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전주' 보면 진보양당 내년 보여
        2009년 05월 12일 1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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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게 2009년 4.29 재보궐선거는 도약의 기회였다. 진보신당은 숙원인 원내진출을 이루었고,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의 호남불패’ 신화를 해체하는 기염을 통했다. 이번 선거에서 양 당이 한계점도 노출했지만, ‘승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선거는 앞으로 ‘두 개의 진보정당’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양 당 간의 관계에 대한 어떤 ‘고민거리’를 던져준 선거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고민은 양 당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에게 던져진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이는 다름 아닌 ‘두 개의 진보정당’이라는 현실, 그 자체다.

       
      ▲부평에 단일 진보후보로 출마한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사진=김 전 후보 홈페이지)

    물론 ‘두 개의 진보정당’이라는 현실은 이번 재선거에 앞선, 지난해 4월 총선과, 경남도의원을 뽑는 6.4 재선거 창원4선거구에서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은 민주노동당은 분당, 진보신당은 창당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야말로 정신없이 치러진 선거였고, 도의원 선거에 그친 6.4재선거의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전주와 인천의 조정과 내막

    반면 4.29재선거는 분당이 현실로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큰 관심 속에 치러진 전국적 선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임했던 진보진영은, 울산북구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루어냈고, 인천부평은 민주노동당, 전주덕진은 진보신당 염경석 후보만이 출마해 ‘외견상’ 양 당 간 후보조정을 이루었지만, 그 내막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와 같은 상황은 양 당이 당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번 재선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당선권이었던 울산북구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사실 2010년 진보양당의 현실은 10% 지지도 받지 못했던 인천부평과 전주덕진에 가깝다.

    그런데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부평과 덕진에서 진보 양당이 처했던 현실을 전혀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가 출마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인천부평이 진보진영 전체의 지원 속에 치러진 선거인 반면, 전주덕진은 진보진영의 힘을 끌어내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부평은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가 출마한 반면 진보신당 인천은 인물난 등으로 결국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김 후보가 보수정치인의 틈바구니에서 유일한 진보진영 후보로 등록했고, 이에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는 즉각 지지선언과 함께 공동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GM대우노조와 진보적 시민단체들도 함께했다.

    진보신당 인천은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단일후보로 힘을 실어 주었다. 김 전 후보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진보신당 동지들이 부각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함께 선거운동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진보신당 인천 이상구 위원장은 선거전 어떤 사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던 중 ‘김 후보를 진보단일후보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인천 진보신당 공식 지지 선언은 안 했지만

    이상구 진보신당 인천시당 위원장도 “시당에서 공식적으로 지지선언은 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김 후보가 언론과 현수막 등을 통해 ‘단일후보’를 강조했어도 문제 삼지는 않았다”며 단일후보에 힘을 실어 주었음을 내비쳤다.

    반면 전주덕진의 경우에는 염경석 진보신당 후보가 민주당 내분 속에서 유일한 진보진영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실상 ‘고립’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다. 염 후보는 민주노동당 전주시당은 물론 민주노총 전북과 지역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받지 못해, 사업장 방문조차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노총 전북이 계속해서 지지선언을 유보함으로서 이에 반발한 일부 산하 연맹 노동자들이 먼저 염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공공노조 평등지부 이창석 지부장은 “이번 주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염경석 후보에 대한지지 표명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전북본부는 끝내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총연맹이 울산북구 진보양당 후보간 단일화 합의가 최종 타결된 이후 성명을 통해 “인천 부평을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와, 전주 덕진 진보신당 염경석 후보 등 모든 진보정당 소속 후보에 대해서도 합당한 절차를 거쳐 지지,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무위로 그쳤다.

       
      ▲민주노총 전북의 지지선언을 받지 못했던 염 후보는 노동자들의 개별적인 지지선언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사진=진보신당) 

    염경석 전 후보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끝내 전북지역위원회의 지지 선언이 없어 많이 서운했다”며 “사업장 방문에도 소극적으로 대했고, 나 역시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전북의 이 같은 상황은 분당 전후로 벌어진 상호간 감정, 그리고 ‘복수 진보정당’ 시대에 이미 그 실효성이 의심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 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천과 전주의 차이

    그러나 객관적 조건에 큰 차이가 없는 인천의 경우, 분당 이후 양 당의 인천시당과 인천 진보 단체 간의 활발했던 연대활동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 반면, 전주 등의 지역에서는 그 폭이 좁았던 차이가 있었다.

    이상구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인천과는 그 동안 연대활동도 활발했고, 서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연대요청도 많이 해왔다”며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임을 내비쳤다. 김응호 전 후보도 그동안 양 당 간 지역에서 펼쳐온 연대활동을 이야기했다.

    서로 다른 두 선거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10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두 개의 진보정당’이라는 현실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에 돌입하면 두 진보정당 후보 간의 격돌이 벌어질 수 있지만, 단일후보가 출마하더라도 그 상황은 인천부평과 전주덕진 사이 어디쯤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양 당의 선택 뿐 아니라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과 진보적 시민사회 단체들까지 이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엔 어떻게?

    인천의 경우 다가오는 2010년에도 상호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모두 정치적 문제를 떠나 진보진영 전체가 살 수 있는 방향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여러 차례 선거과정이 있을 텐데 중앙과 지역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인천시당 이상구 위원장도 “당 차원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온다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어느 정도의 조율이 필요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은 이번 선거에서와 같이 ‘등 돌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염 전 후보는 “2010년에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북본부가 민주노총 총연맹의 방침도 거부하고 이미 무력화된 배타적 지지를 고집하는 한, (우리는)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관계 설정에 대한 단일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양 당의 당직자들은 물론 당원들 사이에서도 견해와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복수 진보정당 시대, 양당이 앞으로 다가오는 주요 선거를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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