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직자의 권위, 예수보다 높은가?
    By 나난
        2009년 05월 07일 05: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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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와 우리신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지난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가톨릭교회와 노동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권오광 전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회장은 ‘가톨릭 사업장의 문제와 쟁점들-병원과 기관 등’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권위주의가 노조를 실제적인 동반자로 인정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며 “가톨릭계 사업장 안에서 노조가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 때 교회의 성직자 중심주의가 쇄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와 우리신학연구소가 지난 6일 ‘가톨릭교회와 노동문제’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그는 “평신도들에게 항상 권위 있는 존재로 인정받으며, 교회 안에서 입법, 사법, 행정의 전권을 가진 사람으로 행세하는 성직자의 경우 평신도들이 노조를 건설해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자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노사협상이 때로는 자존심 싸움으로 부딪히는 것도 성직자의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직자의 권위주의 때문"

    가톨릭 병원사업장의 노사문제는 그간 심심치 않게 불거져 사회 문제화돼왔다. 특히 1997년 대전성모병원, 2000년 성바오로병원, 2002년 가톨릭중앙의료원(CMC)과 목포가톨릭병원, 부천성가병원, 2005년 성모자애병원, 2009년 인천성모병원 등 가톨릭병원사업장에서는 끊임없이 노사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사 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인 힘을 앞세워 자신들의 불법 부당한 주장을 관철하려는 노동조합의 잘못된 관행으로 인하여 최악의 사태를 초래하였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불법파업을 통해 환자를 기만하고, 국민 불편을 가중하며, 법질서를 무시한 그 동안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병원 경영을 악화시키고, 한국 의료발전을 저해하며, 국민보건의 백년대계를 위태롭게 하는 불법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올바른 노사문화 정착에 적극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2년 10월 6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

    지난 2002년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의 해고 투쟁에 대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의 발표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가톨릭교회의 관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즉, 노조는 법질서를 외면하고 환자를 볼모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불법 부당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이라는 것.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존귀함을 가르치신 그리스도의 뜻

    이에 권 전 회장은 “교회는 노조를 사업장의 이윤에 부합되게 잘 길들여진 조직으로 만들거나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가톨릭 사업장의 경우 ‘중요한 직책은 평신도격인 노동자들에게 믿고 맡길 수 없다’거나, 혹은 ‘비신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성직자, 수도자 권위주의의 소산이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노조가 이교도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이 아니라 교회의 복음 선교 사명의 정당한 동반자로 인식된다면, 가톨릭계 사업장은 세상에 대한 봉사에 매진하려는 대안적 공동체로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라며 “사회정의와 올바른 노사문화에 대해 재인식되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업난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 일할 권리와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노동자,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교회가 노동문제에 관심과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존귀함을 가르치신 그리스도의 뜻에 부합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박동호 서울대교구 신부, 김정대 예수회 신부, 이덕우 변호사, 박용희 인천성모병원노동조합 지부장, 백정석 전 광주대교구노동조합 사무국장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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