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랑채권' 사면 불법?
        2009년 05월 19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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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연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서청원 대표와 양정례, 김노식 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대법원이 각각 당선무효형을 내리면서 정당들의 주요 자금조달원으로 활용되어왔던 ‘당사랑채권’ 제도 자체가 대법원 판례에 의해 불법화될 위기에 처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공직선거법 제47조의2(정당의 후보자추천 관련 금품수수금지)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2월29일 신설된 이 조항은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 또는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제공을 받거나 그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이전까지 정계에 관행처럼 통용되었던 이른바 ‘공천헌금’의 수수를 막기 위한 내용이다.

    저금리 ‘당사랑채권’ 제도 불법화

    문제는 이번 친박연대 재판이나 현재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문국현 의원(창조한국당 대표) 재판에서 나타나듯이 정당의 비용조달을 위한 채권(일명 ‘당사랑채권’, 이하 당채) 발행이 이번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천적으로 불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채 제도는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인 1998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해 2002년과 2007년 대선에서는 민주노동당도 0% 금리의 당채를 발행해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당에서 비례대표 혹은 지역구에 공천을 받은 사람 혹은 받으려는 사람들이 공직선거법 제47조의 2를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낮은 이율의 당채를 절대로 구매하면 안 되고, 정당은 당채를 구입한 사람에게는 절대 공천을 주면 안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한 상대에게 저리의 자금을 빌려준 것도 일종의 금전적 이득이며 당채 매입자들로서도 사실상 상환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은 차입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며, 이 말은 신생 군소정당의 경우 당채 발행 자체가 불법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문국현과 서청원의 차이? 

    친박연대는 지난해 총선 당시 당의 공식 결의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이를 당의 공식계좌로 송금 받아 공식 선거자금으로 사용했으며, 이 돈을 개인적으로 자금을 수수하거나 착복한 부분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법원은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에게서 자금을 차입(당채 발행)한 것도 공천헌금이라고 판단, 법인격인 정당을 대표해 서청원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공천헌금이라는 동일 잣대로 문국현과 친박연대를 비교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는 창조한국당의 경우도 핵심쟁점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문국현 의원의 경우, 1심에서 문국현 개인에 대한 ‘공천헌금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1%의 낮은 이율로 당채를 발행한 것이 당에 재산상의 이득을 주었고, 이러한 재산상의 이득이 실질적으로 공천헌금이며 이에대한 법적인 책임은 당대표인 문 의원에게 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아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문 의원 측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당채 이자 1%가 시중 비보장성 금리와 차이가 나는 저리이므로 차이가 나는 만큼을 ‘재산상 이익’으로 간주하고, 이 ‘재산상 이익’의 수혜자격인 창조한국당이 공직선거법 제47조2의 1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시했으며, "당은 자연인이 아니기에 당 대표를 처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문 의원과 서청원 대표 사이에 다른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차이는, 문 의원이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당의 운영을 사무총장 등에게 전적으로 위임했기 때문에 당채 발행 등의 의사결정과정에 실질적으로 문 의원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 18일 아침 자택을 나서는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를 지지자들이 둘러싸고 있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오후 4시에 구치소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예정시간이 되도록 지지자들에 의해 당사에 반감금(?)상태에 처해있다가 저녁 늦게서야 서울구치소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친박연대)

    친박연대 "한나라당의 선거 괴자금도 즉각 수사하라"

    관련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14일 서청원 대표 등에 대한 판결문에서 "선거비용이 없어 선거를 제대로 치를지 불확실한 신생 정당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고, 차용증도 사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비용이 없어 선거를 제대로 치를지 불확실한 신생 정당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부분의 경우 총선 당시 여론조사 등에서 나타난 판세를 감안하면 친박연대보다 창조한국당에 더 부합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이 대법원 판례라는 이유로 문 의원 재판에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친박연대는 연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정치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박연대는 "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전후해 한나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이 특별당비 명목의 돈을 수수하고 차입금을 받았지만 친박연대와 같은 가혹한 처벌을 받은 정당은 어디에도 없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등의 차입금목록(비례대표 후보 등에 대한)을 공개했다.

    친박연대는 "만일 친박연대의 차입금이 위법이라면 한나라당 등 다른 정당의 차입금과 특별당비도 당연히 위법"이라며, "친박연대를 처벌하려면 다른 정당도 처벌해야 한다. 검찰은 이제라도 한나라당 등 다른 정당의 특별당비와 차입금을 낱낱이 수사해 관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친박연대는 특히 "우리당의 그 누구도 사적으로 돈을 받아 부정하게 쓴 사람이 없다"며, "서청원 대표의 재판기록에도 ‘친박연대가 정당공식 계좌를 통해 차입금을 받았고 이를 정당의 운영자금과 선거비용으로 사용했을 뿐 서 대표가 사적으로 취득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철 대법관, 친박연대 재판도 관여 의심"

    지난해 친박연대 차입금 사건 때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당의 공식계좌를 통해 송금했으며, 공천과 관련해 당직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자료가 없다’고 했지만 1심 재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유죄로 표변했는데, 그 1심 사건의 재판부를 관장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지금 재판개입으로 동료 판사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이었다는 것이다.

    친박연대는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서청원 대표 등에게 유죄를 선언한 판결문을 낭독한 장본인도 바로 신영철 대법관"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에 촛불사건재판 뿐만 아니라 우리 친박연대 사건에도 관여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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