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특혜, 혈세 15조원 쏟아부어야
    현대, 인천공항철도 개통되자 '먹튀'
    By 나난
        2009년 05월 11일 09: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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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4조원 규모의 최대 민간투자사업인 인천공항철도 건설 과정에서 재벌에게 각종 법령까지 위반하면서 ‘과도한’ 특혜를 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이 같은 과잉 특혜로 인해 정부는 앞으로 30년 동안 해당 재벌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수입 보장을 위해 모두 14조원 규모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협약 체결 당시 교통부 장관과 철도청장 등을 지냈던 책임져야 할 인물들은 협약 직후 사퇴를 했으나, 현재는 관련 부처 장관과 해당 업체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를 한 상태다.

    특혜 완전범죄 처리 가능성 높아져

    이뿐 아니라, 정부에게 특혜를 받은 현대건설은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되자, ‘단물’을 다 빼먹었다고 보고, 컨소시엄 지분을 처분하고 빠져나가는 중이며, 이명박 정부는 부실 의혹을 밝힐 생각은 없이, 인천공항철도를 특혜 발주했던 ‘주범’ 가운데 하나인 철도청(현 철도공사)이 이를 인수하도록 해 특혜 비리는 밝혀지지 않은 채, ‘완전범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건설의 이 같은 행태는 해외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사들인 이후 일정 기간 동안 ‘거대한 매매 차익’만 챙기고 철수하려 하는 이른 바 ‘먹튀’ 행태를 보여준 것과 유사하지만, 여론의 주목과 비판 대상에서 비껴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으로 이어오는 기간 동안에 지속돼온 ‘어이없는’ 특혜는 한국에서의 권력과 관료 그리고 재벌의 ‘부적절한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11일 공공노조가 만든 사회공공연구소가 발표한 ‘인천공항철도 협약에서 드러난 민간자본 특혜’라는 제목의 ‘이슈 페이퍼’를 통해서 밝혀졌다. 오건호 이 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에 드러난 특혜 조치들은 “2002년 감사원 자료를 분석해 구체적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 국토해양부 자료

    실제 수요, 예측치의 7%에 불과

    지난 2007년 개통된 인천공항철도는 실제 수요가 예측의 7%에 불과하며, 향후 30년 동안 예측치의 30% 수준밖에 안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지난 2년 동안 2,700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앞으로 30년간 연평균 4,610억 원, 모두 13.8조 원을 퍼부어야 된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주장하는 특혜는 두 가지다. 우선 과도한 수익률이 지적된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부여된 실질수익률은 10.43%(명목수익률15.95%). 이것은 투자위험이 가장 높다는 항만건설사업의 실질수익률(9%)보다도 높은 수치다.

    또 협약 체결 당시인 2001년 3월 기준 10년짜리 국고채 명목금리는 7%임에도 불구하고, 30년 장기투자에 따른 프리미엄을 고려한다 해도 명목금리가 국고채보다 2배가 넘는 15.95%를 보장해준 것은 특혜 중 특혜라는 게 사회공공연구소의 평가다.  

       
      ▲ 출처:2001년 민간투자지원센터 연차보고서, 국토연구원 민간투자지원센터

    위 표에서 확인되듯 비슷한 시기 체결된 민간투자사업에서 10%가 넘는 실질수익률은 없었다. 2002년 인천공항철도 사업을 감사한 감사원도 민자사업의 수익률은 투자위험도, 다른 민자사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인천공항철도의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금리 두 배 이상 보장

    이 연구소가 두번째 특혜 의혹으로 지적하는 것은 정부가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협약을 승인한 대목이다. 연구소는 2002년 감사원 보고서 분석을 통해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대형 국책사업인 인천공항철도 건설은 정부가 사업기본계획을 직접 수립, 고시, 확정된 이후 민간투자회사와 협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연구소가 밝힌 감사원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철도청이 직접 수립해 제시해야 할 2단계 구간 전체 노선계획, 용산역 추가설치 계획 등을 고사하지 않고 민간투자회사에 위임했다. 또한 사업계획과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 국책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등 관련 법령들을 위반했다. 

       
      ▲ 텅빈 인천공항철도 객차 내부

    이에 대해 감사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자,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감사원조차도 과잉 부실을 낳은 특혜조치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의, 통보라는 가벼운 조치를 내렸다는 점이다.

    2001년 협약을 체결할 당시 정부측 책임자였던 김윤기 건설교통부장관은 공직자 윤리법이 정하는 관련사기업체 취업제한 기간이 경과한 후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 사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재직중이며, 협약에 정부측 대표로 서명한 정종환 철도청장은 현재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장관에 재임 중이다. 

    이렇듯 대형 국책 부실 협약을 성사시킨 핵심 책임자들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고, 인천공항철도 사업은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한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된 2007년 5월 정부 승인을 전제로 한국인프라투융지사 등 금융권과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4월 국토해양부에 ‘출자자 변경 및 자금재조달’ 승인을 신청했다.

    특혜 입찰과 먹튀

    30년 기간의 BTO(Build-Transfer-Operate. 민간기업이 일정기간 운용해서 수익을 뽑아낸 후 정부에 기부 채납하는 방식) 민간투자사업자로서 아직 2단계 공사도 완료되지 않았고 1단계 개통이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새로운 금융투자자들과 매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이는 사실상 인천공항철도가 개통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분 매매 논의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오 연구실장은 “이미 건설과정에서 기대했던 이익을 충분히 실현했기에 이후 사회적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손을 떼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혜 입찰과 먹튀 전략의 조화로운 결합이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지난 3월 30일 인천공항철도 지분을 한국철도공사가 매입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책 부실 사건에서 탈출하려는 민간투자자본 편을 들어주면서, 정부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보려는 조치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오 실장은 “(한국철도공사가 인천공항철도를 매입할 경우) 부실 사건은 영영 어둠에 묻힐 위험이 크다”며 “왜 당시 정부는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상식을 넘은 특혜 조치를 베풀었는지, 이 과정에서 정부 관료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힌 후 인천공항철도의 국가 인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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