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로 사는 게 재앙인 나라"
    By 나난
        2009년 05월 06일 01: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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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진보진영 단체가 6일 고 박종태 지회장의 죽음에 ‘자본과 정권에 맞서 연대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이은영 기자)

    박종태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장(39)이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노동계와 진보진영이 연대를 선언하면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현 정권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은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원직복직 쟁취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가칭)를 꾸리고 연대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노조 탄압이 불러온 비극

    6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연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한국진보연대 등 범진보진영 대표 20여명은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 박종태 지회장을 죽음으로 내몬 대한통운과 현 정권을 규탄하며, 노동기본권 보장-비정규직 철폐-노동탄압 중단-집단해고 원직복직 등을 위한 총력투쟁 계획을 밝혔다.

    대책위는 “박종태 열사의 자결은 대한통운의 치밀한 노조탄압과 자본의 황견인 경찰의 폭력, 정부의 민주노조운동 탄압이 불러온 비극”이라며 “우리는 고 박종태 열사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뜻에 따라 노동기본권 보장과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탄압 분쇄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6일 화물연대 확대간부 투쟁결의대회(대전지사)를 시작으로, 8일 추모집회(광주지사), 9일 민주노총 중부권 및 호남권 단위노조 결의대회(대전지사), 12일 광주전남노동자대회(광주지사) 등 각종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람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나라, 길거리로 내몰려 아무리 외쳐도 자본과 정권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라가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하는 대한민국”이라며 “이런 나라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비극을 넘어 재앙”이라고 말했다.

    "사는 게 재앙인 나라"

    이들은 특히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부의 노동자성 불인정에 대해 “수 년 동안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노조에 대해 ‘노조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벌이고, 설립신고증 반려 운운하는 노동부의 태도는 노조탄압 이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행정기관인 노동부의 이와 같은 태도는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범”이라고 말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박종태 열사는 거꾸로 가는 역사의 칼날에, 이명박 정부가 휘두르는 민중 탄압, 나아가 자본과 이명박 정부에 그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우리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며 “우리는 더 이상 또 다른 죽음이 생겨나지 않도록 단결 투쟁해 이명박 정부와 신자유주의에 맞서 반드시 승리하며 열사 정신을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고 박종태 지회장의 부인 하수진 씨.

    고 박종태 지회장의 아내 하수진 씨는 “며칠 전까지 ‘왜 다른 집 아빠처럼 아빠는 같이 놀아주지 못하냐’고 떼쓰던 아이들에게 (아빠의 죽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아이들이 아빠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날까지 참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멀쩡했던 두 아이의 아빠를, 단란했던 가정을 이렇게 만든 금호자본(대한통운 2007년에 금호그룹에 편입)과 정부는 또 다른 열사가 생기기 전에, 더 큰 분노가 생기기 전에 하루 빨리 사죄하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고 박 지회장의 죽음은 “타살”이라며 “대한통운과 경찰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정책에 따라 노동자들을 탄압하며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로 내몰았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거꾸로 가는 반노동정책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역시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강요된 죽임이오, 내몰린 죽음”이라며 “국민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만드는 사회, 그 책임은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질타했다.

    "전태일 분신이 오늘도 되풀이되고 있다"

    노 대표는 “40년 전 ‘내 죽음을 헛되지 하지 말라’는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오늘날 되풀이되고 있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며 “진보신당도 민주노총과 진보사회단체와 더불어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원기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은 고 박종태 지회장의 죽음에 대해 “민중을 돌보지 않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타살”이라며 “5월 1일 노동자와 대학생이 손을 맞잡은 그날을 기리며 대학생들은 박종태 열사가 지켜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승리의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 고 박종태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장 (사진=화물연대)

    한편 대한통운 광주지사 노사는 지난 1월 건당 운행 운송료를 920원에서 950원으로 인상하고, 이를 2월부터 시행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하지만 3월 15일 사측은 “대한통운 본사에서 수수료 40원이 인하됨에 따라 30원 인상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며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노조는 사측의 합의서 파기에 항의하며 계약서상에도 존재하지 않고 수수료도 받지 않던 분류작업을 거부하며 파업투쟁에 돌입했다.

    화물연대 광주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3월 16일 운송료 삭감에 항의하는 택배노동자 78명에 대해 18시까지 회사로 복귀할 것을 명하고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해고하겠다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하지만 이미 회사의 출입문은 18시 이전에 봉쇄돼 택배노동자의 출입은 막힌 상태였다.

    대한통운은 다음날인 17일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78명의 택배노동자에게 해고통지를 알렸고, 회사와 주변 지역에 장기 허위 집회신고를 내는가하면 대체 차량 200여대를 준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78명의 집단해고 사태가 발생한지 40일이 넘도록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싸워온 고 박종태 지회장과 36명의 택배조합원은 23일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으로 옮겨 투쟁을 전개해왔고 29일 고 박 지회장은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라는 글을 남기고 잠적, 지난 3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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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박종태 지회장 약력

    – 1972.11.16일생
    – 2003. 화물연대 가입
    – 2005.~ 2007.2. 광주지부 사무부장
    – 2006.3. 삼성투쟁 고공농성 진행. 구속
    – 2007. 화물연대 중앙위원
    – 2008.5.~ 2009.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
    – 2009. 화물연대 대의원, 공공운수연맹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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