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잘못 뽑은 프랑스인들 '개고생'
이번엔 의료진 2만여명 거리로 쏟아져
    2009년 05월 14일 0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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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늘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나는 기념 축하연을 싫어한다.”고. 그래서 이번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이하는 날 신문 칼럼들은 대통령의 이 말을 인용하며 모두들 한마디씩 보탰다. “잘됐네. 우리도 축하해 줄 마음이 없는데..”

"우리도 축하해 줄 마음이 없다네"

2007년 5월 6일 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2년이 지난 오늘, 65%의 프랑스인들이 실망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오직 24%만이 여전히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역대 대통령의 2년 후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76년 데스탕 대통령이 42%, 83년 미테랑 대통령이 50%였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응답은 사르코지 정부가 스스로 숙고해야 할 지점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전에 없이 87%이라는 높은 선거 참가율을 속에서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이 아닌가.

   
  ▲병원을 방문 중인 사르코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2년 동안 ‘삽질본능’으로 온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2년 동안 ‘사유화본능’으로 온 프랑스 시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삽질본능과 사유화본능

취임하자마자, 전기공사, 가스 공사의 사유화를 결정했고 이 후 우체국, 철도청의 사유화를 진행 중이며 이제는 대학과 병원의 사유화를 단행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공공서비스 강화’라는 명목으로 공영방송국에 대한 정부의 예속력은 더욱 강하게 만들 법안을 통과시켜 언론 통제까지 넘보고 있다.

무상교육과 연구를 목표로 하는 대학이 경쟁과 경영을 기반으로 하는 사르코지의 대학 개혁법에 맞서 문을 닫은 지 6개월째이다. 정상 수업은 불가능하며 학생들은 학교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고 교수들은 파업 중이다.

급한 수업들은 학교 앞 카페에서 진행되는 파행이 이제는 익숙하게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병원마저도 사유화시키려는 움직임에 의사, 간호사 및 모든 의료 관계자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에서 병원과 이에 속한 의사는 국가의 것이고, 공공을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며, 연구가 보장되고 공공서비스를 덕목으로 삼았다. 물론 좀 더 많은 수입을 원하거나 혹은 다른 동기가 있는 의사들은 개인 클리닉을 개업하면 되지만, 적어도 병원은 만인의 것이며 모든 이들에게 의료 혜택의 기회가 돌아갔다.

(이는 프랑스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28세 이상인데도 일정한 수입이 없어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나는 기본 치과치료와 일 년에 한 번의 종합 검진, 한 개의 안경을 포함한 진료비, 처방전을 받는 모든 약까지 무료이다. 심지어 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수술비와 병원 밥까지 공짜로 먹고 나왔다.)

   
  ▲거리로 나선 의료인들.(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프랑스가 세계 초일류 중의 하나라고 자랑하는 의료 서비스는 비단 파스퇴르 연구소, 퀴리 연구소 등의 맥을 잇는 의료 연구와 기술에 국한된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1662년 루이 14세 때 제정된 ‘가난한 이와 고아들을 위한 병원 설립 법’의 전통에서도 기인한다.

이 법은 1941년 12월 21일 비시 정권하에서도 병원은 ‘건강과 사회를 위한 기관’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법으로 다시 확정되었으며 1986년 1월 6일 다시 ‘의료의 목적은 환자와 부상자, 치료가 필요한 모든 이들의 치료가 안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병원은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 곳이 여야 한다.’라는 의료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공공 의료는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이 아님을 공고히 하였다.

의료진 2만 명 거리로 나서

이러한 역사적 전통 위에 뜬금없이 사르코지 대통령이 병원의 사유화를 들고 나섰다. 주요 내용은 합리적인 운영을 위하여 경쟁을 골자로 하여 병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며, 의료 기관들을 통폐합하며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병원장의 권한 강화는 재정까지 이제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바로 운영비 감축과 수익 창출을 위한 경영을 불러온다. 공공 건강을 위한 권리를 위협하는 대목과 직결되는 것이다. 이에 4월 28일 2만 명의 의료진이 가운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이 시위대에는 ‘국경없는 의사회’를 창단한 르네 프리드만와 데브레 의사 가문의 가족 등 프랑스의 저명한 의사들이 함께 하였다.

의사들은 입을 모았다. “이법을 그대로 두면 우리는 미국식 모델에 다가서는 꼴이 될 것이다.” “18세 미만에게 술과 담배를 팔지 못하게 하는 법을 개정하지 않는 것은 사회는 당연히 공공의 건강을 우선시하기 때문이 듯이, 같은 이유에서 지금의 의료 개정법은 논의할 가치도 없다.”

   
  ▲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이들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이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은 단지 돈에 관련된 문제만은 아니다. 이것을 사회 시스템적으로 보장 할 때 의료 민주화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집권당인 UMP 의원이기도 한 베르나르 데브레 의사는 이번만큼은 사르코지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 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법안에 대하여 “환자와 의사 둘 다에게 극단적으로 위험한 법이다. 병원장에게 절대적 권력 즉 행정, 재정 그리고 의료까지 한 개인에게 집중되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행해지지 않으며 이는 환자들에게도 치명적이다.”라고 말한다.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정책

병원을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사르코지에 맞서 의료인의 투쟁은 계속 되고 있다. 모든 총 파업과 메이데이 때에도 흰 가운을 입고 행진한 이들은 오늘 14일 다시 거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11개의 의료 관련 노조들이 시위를 조직하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2주년을 맞이할 쯤, 어떤 신문의 헤드라인은 ‘아직 4년이나…’였다. 4년이나 더 기다려 하는 지겨움보다 앞으로 또 어떤 분야가 사유화될 것인가를 상상해야 하는 공포심이 더 크다.

   
  ▲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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