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을 멈춰 목숨값 받아낼 것"
    By 나난
        2009년 05월 10일 06: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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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체포영장이 떨어진 날, 입을 옷가지들을 챙겨서 보냈는데 속옷이 마음에 걸려 싸구려가 아닌 좀 좋은 것으로 줄려고 사다 놓은 속옷이 아직 서랍장에 그대로 있을 텐데.

    여보, 생각나? 작년 12월 마지막 날 눈이 너무도 예쁘게 와서 정말 모처럼 만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걸으면서 ‘나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지?’ 하고 했던 말, 나 그때 그냥 웃기만 했는데 말해 줄 걸 그랬어. ‘그래 당신 괜찮은 사람이야" – 고 박종태 지회장 미망인 하수진 씨

       
      ▲ 민주노총 등이 9일 개최한 고 박종태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장 추모 결의대회(사진=이은영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 투쟁계획 밝혀

    고 박종태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장이 대한통운의 78명 대량해고에 맞서 투쟁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9일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조합원 등 8,000여 명이 대전 대덕구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 모여 “박종태를 살려내라, 대한통운은 해고자를 원직 복직시키라”고 촉구했다.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해고자 원직복직,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9일 오후 대전 대덕구 읍내동에 위치한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오는 16일 화물연대는 총파업 투쟁을 위한 긴급 총회를, 민주노총은 ‘5․18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까지 대한통운 측의 사죄와 해고자 원직복직 처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서울에서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여간다며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투쟁사를 통해 “박종태 열사는 결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며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가 뒷걸음칠 때 그 수레바퀴에 깔려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노동자가, 수많은 민중이 거꾸로 가는 수레바퀴에 깔려 손이 잘리고 다리고 잘리고 목숨을 잃고 있다”며 “오는 16일 전국노동자대회까지 이명박 정권과 금호자본, 대한통운이 우리의 요구를 듣지 않는다면 투쟁을 서울로 가져간다”고 경고했다.

       
      ▲8,000여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대한민국을 멈춰 동지의 피값을 받아낼 것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은 ‘5.18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오는 16일 총파업을 위한 긴급총회를 소집하며 “박종태 열사의 염원을 화물연대의 힘으로, 총파업의 힘으로 풀어주자”며 “할 수 있는 모든 전술을 통해 대한민국을 멈추겠다. 반드시 동지의 피값 받아내자.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대한민국을 멈추자”고 선언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1%의 부자가 99%의 국민을 탄압하고 국민의 눈에 눈물을, 가슴에 못질을, 한숨의 고통을 안겨주는 거꾸로 가는 세상”이라며 “박종태 동지의 ‘서로 어렵고 힘들더라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반노동 반서민 반국민 정부를 향해 당당하게 맞장 뜨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전 공동대표 역시 “7살, 10살 난 아들딸을 뒤로 하고 차마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웠을 이 비통한 죽음을 잊지 말자. 고 박종태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자들을 절대 용서하지 말자”며 “고 박종태 열사 앞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보장, 더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제1 투쟁과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박종태 지회장의 미망인 하수진 씨.

    고 박종태 지회장의 미망인 하수진 씨는 “여기 계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라며 “고인은 아직 깜깜한 어둠 속에서 차디찬 얼음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남편이 사랑했던 대한통운 택배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저 뒤에 숨어 있는 자들입니다.

    울 때가 아니라 투쟁하고 승리할 때

    더 이상 슬퍼하는 대신 일어나서 싸워주십시오.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 사람대접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화물연대 조합원을 대표해 오만근 조합원이 추모사를 낭독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나는 그 사람이 가정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매일 집회 가고, 한밤중에 깨어나 옆을 보면 거기서 웅크리고 자던 박 지회장”이라며 “나는 아직도 네가 저 아카시아 숲 속에서 우리 투쟁하는 모습 지켜보고 있을 것 같아 자꾸만 그곳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오 조합원은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을 향해 “지금은 울 때가 아니다. 승리하지 못하면 추모할 수 없다”며 “승리한 뒤에 지회장 얼굴 보며 맘껏 울고 추모하겠다”며 절규를 토해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상징의식으로 고 박 지회장이 목숨을 끊은 야산 나무와 주변 거리에 노란색 리본을 묶는 것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어 고인의 시신이 모셔져 있는 대전중앙병원까지 도보로 행진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편 경찰은 이날 75개 중대 7,000여 명의 경력을 배치하는 한편 참가자들이 행진을 벌인 도로 일부 구간을 전면 통제했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대전중앙병원까지 행진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오만근 조합원의 추모사에 비통해 하는 조합원들.(사진=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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