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개혁연대, "공정위 기업 부채 위험 과소평가"
    By 내막
        2009년 05월 07일 05: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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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부채비율 산정 방식이 실제 기업이 처한 부채 위험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더불어, 1998년 "한국 기업의 재무제표를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IMF의 권고로 도입됐던 결합재무제표제도가 친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2012년 폐지될 예정이어서 그나마 남아있던 위험경고 장치마저 해체될 위기이다.

    지난 4월 1일과 4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4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119.9%로 지난해에 비해 21.5%p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미국·일본 등 선진국 기업에 비해서는 높지 않으므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위 자료의 부채비율은 계열사 단위의 개별재무제표를 그룹 수준에서 단순 합계한 자료를 사용한 것으로, 국제기준의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사용하고 있는 선진국 기업의 부채비율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공정위 방식, 시장에 그릇된 정보 전달"

    경제개혁연대는 7일 "부채비율 정보가 기업의 재무 안정성의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단순합산 부채비율의 산정은 시장에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과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발표한 경제개혁리포트 2009-4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 부채비율 분석 –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재무구조, 과연 건전한가?」에서 국제기준에 따라 새롭게 자체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인 4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75.73%로 공정위의 단순 합산 부채비율 109.96%와 약 66 %p나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보고서에서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간의 출자와 매입·매출 등의 내부거래가 이중 계상되어 부채비율이 과소 평가되는 공정위의 부채비율 산정 방식을 대체할 방안으로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각 그룹의 부채비율을 계산, 발표했다.

    금호·두산·한화, 공정위 발표 부채와 2배 이상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40개 기업집단 중 14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공정위 발표 비율보다 100%p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200%p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집단도 5개(금호아시아나, 두산, 한화, 에스티엑스, 대우조선해양 등)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금호아시아나(2008년 말 공정위 산정 169.97%, 경제개혁연대 산정 492.42%)와 두산(각각 204.95%, 440.67%), 한화(각각159.09%, 365.96%) 그룹은 2007년 부채비율과 2008년 부채비율 모두 공정위 발표 자료와 200%p 이상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소위 재벌 그룹의 부채비율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산정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삼성테스코(2008년말 기준 965.53%)로 2007년 대비 약 474%p 증가하였으며, 대우조선해양(880.36%)과 지엠대우(827.49%)가 그 뒤를 이었다.

    경제개혁연대는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집단일수록 공정위 산정 방식과 경제개혁연대 산정 방식 간의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부채비율 산정 시 분모가 되는 자본이 취약할수록 투자주식과 자본의 이중계상을 제거할 때 부채비율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리하고 설명했다.

    40대 그룹 중 절반 이상이 부채비율 200% 초과

    2008년 말 기준 연결재무제표 합산방법에 의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기업집단은 총 23개로, 전체 40개 기업집단 중 절반을 초과했는데,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통상 부채비율 200%가 재무건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인식됨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절반 이상이 재무적 불안정성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가 2008년 기업집단 순위별로 10개 그룹씩 나누어 평균 부채비율을 분석해 보면, 1∼10위 그룹과 31∼40위 그룹은 비교적 안정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11∼20위 그룹과 21∼30위 그룹의 경우 평균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2007년 대비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 구조조정 압력을 받는 그룹은 이들 중위권 기업집단으로, 이들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거나 또는 구조조정 와중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경우 상위 10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 경제 산업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구조조정 향후 추진 계획」에 따르면, 45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결과에 따라 불합격 대기업집단과 주채권은행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제개혁연대의 분석 결과도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재무건전성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며, 조속히 구조조정을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합산방법의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대다수 기업집단의 재무구조가 2007년에 비해 상당 폭 악화되었으며, 일부 기업집단의 경우 심각한 부실징후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작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기업집단의 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는 절박한 과제임에도, 대기업집단의 재무건전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회계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의 핵심인 옥석가리기를 불가능하게 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가 발표하는 개별재무제표의 단순합산 자료를 이용한 재무정보는 부채비율을 과소평가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경제개혁연대가 사용한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부채비율 산정 방법 역시 내부거래로 인한 채권·채무가 제거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1998년 IMF "한국 기업 재무제표 못 믿어"

    1998년 IMF의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업집단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마련된 결합재무제표 제도는 그동안 기업집단의 재무현황과 경영성과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로 인식되었으나, 친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2012년 이후 폐지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당시 IMF는 "한국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며 이를 보완할 제도적 개선을 권고한 바 있는데, 제2의 IMF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시점에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다시 무장해제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비록 결합재무제표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수한 제도이기는 하나 계열사 간 출자와 내부거래가 많은 우리나라의 기업집단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결합재무제표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결합재무제표 작성의무의 유지와 개선은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보호와 함께 자본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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