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이야기>에서 MB공화국이 보인다
    2009년 05월 13일 11:20 오전

Print Friendly

<남자이야기>는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시작했다. 그다음엔 주식 싸움으로 넘어갔다가, 현재는 강제철거와 신도시재개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좌충우돌하면서 혈기만 앞세우는 남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안 되는 문제만 빼면, 막장과 코믹이 대세인 요즘 시국에 나름 의미 있는 드라마다.

<남자이야기>의 악당 채도우는 이명박 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건설회사를 모태로 태어나 좋은 말로 하면 M&A 전문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주식투기꾼이 된다. 그는 자신의 주식거래팀을 운용할 정도로 본격적인 금융투자자이며, 자신의 맞수인 남자 주인공 김신을 뺀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단지 ‘숫자’로만 보인다고 공언하는 인물이다.

   
  ▲ KBS 2TV 월화드라마 <남자이야기> 

그는 한편으론 아버지의 건설회사를 장악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그것은 빌딩 몇 채 짓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신도시를 통째로 건설하는 도시 재개발 사업이다. 토목의 모태에서 태어나 선진 금융서비스업을 꿈꾸는 자본. 한쪽으론 서비스업 선진화, 금융개방, 투자금융을 목표로 하면서 또 다른 쪽으론 토목개발의 ‘삽질’에 몰두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드라마는 자본의 드라이브에 하나씩 하나씩 채여 쓰러진 사람들을 규합하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달걀 하나로는 바위를 깰 수 없지만, 만 개, 백만 개가 모이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자본이 실시하는 채용고사에 패스해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경쟁할 것이 아니라, 똘똘 뭉쳐 싸우라고 하는 것이다. 불온한 드라마다.

‘500만 명 빼고 밀어버려’

극중에서 냉혈한 채도우는 세계 최고의 선진적인 도시를 꿈꾼다. 그가 꿈꾸는 도시란 세계 최고의 서비스업이 실현된 지역이다. 그곳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호텔과 의료 선진화를 위한 국제메디컬 센터, 교육 선진화를 위한 기숙형 국제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국제병원과 국제학교. 서비스업 선진화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다. 이걸 다른 말로 하면 고액병원과 고액학교가 된다. 주머니에 고액이 없는 사람들은? 사이코패스 채도우는 간단하게 정리한다. ‘5,000만 명 중에 500만 명 이외의 사람들은 밀어버리면 되지요.’ 이것이 사이코패스식 선진화다.

최첨단 기숙형 국제학교를 짓기 위해 주인공 김신의 가족과 주민들은 깡패에게 짓밟히며 강제철거를 당한다. 경찰서장은 그것을 일컬어 ‘도시발전’이라며, 쫓겨나는 주민들을 배려할 것을 주장하는 시장의 ‘사상’을 의심한다.

시장은 채도우의 피비린내 나는 선진화를 비웃는다. 그는 철거로 쫓겨나는 사람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짓자며 그 부지로 국제메디컬 센터 자리를 지목한다. 서비스업 선진화에 대한 직설적인 야유다. 그리고 일반 서민을 위한 초중등 공교육 시설을 짓자며 그 부지로 국제학교 자리를 지목한다. 또 의료시설로는 국제메디컬 센터가 아닌 저렴한 보건소, 즉 공립의료서비스를 확충할 것을 제안한다.

‘부자를 위한 서비스인가, 국민을 위한 서비스인가’, ‘상위 10%를 위한 서비스인가, 5,000만 명을 위한 서비스인가’가 충돌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상위 10%를 위한 서비스를 ‘서비스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확충하고 있다. 이것은 반드시 김신과 그 친구들 같은 피해자들을 낳는다. 최근 멕시코에서 신종인플루엔자 사망자가 많이 나왔던 것도, 지나친 양극화로 인한 서민의 빈곤이 그 원인이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시장은 정치를 상징한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시장과 채도우는 충돌한다. 채도우는 땅의 소유권자다. 그는 시장이 자신의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을 싫어하며 자기 맘대로 개발하고 싶어 하고, 금력을 휘두른다.

   
  ▲ KBS 2TV 월화드라마 <남자이야기> 

경찰이라는 제도화된 폭력은 여기서 채도우라는 소유권자의 편을 들며 시장을 왕따시킨다. 즉 폭력과 금력이 결합해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것이며, 보편적 민주주의가 없는 이상적인 자유주의의 공간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하는 민주적 권력이 사라진 곳에 부자를 지키는 제도화된 폭력만 있는 도시.

채도우가 꿈꾸는 도시는 그런 곳이다. 그는 국가에 대한 완벽한 자율성을 꿈꾼다. 국가로부터의 자율성이란 민주주의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그럼으로써 소유권자가 온전히 통치하는 봉건왕국이 되는 것이다.

미쳐 돌아가는 사이코패스식 세상

그 도시에서 채도우는 서비스업 선진화와 함께 감세를 실행하려 한다. 감세의 대명사인 레이건 행정부의 보수파가 꿈꿨던 것은 소득세와 상속세가 없는 나라였다. 사이코패스인 채도우도 소득세와 상속세를 없애려 한다. 극단적 감세다.

채도우가 꿈꾸는 절대적 소유권의 나라에서 세입자들은 무가치한 존재다. 그들의 헌법적 권리는 부정된다. 왜? 그들에겐 소유권이 없으니까. 즉, 자산이 없으니까. 즉, 무산자니까. 무산자에 대한 유산자의 절대적 우위. 소유권을 가진 자가 인권마저 유린할 수 있는, 즉 헌법마저 초월하는 절대적 소유권. 이것이 채도우의 사이코패스식 소유권 관념이다.

이건 용산참사에서도 현실화된 바 있다. 세입자의 절규에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소유권의 유무가 시민적 권리, 인간적 권리마저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 미쳐 돌아가는 사이코패스식 세상을 채도우가 노골적으로 찬미하고 있다.

시민적 권리는 ‘평등’의 원리에서 나온다. 1인1표의 절대적 평등 속에서 민주주의의 정치는 태어난다. 채도우는 금력으로 정치를 소외시키려 한다. 이 드라마는 서민들에게 뭉쳐서 싸우라고 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를 두려워하지 말고 뭉치라고.

그 중심이 되는 남자 주인공에게 아직까지는 매력이 없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은 맞는 말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오락물이므로 현실에서 그 중심이 되어야 할 서민정치세력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결국 홍길동식 활극으로 흐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건 공중파 드라마의 한계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