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게이트’ vs ‘천·박·한 게이트’
    By 내막
        2009년 05월 06일 04: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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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정관계와 여야를 막론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달러 뭉치를 뿌려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마무리된 데 이어 이제 여권 관련 인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검찰, 국세청 압수수색했지만…

    검찰은 6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사무실과 지난해 조사4국 국장이었던 조용익 현 법인납세국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7월부터 넉 달 동안 태광실업 본사와 계열사들을 특별 세무조사한 곳이다.

    여권 핵심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법조계 쪽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이번 압수수색이 여권 핵심에 대한 ‘수사 본격화’의 신호인지 ‘수사 마무리 수순’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검찰이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핵심 열쇠를 쥐고 미국으로 떠난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수사계획조차 잡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이번 국세청 압수수색에 대해 "이번 압수수색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구색 맞추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고 강조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소환 시도조차 않는 검찰

    국세청은 한상률 전 청장 재임 시절이던 지난해 7월부터 4개월에 걸쳐 태광실업 본사 및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태광실업 본사 소재지를 관할로 하는 부산지방국세청 대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를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상률 전 청장이 보고 라인인 국세청 조사국을 배제하고 서울청 조사4국에서 보고를 받았고, 이 내용을 연말에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연차 사건 관련 의혹의 불길은 이 대통령 주변으로 번진 상태이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자 고려대학교 교우회장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및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과 함께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대책회의를 가진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한 전 청장이 박연차에 대한 본격 수사 시작 직전인 3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해 정권 차원의 ‘기획출국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전 청장은 박연차 의혹의 핵심인물이지만 검찰은 한 전 청장에 대해서는 소환계획조차 잡지 않고 있다.

    ‘박연차’ 언급 꺼리는 한나라당

    한편 소위 ‘박연차 리스트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노무현 게이트’로 규정한 한나라당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면서도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의 관련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박연차’라는 이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박연차’라는 이름을 입에 담는 사람은 럭비공 같은 화법으로 유명한 홍준표 원내대표가 거의 유일하다. 홍 원내대표의 박연차 관련 언급은 "여야를 막론하지 말고 수사하라"거나, "우리 쪽에 의혹이 제기되면 적극 출두하도록 하겠다"는 등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들이지만 당내 반응은 썩 좋지 않아 보인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미디어오늘)

    홍 원내대표 외에 ‘박연차’라는 이름은 한나라당의 공식 논평에서 한두 번씩 언급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때리는 소재로 등장했을 뿐이다. 이와 함께 박희태 대표의 경우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박연차 사건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받을 때마다 "말할 입장이 아니"라거나,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한다"는 수준의 원칙론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선거법 위반 고소당한 민주당

    반면 민주당은 ‘박연차 사건’의 핵심이 살아 있는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천신일 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사건의 프레임을 ‘천신일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으며,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박연차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천(신일)·박(연차)·한(상률) 게이트’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30억 원의 특별당비를 대납한 의혹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인천 부평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최재성 부평선대위 대변인을 4월22일 고소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23일 천신일 회장 관련 3대 의혹 진상규명에 대한 특검법안을 제출하는 한편 27일에는 30억 원 특별당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자금 흐름 관련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예금·대출 내역 등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민주당이 27일 제출한 증거보전 신청에 대해 서울중앙지법(형사32단독 권순건 판사)은 5월5일 ‘증거조작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내렸고, 민주당은 즉각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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