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된 노조가 웬 탈퇴 선언?
    By 나난
        2009년 05월 15일 11: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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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12월 민주노총을 탈퇴한 현대건설 등 4개 건설사 노조가 1년 6개월이 지나 또다시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나서, 주변으로부터 ‘냄새가 나는 탈퇴 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일부 언론들은 현대건설 노조 탈퇴 관련 보도를 확인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계해주며 민주노총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냄새나는 탈퇴 쇼

    민주노총과 건설산업연맹은 15일 오전 4개 이들의 뜬금없는 탈퇴 선언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대국민 사기”라며 “민주노총 흠집내기를 위한 음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등은 “이들 건설사 노조는 규약위반, 의무금 축소납부, 미납,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 건설산업연맹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제명됐다”며 “탈퇴 운운할 자격이 없는 노조"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노조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합원들의 정서와 요구를 외면한 채 투쟁 만능주의로 변해 가고 있는 상급단체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앞으로 독립노조로서 운영한다”며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2007년 탈퇴선언 때도 같은 이유를 댄 바 있다.

    현대건설노조는 이어 “탈퇴에 참가한 건설산업연맹 소속 노조는 현대건설을 포함, 진흥기업, 한신공영, 현대산업개발 노조 등 전부 4개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산업연맹 측 확인 결과 이들은 2007년 해당 노조의 규약상의 조합원 총회 등의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 대표자가 독단적으로 건설산업연맹에 탈퇴 공문을 보내고, 그해 12월 별도의 ‘한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맹’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탈퇴 당시도 총회 절차 생략

    또한 노동조합의 기본 의무인 조합비 축소 및 납부 거부 등의 행위를 일삼아 건설산업연맹이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4개 노조가 불참함에 따라 건설산업연맹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지난해 1월 이들을 공식 제명 처리했다.

       
      ▲ 민주노총과 건설산업연맹은 15일 현대건설노조 외 3개노조 민주노총 탈퇴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이은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궁현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99년 사무직 중심의 건설사무노조와 일용직 중심의 건설노조, 플랜트건설노조가 통합된 이후 현대건설 등 몇 개 노조가 조직 운영에 상당히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현대건설 노조의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공사 현장의 경우 사무직과 일용직이 교섭 상대방 역할을 해야 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사무직 중심의 노조가 일용직과의 통합 노조 운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총의 투쟁 노선 등과는 전혀 무관한 이유로 탈퇴를 했음에도 이제 와서 뒤늦게 ‘정치적 배경’을 들이대며 탈퇴 이유를 대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라이트쪽과 연계" 시각도

    현대건설노조의 이 같은 ‘이상한 행동’에 대해 일부에서는 뉴라이트 계열 노조 움직임과 연관된 행동이라는 측면과 함께, 위원장 개인의 ‘정치적 야망’이 반영된 계산된 돌출행동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건설노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노조는 그 동안 무파업 선언 등 사용자 쪽에선 노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곳으로 이번 행동은 제3의 조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뉴라이트 쪽과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위원장의 개인적 동기가 많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노총이 범죄 집단이나 비도덕적 집단인 것처럼 매도해 조직을 와해, 무력화시키려는 공작이 자행되고 있다”며 “민주노조운동 정신을 잃은 일부 사업장을 부추겨 민주노총 내부가 민주노조운동을 스스로 포기하려고 하는 흐름인 양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뒤늦은 탈퇴 선언과 관련 “외부에서 탈퇴 소식을 모른 채 민주노총 소속으로 알고 있어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 뿐”이라며 “(배후)공작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향후 정부 쪽이나 경총, 대한건설협회 등과의 대화를 통해 건설 경기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뜻을 밝혔다.

    한편 현대건설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선언에 언론은 “성폭행과 투쟁일변도 노선 때문에 탈퇴행진은 계속될 것 같다”, “민노총은 당장 환골탈태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기조로 한 ‘민주노총 흔들기’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민주노총과 건설산업연맹은  “더욱 큰 문제는 상식 이하의 내용이 크게 강조돼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탈퇴 자격도 없는 노조가 탈퇴 선언을 했다는 식의 집단 오보 사태에 유감스럽다”며 정정 보도와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신청 및 모든 법적조치를 위해 오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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