘하르츠 4 위원회’가 내놓은 제안의 핵심은 복지 급여 수준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데 있었으며, 따라서 ‘하르츠 4’는 신자유주의적인 복지 축소의 대명사로 불린다]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어요. 교육 제도는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고요. 이런 사회는 진정한 자유 사회가 아닙니다.

    : 귀 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명부는 당 내 극좌파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베를린 시 정부에서 활동하던 귀 당 소속 예산 전문가 칼 베흐셀베르크는 당신이 당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어떤 의견이십니까?

    : 후보 명부 결정은 당 내 다수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견은 항상 있게 마련이죠. 후보 명부로 말하면, 우리 당의 개혁주의 진영은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말하지만, 좌파는 오히려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고 합니다.

    : 하지만 노르트 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는 당 내 극좌파에 속한 후보들이 명부의 위 순번에 배정받았어요.

    :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떤 주당 조직에서는 당 내 좌파가, 후보들이 모두 당 내 우파로 채워졌다고 비판하고 있지요.

    : 그게 어디죠?

    : 저는 후보 명부가 우리 당 안의 의견 분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사회민주당, 녹색당과의 연정 구성 전제 조건

    : 하지만 귀 당 총선 강령 초안은 균형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 않더군요. 수많은 일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 중에는 하르츠 4를 폐지하겠다는 것도 있고, 퇴직 연령을 65세로 다시 낮추겠다는 것, 아프가니스탄의 독일군을 철수시키겠다는 것, 10 유로의 최저임금을 도입하며 연간 천억 유로에 상당하는 공공 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고집한다면, 좌파당은 다른 어느 당과도 연정을 구성할 수 없을 겁니다.

    : 우린 우리 당의 연정 참여 전제조건에 대해 항상 분명한 입장을 가져왔습니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두 당 모두 하르츠 4에 대한 입장을 크게 바꾸었지요. 비슷하게, 최저임금과 연금 문제에 대해서도 두 당은 일정한 입장 변화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다르죠.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아마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군을 철수시키고 나야만 그 때 되어서야 이성을 되찾을 겁니다.

       
      ▲ 좌파당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라퐁텐

    : 당신의 입장은 모두 극단적이고 완고한 요구들입니다. 하지만 정치에는 타협이 필요한 법이죠.

    : 우린 타협을 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당이든 특정한 쟁점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을 갖고 있죠. 예를 들면, 녹색당이 핵 발전을 결코 찬성할 수 없는 것처럼요.

    : 최근 당신은 최고 소득세율을 80%로까지 올리자고 제안했는데요. 정말 그러길 바라십니까?

    : 우리 당 총선 공약 초안에는 그게 안 들어가 있죠. 하지만 저는 오랫동안, 평균 임금의 20배 이상 소득자에 대해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어떤 사람도 숙련 노동자 임금의 20배 이상을 받아도 좋을 만큼 생산적일 수는 없는 법이죠.

    : 과거에 귀 당 여론조사 결과는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다름 아닌 1929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의 한 가운데에서 반자본주의 정당인 좌파당은 지지율 정체 혹은 지지 기반 상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시렵니까?

    : 좌파당이 더 강력해져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위기 시기에는 정부 측이 약간 득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자유민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요. 하지만 제가 장담하건대 기독교민주연합/자유민주당 연정은 새 의회에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 그래서요?

    : (보수파인) 기독교민주연합이 지난 총선에 비해 침체 상태에 빠져 있고 사회민주당이 지지를 상실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연정[역자주 – 현 메르켈 총리의 정부와 같은,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 사이의 좌우 대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요. 이게 바로 사회민주당 지도부가 구원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선거운동을 하는 시늉만 하고 있지요.

    : 당신은 한때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사회민주당의 전 당수 쿠르트 벡이 최저임금 도입을 추진하고 과거의 연금 제도를 복원하며 하르츠 4를 폐지하고 아프가니스탄의 독일군을 철수하려 한다면 곧바로 수상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요. [역자주 – 좌파당의 외곽 지지 아래 사회민주당-녹색당 연정을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 이러한 제안은 사회민주당의 현 총리 후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에게도 적용됩니까?

    : 물론이죠. 우리의 입장은 개인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내용에 관한 거예요. 만약 슈타인마이어 씨가 이런 입장에 동의한다면, 내일이라도 총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메르켈

    :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과거 동독 시기의 행적을 바탕으로 좌파당을 계속 평가하길 바라는데요. [역자 주 – 좌파당의 한 뿌리인 구 민주사회주의당은 동독의 지배정당이었던 사회주의통일당의 개혁파들이 만든 정당이다. 그래서 우파와 사회민주당 정치인들은 여전히 동독 문제를 끄집어내어 좌파당을 공격하곤 한다.]

    : 흥미로운 정신병 사례죠. 자기 자신의 잘못을 남들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메르켈 총리는 동독 시절 그녀 자신과 자기 당의 행적에 대해 다뤄야 합니다. 그녀는 동독의 관변 청년운동 조직에서 선동선전 담당자였어요. 이런 방식으로 그녀는 사회주의통일당의 예비 전투 부대에 속해 있었지요. [역자주 – 메르켈은 통일 독일 최초의 구 동독 출신 총리다.]

    : 여기서 쟁점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20년의 시점에서 동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입니다. 귀 당에서 이 문제가 분명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죠.

    : 좌파당의 전신들 중 하나인 민주사회주의당은 당대회 때마다 그리고 신문을 통해 동독과 당 사이의 관계라는 문제를 다뤘습니다. [역자 주 – 민주사회주의당을 주도한 구 동독 출신 사회주의자들은 동독 시절에 사회주의통일당 안팎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동독 체제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 공세일 뿐이다.] 오직 기독교민주연합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이 당은 사회주의통일당의 위성정당 두 개의 자산을 꿀꺽 삼키고도 자신들의 과거를 침묵의 장막으로 감싸고 있죠.

       
      ▲ 시위하는 좌파당 당원들

    : 동독은 법치와 거리가 먼 독재 체제였습니까?

    : 독일민주공화국[구 동독]은 법치에 기반한 국가가 아니었죠. 이게 훨씬 더 정확한 답변입니다.

    : 며칠 뒤면 독일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역자 주 – 독일은 대통령을 의회에서 선출한다.] 현 대통령 호르스트 쾰러[역자 주 – 기독교민주연합 소속 현 대통령, IMF 총재를 역임한 바 있다.]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사회민주당 후보인 게지네 슈반[역자 주 – 여성, 2004년부터 사회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있다.]이 2차 투표나 3차 투표에서 좌파당의 지지표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우린 이 문제에 대해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1차 투표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그 때 가서 논의할 것입니다.

    : 그렇다면 귀 당 대통령 후보인 페터 소단[역자 주 – 동독 출신의 저명한 연극 배우]이 좌파당에 어울리는 후보라고 보십니까?

    : 많은 언론 기사들이 그를 헐뜯는 방향에서 기사를 써댔지요. 우리는 여전히, 국제법을 위반하는 전쟁과 하르츠 4를 응징할 국가 최고위직 후보가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 당신은 자를란트 주지사[역자 주 – 자를란트는 라퐁텐의 정치적 고향이다. 라퐁텐은 1985년부터 1998년까지 13년간 자를란트 주지사를 역임한 바 있다.]가 되고 싶어 하는데요. 자를란트 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좌파당 지지율은 5% 빠져서 현재는 단지 18%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퐁텐 당수의 선거 승리 가능성이 적어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 그것과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있어요. 저는 우리 당이 자를란트 주에서 20% 이상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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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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