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단결이 중요” vs “진보 실력부터”
        2009년 05월 13일 10:5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4.29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신당은 1석의 의석을 얻었고,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의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압했다. 선거 후 어느덧 보름, 진보진영은 이번 선거에 대해 어떠한 교훈을 얻고 있을까? 그리고 다가오는 10월 재보궐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를 돌파하기 위한 어떤 방안을 갖고 있을까?

    13일 오후 2시 부터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통과 혁신 연구소(소장 정성희) 주최, ‘4.29 재보선 평가와 진보정치의 과제’ 토론회는 이와 같은 주제로 약 3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토론회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의 발제로, 마화용 민주노총 진보정치통합추진위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참석했고, 양 당 대표로 민주노동당 오병윤 사무총장과 진보신당 정종권 부대표가 참석했다.

       
      ▲토론회 모습(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토론회 주제가 주제인 만큼, 역시 최대 화두는 ‘울산북구’였다. 참석자들은 울산북구에서의 진보진영 후보단일화가 성공했고, 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었음을 하나같이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지점에서 가리킨 손가락의 방향이 달랐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 마화용 통추위원, 하승창 운영위원장 등은 이번 선거가 진보진영에 “통합-단결”의 과제를 남겼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종권 부대표와 오병윤 사무총장, 박석운 대표 등은 “진보적 내용의 완성”에 비교적 무게를 두었다.

    김민웅 교수는 “울산북구 단일화를 통해 이루어낸 성과가 진보진영 전체의 결속으로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가 과제”라며 “이명박 정권의 난폭한 질주를 막기 위한 ‘연대와 결속’이라는 화두가 절실한 목표로 의식되지 않는 한 진보진영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민심의 바다는 출렁거리는데 조각배를 들고 나가면 백전백패”라며 “민심은 거대한 배에 승선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진보진영은 작은 차이에 천착하며 조각배를 몰고 나가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통추위원, "울산 계기, 2010 진보정치 대약진해야"

    마화용 통추위원은 “촛불정국 이후 구심점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현재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며 “노동자-서민이 대단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울산의 계기를 2010년 진보정치의 대약진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의 경우 울산북구처럼 확실히 당선 가능한 지역이 없기 때문에, 양 당이 후보를 동시에 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으로서는 배타적 지지 방침을 가지고 있지만 (진보양당의)통합도 내걸고 있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하승창 운영위원장은 “유권자 메시지는 ‘당을 합치든 연합을 하든 하라’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가 그 어느 세력도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긴 했지만 모두 함께 연대하거나 연합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대표는 이날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진보진영의 ‘실력 향상’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다음 선거에서 필승을 하려 할테고 민주당도 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 진보정치는 국물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우선적인 목표는 진보정치가 메이저로 올라가는 것이며, 최소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선이 가능한 마이너까지는 가야 한다”며 “울산의 경우 민주노동당의 가장 큰 실패는 북구청장-동구청장이 실력 발휘를 못한 것으로, 기초 단체장이라도 맡았으면 보수정치와 다른 무엇인가 보여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병윤 사무총장은 “단일화는 필연적 요구로 이에 복무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남의 승리를 통해 “정우태 후보는 오직 농민과 싸우고 투쟁하던 사람으로, 민주당은 ‘정치꾼’이 나왔는데 농민들은 농민을 대변할 후보를 밀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흥에서는 농민후보를 통한 계급투표를 이루어냈고, 민주노총 전남본부가 사활을 다해 연대활동을 하는 등 철저한 노-농 연대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울산에서는 이를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반성을 한다”며 “울산의 단일화는 ‘반한나라당’이었지, 진보정치 근거를 만드는 단일화로는 부족했다”고 자평했다.

    정종권, "울산에서 전주 인천으로 나갔어야"

    정종권 부대표는 “대중들의 분노와 열망을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는 유능한 진보정치의 상을 정립하고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못할 때 대중들은 다른 선택을 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아간다는 점을 철저히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의 교훈과 2010년 대안을)양당의 갈등이나 통합의 문제로 가져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4.29 울산북구 재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협상테이블의 핵심관계자였던 오병윤 사무총장, 정종권 부대표가 이번 단일화 과정과 분당에 대한 비판적 감정을 털어놓아 관심을 모았다.

    오 사무총장은 “(양 당이)종북주의와 패권으로 분열되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조승수 의원이 민주노동당을 종북으로 매도한 것을 사과 안하면 용납할 수 없다는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서도)조 의원에 대한 문제가 있고 공격할 수밖에 없다”며 “(조 의원을)공격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 사무총장은 “조 의원 때문에 단결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실제 협상에 임한 것도 그러한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종권 부대표는 “조 의원 개인에 대한 천착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으로, 이번 재선거에서 종북주의 발언이 진보신당과 조승수 입에서 나간 적이 없음에도,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후보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다”며 “조 의원은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득표율이 높기 때문에 후보가 된 것으로, 이를 존중하면서 경쟁하지 않는 것은 어려움과 난관들을 합리적으로 풀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아쉬운 것은 단일화 합의 후 전주와 인천의 후보를 양당이 서로 지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논의가 이어졌다면 울산북구나 광주-장흥의 성과가 다른 지역에서의 선례가 되고 한 발 진전할 수 있는 성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