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정신'은 이제 죽었다?
    By mywank
        2009년 05월 13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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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고대의 정신은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고, 국민들의 대학, 서민들의 대학이었기에 가능했던 이름입니다. 이런 고대를 지금 누가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까. 누가 고대를 민중의 벗에서 ‘적’으로, 민족고대에서 ‘MB고대’로 만들고 있습니까.” – 회견문 중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13일 오후 안암캠퍼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고려대 교우회장)의 개교기념일 행사 참석과 관련해, 항의회견을 준비하던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학교 측의 ‘만행’을 규탄했다.

    총학생회, 천신일 사퇴 등 요구

    총학생회는 이날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천신일 씨의 교우회장직 사퇴 △김한겸 학생처장 사퇴 및 이기수 총장 사과 △학내 민주주의 보장 등 요구사항에 대한 학교 측의 반응을 더 지켜본 뒤, 농성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양측 간에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13일 오후 안암캠퍼스 본관 앞에서 지난 5일 발생된 학교 측의 ‘폭력행위’를 규탄하고, 천신일 교우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총학생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5일 사태는 날로 떨어지고 있는 고대의 명예를 지켜내고, 고대의 자유, 정의, 진리 정신에 떳떳하기 위해 20만 고대 교우회 대표자의 비리의혹을 명확히 밝히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행동을 마치 현 정권과 같이 틀어막으려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학교 당국의 이런 처사는 학교의 주인이 누구인지, 학교가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태였다”며 “많은 국민들이 현 정권과 이 비리사건을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는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까지 막으며 비리인사를 비호했다”고 밝혔다.

    "고대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이들은 또 “5월 고려대의 민주주의는 죽었고, 민족고대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추락했으며 타락한 고려대의 현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에 대해 학교 당국이 책임 있게 사과하고 그 잘못에 걸맞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고려대 학우들은 자유, 정의, 진리의 전당인 학교와 선배들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행정학과)은 “대통령의 최측근을 비호하기 위해, 학생들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까지 물리력을 동원해 막은 학교 측의 태도는 과연 자유, 정의, 진리를 건학이념을 삼은 대학의 자세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6일 학내 규탄대회 열고 항의서한까지 전달했지만, 학교 측은 (답변요구 시한인) 11일까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책임 있게 답하지 않을 경우, 학교당국을 협조와 협의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학교 측으로부터 무기정학 조치를 받은 ‘고대녀’ 김지윤 씨(사회학과 4학년)는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고대정신 때문에 김연아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끔찍했다”며 “이기수 총장이 말한 고대정신은 바로 ‘MB정신’"이라고 비판했다.

    고대정신은 ‘MB정신’?

    그는 이어 “돈과 권력만을 쫓은 것이 고대정신이 아니라, 이러한 세태에 항거하는 것이 고대정신”이라며 “얼마 전 이기수 총장이 기여 입학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는데, 이런 학교 측의 행태를 보면서 ‘MB정부와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함께 고대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원웅 씨(영어영문학과)는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학교 측에서 ‘명비어천가’를 부르더니, 이제는 MB정부를 등에 없고 사회적으로 온갖 물의를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권에 비판적인 강연의 개최를 막고, 총장은 ‘기여 입학제’ 도입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으며 학교에 비판적이었던 졸업생들까지 징계하고 있다”며 “MB정부가 심판받으면 학교당국의 이런 태도도 당연히 심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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