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3채는 있어야 국민인가?
    2009년 05월 06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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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로 접어든 4월 국회가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문제를 두고 시끄럽다.

지난 2월 이명박 정부가 강남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못’이자 ‘징벌적 세제’인 양도세 제도를 바로잡고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 때 국회에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도 ‘불법’으로 소급 적용하겠다고 해 집부자를 위해 국회의 고유 권한도 무시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집부자들의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데 대해 국민 여론이 좋지 않자 한나라당은 강남3구에 사는 집부자까지 깎아주는 게 아니라며 약간 수정한 내용으로 바꿔 밀어붙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마치 집 3채는 있어야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듯, 어떻게든 이들의 세금을 깎아주려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폐지 논란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오늘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문제에 대해 최근 제기되는 논란을 중심으로 공부해본다.

‘투기 억제세’에서 시작된 양도소득세

부동산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란 말 그대로 땅이나 집을 팔 때(양도) 얻게 되는 소득에 대해 물리는 세금이다. 1967년 ‘부동산 투기 억제세’에서 비롯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양도세는 투기로 얻은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를 억제하는 게 취지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에서 양도세는 투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유일한 장치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역대 정권이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양도세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바람에 투기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불로소득이 제대로 환수되지 못하고 대부분 사유화돼 빈부격차를 부채질해온 게 사실이다.

   
  ▲ 중앙일보 1968.1.6

집 3채 이상 세금 무겁게 매긴 사연

문제의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부과한 조치는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세청은 2000년부터 2005년 6월까지 5년여 동안 매매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을 조사하고서 경악할 만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간 동안 사고 판 아파트 2,351채 가운데 60%인 1,425채의 소유주가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들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아파트 가격은 2000년 1월 당시 2억5,500만원이었는데, 2005년6월에는 8억500만원으로 3.2배 뛰었다. 국토부 아파트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을 보면 작년 9월까지 거래된 28채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5,600만원에 달한다. 5년 전 아파트를 산 사람이 이를 팔았을 경우 시기에 따라서 한 채 당 최고 9억 원, 최소 3억5,000만원을 벌었단 얘기다.

결국 부동산 투기의 주범이 집을 세 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들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명백한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집부자들이 투기에 앞장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차단하지 않고는 투기를 잡을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고 이에 따라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불로소득 환수 비율을 높이는 양도세 중과 제도가 국회를 통과해 도입된 것이다.

2007년부터 사업과 상관없는 비사업용 토지를 투기 목적으로 소유한 경우에도 중과세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집 3채 이상 집부자 국민의 1%

그렇다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들은 얼마나 될까. 2005년 8월 당시 행자부가 발표한 ‘세대별 거주자 주택보유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세대)가 100명이라면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는 1명에 불과하다. 45명은 집이 없이 셋방을 떠돌고, 50명은 집을 한 채 갖고 있으며, 4명은 2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 해제 조치는 국민 1% 부자를 위한 감세안이다.

   
  

집부자들은 집을 몇 채씩 소유하고 있을까. 최고 집부자는 혼자서 1,083채를 갖고 있다. 회사 사택도 아니고 종교시설이나 문중 소유도 아니고 순전히 개인 명의의 집이다. 이 사람을 비롯해 10명이 5,508채를, 30명이 9,923채를 소유하고 있다. 혼자서 100채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은 모두 37명이다. 11채에서 99채를 소유한 사람은 1만4천786명으로 1인당 평균 20채씩 갖고 있다. 6채에서 10채까지는 2만5,685명으로 1인당 8채 꼴이다. 5채는 1만2,701명, 4채는 2만5,253명, 3채는 8만6,664명이다.

강남3구 제외해도 집 부자 92%가 혜택

정부 여당은 국민 1%에 불과한 집부자 감세안이 강남 집부자를 위한 강부자 정책이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이 되었는지, 양도세 중과 폐지에서 강남3구는 제외했다.

   
  

강남3구를 제외하면 집부자 가운데 얼마나 혜택을 못 보게 되는 걸까. 3채 이상 집부자 중 강남3구에 사는 사람은 8%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다수인 92%의 집부자는 이번 감세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강남3구를 제외했다고 해서 부자를 위한 정책이란 성격이 탈색되기는 어렵다.

더구나 부동산 부자들을 대변하는 일부 언론이 정부 말 믿고 집을 판 강남 집부자들의 피해를 거론하자 이명박 정부가 이들을 모두 구제해주기로, 즉 이들의 세금을 다 깎아주기로 했다는 발표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비만증’ 더 심해지고 있다

집부자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 여론이 따가운데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양도세 중과 폐지를 밀어붙이는 명분은 ‘경제 살리기’다. 물론 집부자들에게 투기 불로소득을 안겨줌으로써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살리는 경제가 과연 바람직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건설업 의존도가 높아 문제인 한국경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을 보면 작년 4분기 -5.1%를 기록했던 경제가 올해 1분기엔 0.1%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부동산 건설 분야에 막대한 재정지출을 늘리고(3.6%), 건설투자를 늘린(5.3%) 결과에 힘입은 건설업 설장 덕이었다.

실제로 건설업이 지난 해 4분기 대비 6.1% 성장한 것 말고는 경기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제조업(-3.2%)과 수출(-3.4%) 등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설업과 건설투자 성장률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현실화되기 이전인 지난 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0.6%와 1.7%가 높다. 한마디로 경제의 부동산 건설업 의존도가 더 극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건설업에 올인하고 집부자들 세금까지 왕창 깎아주는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사회의 빈부격차와 한국경제의 부동산 비만증을 더 악화시키고 말 것이다.

세계 11대 경제대국에서 삽이나 포크레인 아니면 경제를 운용할 수 없다면 얼마나 부끄럽고 무능하며 앞날이 캄캄한 얘기인가. 부동산 정책은 경기부양이나 부자 지원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부동산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한 복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자면 투기를 부추기고 불로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오늘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3채 이상 집부자들의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려는 정책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공부했다.

* 이 글은 오마이블로그 ‘손낙구의 세상공부‘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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