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논쟁을 다시 하자고?
    2009년 05월 02일 09: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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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교수에게

글이 참 격조 있습니다. 가만있으려니 얼굴이 화끈거려 글을 씁니다. 손 교수의 인식은 조승수 당선자와 전혀 다를 바 없어 마치 조 의원의 육성을 접하는 느낌입니다.

탈당과정을 상기하며 민주노동당이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라고 또 한번 확인사살했습니다. 그것이 손 교수만의 사회과학이라면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굴러들어온 돌에게 밀려 (진보신당파가)탈당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진보신당을 구성하는 소위 평등파들은 박힌 돌이라는 말인데, 박힌 돌이 떠밀릴 정도였다면 평등파의 토양자체가 공고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까? 그래서 이어지는 결론은, 떠밀릴 정도로 평등파의 정치력, 조직력이 미약했던 점에 대해 먼저 반성의 기회를 갖는 것이 패권주의를 밝히는 실체인 것 같습니다.

진보신당의 원내진출이 갖는 의미를 기술한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조 후보의) 이번 당선은 보수와 기득권의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고 있는 사법부에 대해 대중이 민심의 판결을 통해 불신임 투표를 하고 정의를 실현해준 쾌거라고 할 수 있다”라는 대목은 감정이입이 너무 과도하게 된 것 같습니다.

후보 단일화, 노동은 없었다

그런 흔적은 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민주노동당과 거대 보수정당들과 상대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알리는 것에 비해 이번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차라리 ‘쉬운 장난’ 같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민주노동당과의 후보단일화가 승리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체면치례 인사는 가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쉬운 장난과 같은 선거승리를 위해 60일이 넘는 지뢰밭 같은 단일화 협상이 진행됐습니다. 진보정치 일번지라는 울산 북구에서 조합원 총투표가 무산됐으며, 그 과정에서 노와 당 간의 갈등이 벌어졌고,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다가 민주노동당 대표가 문적박대 당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단일화의 기회비용치고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민주노동당의 노동이, 진보신당의 진보를 이루는 핵심인 노동이, 중심이 될 수 없는 선거가 과연 제대로 된 단일화였는지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그동안 노동운동에게 가한 업보이기 때문에 공통으로 짊어져야 하는 몫일 뿐, 손 교수의 관심사항이 될 수 없습니까?

울산에서 돌아가는 맥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강단 사회주의자’로서의 소신을 밝힌 것이라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러나 손 교수의 좌파적 글쓰기가 합당하게 평가받으려면 손 교수가 지적할 것은 노동의 참여가 없었던, 노동이 부재했던 선거과정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두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울산본부, 더 엄밀히 말해 현대자동차 노조집행부에게 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균형 잃은 글쓰기, 강단 사회주의자의 소신(?)

이런 중심내용이 빠졌기 때문에 손 교수의 글이 균형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진보신당의 앞날만을 걱정하고 있으니 노동의 문제를 배제한 진보정당에 대한 문제제기가 순수하게 읽혀지지 않습니다.

“MB심판과 원내진입이 중요하지만 분당의 원인이었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변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후보단일화는 그 자체가 혼란스러운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정당과의 선거연합에 대해 재고하고, 재통합의 압력에 대해 경계하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먹튀입니까? 여하튼 선거에서 승리했으니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다시 단절하라는 말로 들립니다. 손 교수의 글은 당내 다수파를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로 규정하며 선도탈당한 전력이 있는 조승수 당선자에게 다시 예전의 결기를 되찾으라는 격문으로 읽힙니다.

손 교수, 정말 패권주의가 문제입니까. 그것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화해할 수 없는 이유입니까?

패권주의로 당이 분열했다는 주장은 당을 깨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집단최면’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패권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단병호/심상정/노회찬 의원, 김혜경 대표,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 장상환 진보정치연구소장이라는 직책이 어떻게 설명이 됩니까? 그 때는 자주파가 당에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당내에 ‘똑똑하고, 인지도가 높지만 사회주의는 부정하는’ 공직 또는 당직 후보가 있다고 칩시다. 이 후보를 ‘좌파’는 지지해야 합니까? 답은 ‘아니오’입니다. 이른바 ‘연합’의 표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심상정 전 의원, 노회찬 전 의원 대신 권영길 의원을 지난 대선에서 지지한 것은 그들의 노선의 표현일 뿐입니다.

그것을 두고 ‘패권’ 운운하고, 그것도 모자라 희한한 언어인 ‘종북’이라는 레떼르를 붙인 것은 진보정치를 운동의 관점, 다시 말해 정치노선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입니다. 당의 분당을 패권주의에서 찾아서는 해답이 나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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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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