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표적감사로 단체협약 무효화 시도
    By 나난
        2009년 05월 12일 10: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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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이 기존 단체협약을 무효화하는 등 ‘선진화’를 이유로 공공기관 노사관계 전반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감사원은 가스공사·한전KPS 등 10여 개 공기업에 “공공기관 선진화 과제 점검을 위한 기본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선진화 과제 점검표 양식’을 통해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및 집행현황 등 21개 항목에 걸쳐 노조와 관련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노조운영비 지원 현황에는 노조사무실ㆍ노조운영시설 근무자 인건비 지급현황은 물론 노조 지원차량 운영비, 노조전임자 사택 임차보증금 액수의 제출을 요구하고, 위원장 집무실 면적까지 포함됐다. 그간의 노사합의 명세 내역도 요구하고 있어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공공기관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자율적 노사관계를 파괴하려는 술수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에 앞서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 4월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흔히들 일단 체결된 노사협약의 효력은 절대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진 않다”며 “공공기관에서 주무 장관의 예산승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맺은 노사협약은 효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말했다. 사실상 기존 단체협약을 무효화하며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사실은 12일 사회공공연구소가 발표한 ‘감사원, 공공기관 노조 향한 표적감사 본격 가동’이란 제목의 이슈페이퍼를 통해 밝혀졌다. 김철 객원연구위원은 이 연구 발표를 통해 “감사원이 공공기관에 대한 포괄적이고 집중적인 감사를 통해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개입하여 공공기관 선진화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 감사원 공공기관 감사 현황 (출처=사회공공연구소)

    감사원은 최근 선진화계획에 공공기관 내부의 노사협약을 빙자한 결탁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방만 경영실태 집중 점검을 통해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 제고를 유도”하고, “공공기관 선진화계획 이행 실태, 노조의 부당한 경영개입, 노조전임자 초과운영, 노사 간 이면계약 체결 사례 등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감사원이 공공기관 개혁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공기업 노동조합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감사원은 ‘공공기관 선진화 과제 점검표 양식’과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가 공기업의 탈불법적인 노사관계 점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감사원이 오히려 탈불법적 노사관계를 조장하고 있음이 감사 내용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08년 공공기관에 내려 보낸 300여 개의 체크리스트 항목을 보면, 인력 운영에 대한 것이 100여 개, 조합원 범위 및 단체협약 등 노사관계 부문에 관한 것이 100여 개, 그리고 인사제도에 관한 것이 70~80개로서, 노조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체크리스트를 통해 노조의 가입범위와 활동내용을 조사하는가 하면, 진행 중인 단체협약이나 노사합의서 체결조차 중단시킨 사례도 있다.

    여기에 최근 노동부가 작성한 ‘산하(유관) 공공기관 단체협약 분석 및 개선방안’은 단체협약을 노조가입과 노조활동 보장, 노조의 경영참여와 인사권 제한, 임금 등 근로조건,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등 4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서열화했다.

    문제는 노동부의 단협 평가가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되면 감사원이 제출토록 한 ‘공공기관 선진화 과제 점검표 양식’은 공공기관 서열화 평가를 위한 효과적인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김 연구위원은 “노동부의 발상 자체가 현행법상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크고, 평가를 넘어 자율적인 노사교섭과 헌법이 부여한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라며 “이것이 감사원의 무리한 자료제출 요구와 결부된 ‘노조탄압을 위한 표적감사’와 결합되면 공공부문 노조활동 자체가 종식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김황식 감사원장은 70개 주요 공공기관 기관장과 소관부처 장관이 참석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나 책임감 부족, 노사합의를 빙자한 탈법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됐다”며 “공공기관의 선진화계획 이행실태 및 탈법적 노사협약 실태 등을 상시 점검하고 내년에 대규모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방만경영 등에 대해 경영진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과도한 인건비 인상이나 부당한 노사협약을 방치하면 해당 기관뿐 아니라 이를 승인한 감독관청도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며 ‘인건비 삭감은 합법이나 인건비 인상은 탈법’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노사합의 내용이 감사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만경영’이 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설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법 제20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검사를 하고, 이 법 및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회계를 상시 검사·감독하여 그 적정을 기하며,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여 행정 운영의 개선과 향상을 기한다’고 규정돼 있다. 때문에 법률조항을 아무리 폭넓게 해석하더라도 감사원이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문하거나 공기업 자회사의 매각 내지 공기업 사유화(민영화)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 수준의 행위임이 분명하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감사원 감사에는 공공성의 관점이 결여되어 있고, 공공부문 노동자들 또한 노동기본권의 주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파행부터 조사해야 하고, 공공기관이 공공기관답게 바로 서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는 낙하산인사에 대한 검토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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