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MB 연대’의 실종
        2009년 05월 11일 0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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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권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유권자들이 4·29 재·보궐 선거에서 “총탄 대신 투표로” 5대0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로 평가하고 있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경제부흥에 열광했던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탈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지난 대선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해 무당파를 형성했던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복귀한 것인지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5대0’이라는 명확한 결과와 다르게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주의 2개 선거구는 애초부터 한나라당과 관계없는 지역정당의 집안 싸움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고 경주에서의 선거도 소위 ‘친이’와 ‘친박’이라는 한 지붕 두 가족의 자존심 싸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현 정권 또는 집권 여당에 대한 평가와는 거리가 있는 3곳을 제외하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부평과 울산 2곳에 불과하다.

    부평 울산만이 평가할만…

    진보정치 1번지로 불렸던 울산에서는 ‘분열 당한 민주노동당’과 ‘분화한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치열한 샅바싸움과 진보정당과 보수정당 간이 경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 조승수 의원이 당선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이상엽 사진작가)

    민주노동당은 예선에서 조승수 전 의원과 진보신당을 심판하는 데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 분열은 잘못이며, 다시 통합을 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진보신당은 원외전당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로써 조승수 전 의원의 당선을 절대로 양보할 수 없었다. 특히 민주노동당에게 분열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조승수 전 의원은 진보신당에게는 분화의 상징적 존재라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 과정은 보수정당과의 경쟁보다 치열했다.

    선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쉽게도 양자의 승부는 뒤로 미루어졌다. 결과적으로 진보신당은 원내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진보정당 원내진출 5년 만에 복수 진보정당 시대를 열었다.

    울산에서의 승리로 유일 진보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찾고자 했던 기획은 실패했지만, 민주노동당은 호남에서 울산에서의 승리 이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을 여유있게 누르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 당선된 것이다.

    호남에서의 지속적인 선전은 민주당을 대체할 ‘대안 정치세력’으로서 민주노동당의 위상을 확보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뼈아픈 패배를 경험한 것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이명박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

    민주당은 5곳의 선거구 중 부평 1곳에서만 자당의 후보를 당선시켰다. 문제는 친MB후보로도 손색이 없는 FTA의 첨병을 소위 ‘반MB 후보’로 공천함으로써 국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정서를 희화화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위 ‘반MB연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민주노동당이 가장 중요한 선거구로 꼽혔던 부평에서 단일화를 거부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반MB연대’의 최대 수혜자로서 민주당의 위상을 스스로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민주당에게 보다 뼈아픈 것은 호남이라는 텃밭에서 진행된 광역의원선거와 기초의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에게 패했다는 것이다. 호남에서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철회가 민주노동당 및 무소속의 선전으로 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특이한 것은 향후 선거까지를 관통하는 큰 흐름을 형성하려 했던 소위 ‘반MB 연대’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과 같이 야권과 시민사회진영이 일찌감치 추진해 온 ‘반 MB연대’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 어떠한 성과도 내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체조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부평에서 전 한미FTA국내대책본부장을 지낸 후보가 민주당에서 공천되었고, 울산에서는 ‘분열당한 민노당’과 ‘분화한 진보신당’의 샅바싸움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MB 진영’에서 이와 관련된 제대로 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반MB연대를 추진했던 세력들의 ‘이율배반적’ 침묵과 소극적 대응은 비판적 지지의 연장선에 있는 ‘반MB연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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