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신좌파당 정체성 가져야
    양당, 생산적 경쟁과 공조 병행돼야
        2009년 05월 14일 10: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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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5일 국회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양당의 대표들과 사무총장급이 만나서 4.29 국회의원 재선거, 특히 울산북구 재선거가 확정되면 반드시 단일후보를 내겠다는 정치적 합의를 하면서 후보단일화의 긴 논의가 시작되었다.

       
      ▲ 정종권 부대표(사진=정종권 블로그)

    그리고 4월 26일 조승수 후보로 단일화 결정이 발표되고, 4월 29일 재선거 투표에서 조승수 단일후보가 당선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단일화를 통해서 일단 의미있는 성과를 낳은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기억들은 기억대로 되돌아보고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평가, 특히 과거에 대한 평가는 미래를 위한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비본질적인 것을 배제하고 울산북구 단일화 과정에서 엄밀하게 평가하고 짚어야 할 지점들을 요약하면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왜 서로 감정적, 이성적으로 날이 서는 갈등관계에 서 있었던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에 합의했는가. 둘째 후보단일화의 과정이 양측이 서로 가지고 있었던 과거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조금은 간극을 좁혀 가는 과정이었는가. 셋째 단일화가 4월 29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면 그 이후에 대한 고민과 계획은 무엇인가.

    1. 왜 단일화를 추진했는가

    많은 사람들, 특히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 속해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양당의 후보단일화에 회의적이었고 비판적이었다. 작년 2월 서로에 대해 적대적으로 대립하면서 갈라졌고, 그 이후에도 서로에 대해 날카롭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던 양당이 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낸다고 하는 것에 대해 감성적으로 수용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더욱이 양당의 일부 당원들은 상대 당을 진보정당이라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분위기도 있었다. 양 정당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근거가 있는 의견이다. 서로를 패권주의와 분열주의로 비판하고, 또 그것이 자기 정당성의 상당한 근거로 작용하는 당 내부적 상황에서는 근거가 있다.

    그러나 눈높이를 대중들의 시각에 맞춰 볼 때, 특히 진보정치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 민중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429 울산 재선거와 같은 보수정치와 백척간두의 대결을 벌이는 전장에서 진보 단일후보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였다. 울산의 단일화를 무수한 말과 글과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시대적 흐름과 대중적 요구였다는 점이다.

    물론 정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래서 정당 외부의 사람들이 아무리 거세게 요구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결정을 정당 스스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후보 단일화’라는 선거연합과 ‘양당의 통합’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여전히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서로 차이가 있고 색깔이 조금은 다른 진보정당으로서 ‘생산적 경쟁관계’에 있다. 또한 진보정당으로서 선거와 투쟁과 현안에 있어 ‘진보정당간의 공조와 연합’을 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선거와 당면 현안에 대한 공조와 연합을 모색하는 것은 양당의 정치적 필요도 있을 수 있고, 대중적 요구와 여론을 수렴하는 정치적 소통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양당의 통합, 혹은 새로운 진보정당으로의 통합적 흐름은 당위와 요구가 아니라 그것이 가능한 정치적, 합리적 조건을 형성하려는 진정성 있고 고단한 실천들이 쌓이고 누적되어야 가능하다.

    2. 단일화와 양당의 간극들

    2008년 3월 진보신당의 창당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서로의 차이와 간극을 확인하고 때로는 그것을 확대시켜온 과정이었다. 왜냐면 그럴 때만 자신의 정당성, 대중성을 확보하거나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당 내부의 갈등, 다툼과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래서 양당의 후보 단일화 과정은 이중적이고 양면적이다.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확인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획득하여 상대방에 대해 우위를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자기 정당만의 후보가 아니라 양당의 단일 후보이기에 차이와 다름이 아니라 서로의 동질성과 유사함을 공유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재선거의 승리를 위해 단일화 경선의 상대 후보를 제압하고 우위에 서는 것이 목표인 동시에 상대 정당, 후보와의 통합력을 만들어 한나라당을 제압하고 당선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이 양 면의 가치 중에서 무엇이 우선적인가? 이것이 본질이고 핵심이다. 단일화 경선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우선적 목표였다면 조승수와 진보신당이 승리자이고, 김창현과 민주노동당이 패배자이다. 단일화의 통합력을 형성하여 한나라당을 제압하고 진보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 목표였다면 조승수와 김창현,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모두가 승리자인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목표로 하였는가? 우리 스스로에게도 되돌아 자문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단일화 결과 이후 벌어졌던 일부 인사의 단일화를 부정하는 극단적인 발언과 이에 동조하는 당 내 흐름은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러기에 진보신당과 무관한 갈등과 분쟁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태도이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태도, 일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입장표명, 선거운동의 내용들, 인신공격성 발언과 홍보, 협상과정에서의 극단적인 대치와 태도들, 이러한 모습들 하나하나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것보다는 보다 상위의 가치를 중심으로 돌아보는 것이 그래서 필요하다.

    특히 진보신당은 단일화의 수혜자이기에 하나하나의 사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과 대승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 덧붙이면 진보신당은 신좌파(뉴레프트) 정당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종북주의’라는 화두는 대단히 강하고 자극성 있는 의제이지만 뉴레프트로서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본질이 될 수 없다.

    민주노총 당으로 한정되지 않는 노동자의 정당, 북한문제에서 합리적 이성적 태도를 가지면서 평화와 통일 지향의 정당, 녹색과 여성의 가치를 중심에 세우는 새 진보의 정당으로 진보신당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직 이러한 우리의 정체성을 과학적 대중적으로 정립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많은 부족함과 공백을 느낀다. 그러나 자극제로 살아갈 수는 없고, 또 살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번 울산 재선거에서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느꼈다.

    3. 단일화, 그 이후는…

    모든 정치적 사건이 여운과 사후적 효과를 낳듯이 양당의 후보 단일화는 4월 29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미치는 효과와 사후 의미를 짚어보고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묻는다. 10월 재보궐 선거는 어떻게 할 것이며, 2010년의 지방선거에서 양당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이 질문에 지금 현시점에서 간단하게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지방선거는 1인 2표 즉 정당 투표까지 연계되기에 변수가 더 많다. 재선거와 같이 관심이 집중되고 지역 선거가 아닌 전국 선거의 성격을 띠는 곳에서는 후보 단일화 등 선거연합을 위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물론 결론이 어떻게 될지는 별개다. 지방선거의 경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 등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고, 정당투표도 동시에 진행되기에 정치적 협의와 조정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적, 실무적 어려움이 아니라 이후 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양당이 무엇을 목표로 설정하느냐, 그리고 정세적 요구와 시대적 요구를 양당이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두 진보정당의 관계는 ‘생산적 경쟁관계’이다. 경쟁과 협력은 공존하는 양 측면이다. 울산에서는 협력으로, 전주 덕진과 인천 부평에서는 경쟁은 아니지만 서로 별개로 선거를 치렀다.

    아직 지방선거의 전체적인 선거전략, 특히 양당을 모두 포괄하는 전략을 언급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러나 적어도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양당이 상호경쟁하고 대립하는 것으로 대중들 앞에 나선다면 볼썽사나운 꼴이 되지 않을까’라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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