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IT산업 다 죽일라…설마 일부러?
        2009년 05월 04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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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일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세계 각국의 정보화 수준을 측정해 처음으로 발표한 정보통신 발전지수(ICT-Development Index) 결과에서 대한민국은 154개국 중 2위를 기록, 최상위 위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U의 발표는 바로 다음 날인 3월 3일자로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언론에 소개되었고, 주요 보수언론들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경제부문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쾌거(?)라고 판단해서였는지,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고개 갸우뚱하게 만든 은메달

    이날 많은 네티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보통신부를 없애고, 인터넷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을 감시와 통제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으며, 정보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이 나라가 세계 2위의 정보사회라는 결과가 잘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국제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2008년 하반기 6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그해 정보기술(IT) 산업 경쟁지수에서 한국이 전년보다 5단계 하락한 8위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ITU의 발표는 더욱 신뢰하기 힘든 것이었다.

    여러 언론에 관련 보도가 나가고 네티즌들에 의해 그 의문이 풀리는 데에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ITU 조사·발표의 근거 통계가 2007년도 자료로,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기 전까지의 대한민국이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IT정책을 결정하는 3인. 왼쪽부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 대통령, 박찬모 과학기술특보.

    2MB의 IT산업 죽이기…설마 일부러?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은 연일 ‘경제살리기’라는 화두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고, 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나름의 대책을 열심히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 등 거시경제정책은 물론이고, 개별산업 육성에 관련된 미시정책에 이르기까지 정부여당이 벌이고 있는 사업들은 당면한 문제의 해결보다 파국으로 가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IT산업이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네티즌들은 사이버 망명을 떠나기 시작했고, 한국 IT산업의 근간을 지켜온 주요 포털업체들은 존립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지난해 9월4일 KBS를 통해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 – 질문 있습니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IT기술의 발전은 일자리를 줄였지만 녹색성장시대 일자리는 정보화시대보다 3배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IT업계 종사자들은 ‘IT산업 죽이기’ 발언이라고 흥분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IT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었고, 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전 10년 정부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일부러 IT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음모론의 근거로는 정부 출범에 앞서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등 과학기술 관련 부처를 다른 부처에 통폐합해 사실상 없애버린 것이 대표적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참여정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IT’라는 용어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국가경제의 주요 분야로 자리잡은 산업 하나를 일부러 죽이려 한다는 해석은 그 근거의 타당성과 설득력은 별개로 하더라도 너무 과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악의’ 보다 ‘몰이해’가 더 커보여

    물론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경제정책의 기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IT산업의 쇠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미필적 고의’의 정황은 충분히 있지만, 좀더 상식의 세계에서 정부의 정책을 해석한다면, 일련의 사태에서 근본원인은 ‘악의’ 보다 ‘IT산업에 대한 무지 혹은 몰이해’쪽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IT업계는 정부 정책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좌절과 고뇌, 분란의 시기를 보냈다. 우선 정부와 공기업 발주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예산의 집행이 늦어지거나 삭감되는 일이 속출하면서 관급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던 업체들이 존립의 위기를 맞았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8년 한 해 동안 총 1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물론 금융위기의 간접적 영향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사실 이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정부의 소프트웨어 관련 예산 삭감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병·의원의 보험료 청구 오류 여부 점검 프로그램을 2009년 말까지 자체 개발해 전국의 요양기관에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일을 꼽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새롭게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같은 유형의 프로그램은 이미 민간업체에 의해 개발돼 시장에서 공급·유통되고 있던 상황이다. 멀쩡하게 돌아가던 시장 하나를 정부기관이 없애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니 업계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IT 시장 자체를 죽이는 정책들 외에 IT업계 종사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이른바 ‘당근’이라고 들고 나온 일은 이명박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소통의 부재’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엽기적 정책

    정부가 IT업계에 ‘당근’으로 들고 나온 정책은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도’로, 지난해 말 법 개정을 통해 이미 시행에 들어간 상태. 이 제도는 창업과 폐업, 이직이 많은 IT벤처업계의 특성상 종사자들의 경력을 관리·증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기관인 한국 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기술자들의 경력을 관리·증명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라는 광범위한 업무 분야의 경력을 단일한 신고제도로 관리·증명하겠다는 발상의 유치함과 함께 경력증명에 필요한 제반서류나 관련 자격증 및 관련학과 재학증명서를 실제 현업에서 활동한 내용보다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은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는 현업 종사자들의 반발만 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소프트웨어 사업자’로 신고되지 않은 회사에서 일한 경력은 소프트웨어 관련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사업자로 신고된 회사에서 근무했다면 개발 분야와 무관한 일을 했더라도 경력이 인정되는 이 ‘엽기적’인 대목에 이르러서는 가히 할말을 잃게 만든다.

    또한 현 시점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도’를 권고사항으로만 두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달리 일부 공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발주시 입찰자격에 관련 증명서 제출을 포함시킨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현업 종사자들의 불신만 키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대통령이 4월22일 제54회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IT업계 관계자들을 청와대 오찬 모임을 가졌다.

    한국 떠나는 네티즌들, 한국 IT의 강점 토종포털 소멸? 

    최근 네티즌들 사이 최대 화두의 하나는 ‘사이버 망명’이다. 웹브라우저의 첫 페이지를 구글로 바꾸고, 주사용 이메일을 지메일 등 외국 사이트로 옮기는 기초적인 이사부터 시작해, 블로그와 동호회 활동 기반 전체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하는 네티즌들도 늘어가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계 모든 국가들 중에서 구글과 야후 등 미국계 포털업체보다 토종 포털업체가 더 강한 시장 장악력을 보이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인데, 한국마저 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류에 휩쓸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이 토종 포털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떠나도록 결심하게 만든 이유는 ‘자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에게는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사정당국의 전방위 감시로 인해 댓글을 달 자유가 없고, 저작권법 강화로 인해 ‘펌질’의 자유가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 상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로 정치에 대해 논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경제논객 미네르바의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 과정은 많은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검찰이 주경복 교수 주변인사 100여명의 최장 7년치 이메일을 압수수색해 열어봤다는 사례는 네티즌들이 굳이 한국계 사이트를 이용해야 할 마지막 근거를 앗아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요청한 ‘포털사업체 관련조사’ 관련 답변에서 "인터넷실명제,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가 도입될 경우, 사이버 망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런 사이버 망명이 촉발될 경우, 검색, 이메일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 인터넷 포털업체에 큰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자국의 인터넷기업이 인터넷시장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경우가 예외적 현상으로 우리의 정보를 자국의 기업이 생산·축척한다는 의의가 있다"면서도, "연구개발비와 자산규모 비교를 통해 볼 때 구글은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 규모이기 때문에 구글에 의한 인수합병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창(?)하는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

    지난해 6월 촛불집회 생중계로 유명해진 아프리카TV 문용식 대표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건 등을 계기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해외 망명지’ 건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7월에는 미국에 서버를 둔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가 개설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를 개설한 ID ‘조나단’은 사이트에 대해 "이 사이트는 아고라든 아고리언이든 민주2.0이든 ‘대체’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며, "어디까지나 보완책이고 자료 백업을 위한 차선책이며 다른 곳들이 모두 무너질 것에 대비한 최후의 보루"라고 밝혔다.

    조나단은 같은 글에서 "솔직히 이 사이트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이 사이트로 사람들이 모여든다면 그건 국내 포털과 국내 개인 서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뜻이겠지요. 결코 그런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나단의 바람과 달리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에 누적되는 게시물의 양과 업데이트 속도를 보면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국내 포털과 개인서버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는 말이다.

    한편 ONI(OpenNet Initiative)가 발표한 세계 인터넷 검열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두 번째로 검열이 심한 ‘substantial(상당히 심각한)’ 카테고리에 속한다. 이 카테고리에 속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바레인, UAE, 예멘 등 4개국.

    가장 검열이 심해서 ‘인터넷의 적’으로 분류된 나라는 벨라루시, 버마, 중국, 쿠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튀니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짐바브웨 등이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한국은 전국민을 하나의 신분체계로 묶어놓는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존재와 북한에 대한 모든 정보 접속 자체를 금하는 국가보안법 때문에 인터넷 자유도 면에서 상당히 낮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같은 수준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해 제대로 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머지 않은 미래에 ‘인터넷의 적’ 리스트에 남북한이 나란히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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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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