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사태 해결 나서라"
By 나난
    2009년 05월 14일 05: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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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데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 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 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노동가수 지민주 씨는 “노래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며 고 박종태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장이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 ‘민들레처럼’을 불렀다. 고개 숙인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연대 투쟁에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조용히 ‘민들레처럼’을 따라 불렀다.

   
  ▲ 민주노총과 열사 대책위원회가 14일 서울 금호그룹 본사 맞은편 역사박물관 앞에서 ‘고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금호자본 규탄 결의대회’를 가졌다(사진=이은영 기자)

지민주 씨는 “경산 일직테크 화물 동지들이 모두 수배돼 영남대 뒷산에 텐트치고 살 때 그 인간을 처음 봤다”며 “수염이 덥수룩해서 내가 사간 포도주를 마치 자기가 주는 것처럼 던져주며 고맙다고 했다”고 말하며 고 박종태 지회장과의 첫 만남을 회고했다.

그는 “당연히 경북지역 화물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광주지역 사람이었다. 지역에 관계없이 화물연대 투쟁만 있으면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머리띠 하나 묶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퍼줬던 박종태 동지”라며 “30원 때문에 돌아가시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고 박종태 지회장이 자결한 지 열흘이 지난 14일 민주노총과 열사 대책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 건너편 서울 역사박물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졌다.

운송료 30원 인상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 항의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78명의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노동자들은 회사 앞에서 집회라도 열라치면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연행되기 일쑤였다.

14일 ‘고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금호자본 규탄 결의대회’에서도 경찰은 역시나 택배노동자들의 주위를 에워쌌다. 하지만 한 가지, 외롭던 그들의 투쟁엔 수많은 화물연대 동지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함께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최항렬 화물연대 택배분회 조합원은 투쟁과정에서의 경찰의 폭력적 연행과 관련해 “40명이 안 되는 숫자를 수많은 경찰 병력으로 밀어붙여 연행하고, 천막을 치면 천막을 뜯어가면서도 연행했다”며 “한 평 남짓한 쉴만한 그늘을 만들기 위한 차양막 마저 뜯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60이 다 돼 가면서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자랑스러워 했고, 열심히 하면 그 대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대통령 한 명 잘 못 뽑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던져졌다”며 “더 이상 물러설 자리도 없다. 박종태 열사의 희생을 가슴에 안고 눈에 흙이 들어오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91개 계열사를 121개 계열사로 늘리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평균 500%를 넘었지만, 지난해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했다. 4조 원에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그룹은 1년 만에 3조 이상을 회수했고, 이 과정에서 살인적인 비용절감과 노동자에 대한 고통전가를 진행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금호그룹의 ‘아름다운 기업’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대한통운을 인수하자마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다시 특수고용노동자(지입차주)로 밀어냈다”며 “30원의 수수료 인상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름다운 기업’이냐”고 규탄했다.

김도환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은 고 박종태 지회장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은 “이명박 정권”이라며 “1%도 안 되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빈 곳간을 채우려고 노동자 민중을 쥐어짜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과 금호그룹을 향해 “30원에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78명의 동지들의 생존권을 잘랐다”며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 결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열사 대책위원회는 금호그룹이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음주부터 ▲금호아시아그룹 노조 대표자 회의 개최 및 대책마련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 1인 시위 및 촛불집회 등을 지속적으로 배치하고, 투쟁의 중심을 서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 ‘금호자본 규탄’, ‘해고자 원직복직’을 주장하는 참가자들.(사진=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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