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강북 갈등, '부정선거' 막장까지
        2009년 05월 13일 01: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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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강북구 당원협의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치러진 당협위원장 선거과정에서부터 불거진 갈등은 당협 운영위원회가 지난 11일 현 김일웅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등 초유의 사태가 발생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진보신당, 부정선거 시비에 충격

    특히 이번 갈등의 원인이 ‘부정선거’라는 어이없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사자들은 물론 강북당협, 나아가 진보신당 자체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구 민주노동당 시절 지역 조직 등에서 끊임없이 발생한 부정투표 시비 등 여러가지 심각한 비민주적인 행태에 대한 반발도 분당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어, 분당의 결과물인 진보신당은 이번 부정 선거 사태가 발생하자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치러진 당협위원장 선거에서의 ‘대리투표’ 의혹이다. 한 당원이 투표를 할 시간이 없는 다른 당원에게 대신 투표해 주겠다며 핸드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받아갔는데, 이를 당시 후보였던 김일웅 현 위원장이 정황을 확보해 강북당협 선관위에 신고한 것이다.

    강북당협 위원장 선거는 경선으로 진행되어 93.4%라는 기록적으로 높은 당원 투표율을 보여주면서 뜨거운 경쟁 속에서 치러졌다.  

       
      ▲ 이미지=진보신당 강북구 당원협의회 홈페이지

    이후 강북당협 선관위는 진상조사를 통해 대리투표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대리투표를 맡긴 당원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대리투표를 해준 당원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번 대리투표가 ‘조직적 부정선거’인지 여부를 밝혀내는 데 핵심적인 고리를 놓친 것이다. 

    강북선관위는 이 사안에 대한 조사를 운영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에 위임했는데, 진상조사단은 부정선거 의혹을 신고한 김일웅 위원장에게 또 다른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운영위에 보고했다. 운영위는 이를 토대로 김 위원장에 대해 ‘직무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대리투표는 확인, 당사자는 확인 못해

    진상조사단이 주장했던 김일웅 위원장의 혐의는 ‘당원 투표행위 감시 관찰’이다. 김 위원장이 김 모 당시 선관위원장에게 미투표자 목록을 요청해 매일 받았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 주장대로 투표기간에 미투표자 목록을, 경선 중인 선거에서 한 후보에게만 내용을 발송했다면, 그 역시 부정선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조사단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관련 이 같은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김 위원장에 대한 자격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다시 김일웅 위원장이, 운영위 전날일 10일의 진술을 번복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김일웅 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그런 진술을 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위원장 업무정지 결정에 동의했던 운영위원들이 유일하게 근거로 삼은 나의 진술은 당사자인 내가 착각과 잘못된 기억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인터넷을 통해 미투표자를 확인한 것을 미투표자 목록을 받은 것으로 착각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같은 발언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반해 운영위원회 임시의장을 맡았던 박상필 부위원장은 “한 번 말한 것도 아니고, 수 차례, 그것도 그 때마다 다른 표현으로 매일매일 미투표자 명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며 “그런데 다음날 진술이 착각이었다고 말하고, 또 이후에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선거명부를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박 부위원장은 “곧 녹취록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진술" vs "일관된 진술"

    김일웅 위원장의 진술 번복 문제 이외에도 이번 사태에는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부정투표 의혹의 시발점이자 핵심 내용이었던 ‘대리투표를 해준 당원’에 대한 조사가, 이를 신고한 김 위원장에 대한 조사로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미투표자 목록을 받았다면 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김 모 선관위원장에 대한 조사도 함께 벌여야 했음에도 강북당협 운영위는 이에 대한 조사 없이 김 위원장에 대한 자격 정지를 내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리투표 정황이 포착되고, 그 외에도 선관위 데이터에서 인터넷 여건이 어려운 분들이 3~5분 간격으로 집중 투표한 정황도 있어 이 문제를 선관위에 신고했다”며 “그런데 운영위원회에서는 의혹에 대한 구체적 통화기록도 확보해 놓고는 이 문제는 다루지 않고, 나에게만 촛점을 맞췄다. 잘못된 진술이라고 수 차례 반복했지만 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운영위원회에서 진상조사와 관련된 회순이 뒤에 있었는데, 한 운영위원의 요청으로 진상조사 안건이 가장 먼저 다루어졌다”며 “게다가 11일 제출된 보고서는 조사완결 보고서도 아니고 중간조사 보고서”라고 말했다. 과정이 석연찮은 ‘표적 조사’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운영위원회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김 선관위원장을 조사해야 했지만 물리적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리적 시간보다 확실한 진상조사가 우선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인정했다.

    박 부위원장은 “진상조사단의 1차 조사기간이 11일로 마무리되었지만 13일, 운영위원회를 다시 열어 진상조사 기간을 연장할지 논의할 예정이며, 만약 논의된다면 김 선관위원장에 대한 조사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위 권한도 쟁점

    강북당협을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당협운영위원회가 당원 직선으로 뽑힌 당협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 이는 진보신당 당헌당규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현재 김일웅 위원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당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황이며, 서울시당은 13일 강북당협의 운영위원회를 지켜 본 후 이를 포함 향후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현정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현재 강북에서 자체 해결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13일 운영위원회 이후 서울시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처장은 그러나 “(부정선거 의혹)진상조사는 양측의 신뢰에 금이 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요청을 해서라도 서울시당이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측은 진보신당 게시판을 통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진보신당으로 분당이 된 이후 지구 운영 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로 갈등을 키워왔던 강북당협이 결국 ‘부정투표’라는 ‘막장’까지 가면서 갈등이 폭발된 셈이다.

    강북 지역의 한 당원은 “선거 당시부터 당협 내 갈등이 조금씩 있어 왔다”며 “어느 쪽이든 부정선거를 했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고, 이번 운영위원회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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