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MB 연합'은 없다
        2009년 05월 07일 0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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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4.29 재보궐선거가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결과가 내려졌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 많았던 ‘반MB연합’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후보단일화를 이루었던 울산북구는 ‘반MB연합’보다는 ‘진보후보 단일화’였고, ‘반MB연합’의 핵심지로 꼽혔던 인천부평에서는 김응호 민주노동당 후보가 숱한 압박 속에서도 끝까지 완주했다.

    오히려 전북 전주의 2개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펼쳐졌으며, 기초의원을 뽑는 전남 장흥군 광역의원 제2선거구와 광주 서구에서는 민주노동당 정우태, 류정수 후보가 각각 호남의 맹주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민주당 후보를 제압하기도 했다. 이번 재선거에서 ‘반MB연대’를 전면에 내세웠던 민주당이 자신의 기반지역에서는 오히려 참패한 것이다.

       
      ▲ 왼쪽부터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그렇다면 이처럼 이번 4.29재보선에서 실패한 전술이 된 ‘정치적 반MB전선’은 이후 정치일정인 10월 재보궐선거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어질 수 있을까? 최근에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여전하지만 ‘반MB연합’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반MB연합’의 최대 정치세력인 민주당은 이번 재선거에서 ‘반MB연합’에 임하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반MB연합, 민주당 태도로 전망 불투명

    대표적으로 민주당이 이번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부평을 지역에 진보진영이 격하게 반대하고 있는 ‘한미FTA’ 핵심 관계자를 공천한 것이 그렇다. 연합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일종의 ‘태도불량’이었던 셈.

    민주노동당 김응호 전 후보는 이에 대해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우리로서는, 한미FTA 관계자를 공천한 것은 애초에 선거연합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일방적 양보를 강조한 것이지 정책연합을 논의할 수도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도 재보궐 직전 <프레시안>기고를 통해 “민주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MB연대’를 강하게 주장해온 점을 감안하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과 민중단체,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반대할 FTA 핵심관계자를 핵심승부처에 공천한 것은 충격적이고 의아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즉 “진보세력에 대해 앞에서는 반MB연대를 하자고 악수를 청하면서, 뒤로는 뒤통수를 친 것”이며 “민주당이 말로는 반MB연대를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별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경우 얼마든지 이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같은 진심이 이번 공천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자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6일, <시민일보> 기고에서 “홍영표 후보가 한미FTA 대책본부장으로 한미FTA를 지지하였기 때문에 후보로서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홍영표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면 이는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라고 본질을 드러냈다.

    진보정당 "지금의 민주당과 연합할 수 없다"

    그는 “이번 선거는 한미FTA-경인운하 찬반여부가 아닌 MB정부 심판과 견제세력 확보, MB악법 저지 토대를 만드는 것이 쟁점”이라며 “그런데 민노당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반MB연대를 외쳤던 강기갑 대표조차 부평에서 민노당 후보 지원유세를 하며 후보단일화에 대한 유의미한 움직임이나 고민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되려 민주노동당을 비판했다.

    송 의원은 이어 “민노당은 4등을 하였고 무소속 후보보다 더 뒤졌다”며 “심각한 내부분석과 평가가 있어야 하리라 생각한다”고 조소를 보냈다. 이어 “이번 국면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민주노동당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응호 전 후보는 “홍영표 후보 개인으로 인한 면도 있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정책적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시기별로 연대-연합전술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민주당이 현 시기에 한미FTA와 MB악법을 합의해 주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연합은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영길 의원이 경인운하 얘기를 했는데 현재 송 의원도 자신의 지역(인천계양)에서 이 문제로 궁지에 몰려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처럼 지역적인 의제에서도 민주당 중앙당과 지역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우리로서는 진보운동 전체의 발전방향을 위해서도 완주는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송 최고위원이 밝힌)그 정도 수준의 연대라면, 민주당이 한나라당 내 반 이명박 세력과 큰 차이가 있겠느냐”며 “그런 식의 연대는 송 최고위원 머릿 속에 ‘반MB’일 뿐, 국민들과 진보진영의 의식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선거과정에서 ‘반MB연합’에 대해 “막가파식 이명박 정부를 다소 온건해진 이명박 정부로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지금 민주당이 하려는 것이 그 정도 수준으로 거기에 우리가 들러리 설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정 사안에만 유효하게 드러나

    민주당 내 천정배 의원도 전남대 강연 원고를 통해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에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도 없고 잘 싸우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야당에 대한 실망한 것이 호남 참패의 원인”이라며 “선명야당으로서의 투쟁의지는 찾아보기 어렵고 반MB세력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진정성이 없다”며 민주당이 지난 연말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회의장 점거투쟁 이후 4월 국회에서 은행법개정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합의한 점을 들어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반MB연합’이 이번 경기도 교육감 당선을 이끌어 내는 등 특정 사안별로는 일정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나, 이처럼 정당 간의 경쟁의 장인 선거에서의 ‘반MB연합’의 실패는 정체성을 달리하는 정치세력간 연대연합전술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종걸, 김부겸, 이강래 등 민주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민주당을 “‘반MB연대’의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으나, 민주당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처럼 선명하지 않고, 자당만 중심이 되는 연대전략을 세워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반MB연합’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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