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인망 어선(?) 자처하는 MB의 검찰
    By 내막
        2009년 05월 11일 05: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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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검찰의 노 대통령 주변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가 이제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월30일 노 대통령 본인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를 성사시킨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고의 내용은 ‘구속기소냐, 불구속 기소냐’로 알려져 있지만, ‘기소유지’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한해동안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들은 전 정권과 관련된 모든 사람과 기업에 대해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다. 노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과 강금원 회장의 창신섬유는 물론, 노 대통령의 친구가 대표로 있었던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노 대통령이 허리수술을 받은 ‘우리들병원’도 대상에 포함됐으며, 심지어 노 대통령이 즐겨 찾던 삼계탕집도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국세청의 저인망식 세무조사 결과 많게는 수십억씩 세금추징을 받은 업체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이중에서 큰 건이 터진 태광실업의 경우는 잘 알려진 것처럼 박연차 회장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주변 수사의 끝, 밝혀진 팩트는?

    현재까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관련된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밝혀낸 ‘팩트’는 ‘평생 후원자’인 박 회장이 2006년 노 전 대통령 가족에게 100만 달러를 "대가성 없이 줬고"(박연차 측 입장), 500만달러 상당을 투자했으며, 노 대통령 부부에게 시가 1억원 상당의 고급 시계 2개를 선물로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의 ‘대가성’과 ‘직무연관성’을 입증하고 노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죄’로 기소하기 위해 이러한 자금 흐름을 노 대통령이 사전에 알았고, 문제의 600만 달러가 2006년 당시 태광실업이 20억달러 상당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를 측면 지원(방한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박 회장은 내 친구"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한 ‘사례금’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 경남은행 인수를 위해 로비했다는 내용도 있지만 태광실업이 결과적으로 인수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혹제기는 쏙 들어간 상태이며,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횡령한 혐의의 경우 노 대통령이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라 노 대통령 기소와는 큰 연관을 짓기 어렵다.

    불기소 가능성 낮지만 기소도 어려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문제에 대한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특정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해 ‘피의자’신분으로 소환조사까지 벌인 검찰이 불기소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검찰이 이전부터 서로 인연이 깊었던 후원자가 대통령 가족에게 추가로 돈을 줌으로 인해 대통령에게 더 잘 보일(?) 여지가 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대통령이 국내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에 대해 벌이는 지원이 사적 인연에 기반한 직무남용 혹은 배임(?)의 성격이 있다는 기상천외한 법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기소항목은 ‘포괄적 뇌물죄’이다. ‘포괄적 뇌물죄’는 현행 법조문에 등장하지 않는 개념이지만, 1995년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면서 처음 고안돼 대법원에 의해 인정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노태우 대통령이 적용받았던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사건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차이는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자 선정권한이 한국 대통령에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이명박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111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4개월 전에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 계열로 편입된 이너블루가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시 중국 청해성 정부로부터 50년간의 주석채굴권을 확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 최고위원은 "같은 논리라면 태양광 모판을 만드는 기본원료인 주석광산에 대한 채굴권 확보에 대통령의 어떤 여러 가지 특혜가 없었는지를 두고 포괄적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혐의’는 제쳐놓고 변죽만 때리는 언론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신병처리와 관련해 언론들은 연일 구속기소다 불구속 기소다 여부를 놓고 검찰 주변에서 떠다니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들을 근거로 갖가지 설을 마치 확인된 기정사실인양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조선일보>는 7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검찰에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를 내놓고, 이와 관련한 검찰조직 내부의 반발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하기도 했지만 국정원측은 국정원장의 의견개진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이 보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2006년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시가 2억원 상당의 스위스제 고급 시계세트를 선물 받았다는 수사내용이 언론에 흘러간 것도 국정원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시계 관련 보도가 나가기 전날 국정원측이 검찰 관계자에게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려면 피아제 시계 문제를 언론에 흘리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했다고도 보도했지만 국정원의 입장은 시계 관련 정보유출에 대해서도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급시계 선물 보도와 관련해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첫 보도 다음날인 4월23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검찰 내부에 형편없는 빨대(언론의 취재정보 제공자)가 있는 것에 대단히 실망했다"며, 노 전 대통령 측에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언론에 노 대통령 수사관련 뒷정보를 흘리고 있는 ‘빨대’가 홍 기획관 본인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고위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정보를 흘린 ‘빨대’가 실제로는 대부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더라는 후문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에 대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까지 나서서 "(하루하루 검찰발 피의사실이 보도되고 피의자 쪽에서 공개반론을 벌이는) 이런 수사는 처음 봤다"며 검찰의 수사행태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검찰 내부의 빨대가 누구냐’는 이 사안의 본질은 아니고, 노 대통령이 구속될지 여부도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노무현 자신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주변에 대한 일련의 검찰수사가 보여주는 것은 민주정부 10년이전까지 고질적 문제였던 ‘정치검찰’의 부활 그 자체이다.

    박희태 대표가 "처음 봤다"고 말한 부분은 검찰발 의혹이 언론에 조금씩 유출되는 것을 지칭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지만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행태를 되돌아보면 사실 검찰이 정보 흘리기를 통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고질적인 관행이었다. 홍 기획관의 일일 수사브리핑과 별도로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리면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정치(?)를 하는 검찰의 수사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즉, 박 대표가 ‘처음 봤다’고 말한 부분은 피의자쪽에서 제기한 즉각적인 반론에 검찰이 맥을 못추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지적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저인는 말이다.

     

    KBS 정연주 사장의 경우

    한편 <미디어오늘>이 5월6일 분석·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를 한 방송사는 <KBS>였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갖은 잡음 끝에 정연주 KBS 사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든바 있고, 이 과정에도 검찰이 주요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KBS와 국세청 사이에 벌어진 법인세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인 정 사장의 경영상 행위를 ‘업무상배임’으로 판단해 기소한 것이다.

    월간 <말>지의 박형준 기자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정연주 사장 공판 방청기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은 사실상 완료된 시점이기 때문에, 정연주 사장에 대한 기소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김 빠지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재판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박 기자에 따르면 5월6일 재판에는 검찰 쪽 핵심증인인 정아무개가 출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아무개는 정연주 사장에 대한 배임혐의 고발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사실상 정아무개의 진술이 검찰의 정 사장에 대한 기소근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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