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이명박 중간성적 '빵점' 준 것
    울산 단일화 최대 공신은 지역 민심
        2009년 05월 01일 06: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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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의 분열과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으로 인한 검찰 조사 논란 속에서 진행된 4월 29일 재·보궐 선거의 성적표는 아주 깔끔했다.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오대영(5:0)이고, 경기 시흥시장까지 포함하면 육대영(6:0)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매긴 중간 성적은 영점, 즉 빵점이라는 소리다. 한나라당 스스로도 참으로 면목이 서질 않는 결과일 터이다.

    국민들의 평가는 준엄했다

    이명박 정부가 일반 서민이나 지방 사람의 살림살이 보다는 서울의 부자들 먹고사는 문제에 세심한 관심과 극진한 정성을 기울여 왔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힘 있는 야당이 부재하고, 전대미문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 달라는 호소가 어느 정도는 먹히고, 지역적 기반과 맞물리면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할 줄로 알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평가는 준엄했다. 대운하 삽질, 의료·교육·물·가스의 민영화, 부자 감세, 언론 탄압과 민주주의 말살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국민들은 ‘아니다’라는 분명한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의미 있는 대목의 하나는 울산 북구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의 당선이다. 창당 1년 만에 진보신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는 결과보다도 그 과정에서 보다 큰 의미를 찾아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 주류의 소위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 이를 명분으로 분당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진보정당이다. 

    그리고 이번 울산 북구의 조승수 후보는 분당 과정을 앞장서 주도했던 인물이었고, 민주노동당 주류로부터 분당의 원흉으로 찍혀 있던 사람이었다. 울산의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조승수와 김창현의 인물 대결이었기에 진보정당의 후보 단일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선거가 시작되고 나서 확인된 지역의 민심은 진보정당의 단일 후보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진보정당 간에 둘로 나뉘어 표 달라며 돌아다니지 말라는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고, 부자정당 한나라당에 대항할 수 있는 단일한 대오를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에 성공하여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당선되기는 하였지만 이번 단일화의 최대 공신은 지역 주민의 민심이었다는 점을 진보정당은 잘 새겨보아야 한다. 노동자의 도시 울산북구의 민심은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능력 있는 현실 진보정치세력을 원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선의를 주로 앞세울 뿐 노선과 가치에 따라 분화되고 쪼개진 무기력한 정치집단에게는 표를 줄 마음이 없다는 것, 비록 진보정당이 승리한 선거였지만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진보정당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

    전주와 경주의 무소속 당선의 결과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벌어진 이변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수도권 1개소와 시장 선거 1개소에서 승리를 하였다고 자위하면서, 수십 년 텃밭이었던 전주 2곳 모두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전남 장흥과 광주의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에게 졌다. 민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동영이라는 유력한 지역정치인의 존재 이외에도 현재 민주당에 대한 지역 주민의 거부감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 드러난 선거 결과이다.

    민주 세력이 피땀으로 이룩한 정권을 무기력하게 내어주고도, 국민을 위한 비전 제시나 정책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이전 정부에서 시행하던 정책을 되풀이하여 읊조리거나, 참여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정책마저도 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현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것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면 민심이 더 이상, 제1야당의 자리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경주의 결과 또한 한나라당에게 비슷한 교훈을 주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 장흥과 광주 서구의 지방선거 모두에서 민주노동당이 낙승을 하였다는 점에서 크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한나라당 지지세가 거의 없는 민주당의 지역주의 정치공간인 호남에서 진보정당이 승리를 거두고, 민주당의 지지세가 미미한 영남에서 한나라당의 지역주의 정치를 진보정당이 넘어설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진보정치 가능성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지역주의 정치 극복 가능성 보여준 진보양당

    한편, 인천 부평 선거에서는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을 준다. 보수 여야 정당이 2강이 되고 진보정당이 1중을 이루는 선거구도는 실제의 투표결과에서 2강 1약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면서도 실제투표에서는 민주당을 찍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진보정치의 승산이 없다. 애초부터 3강의 구도, 또는 보수와 진보의 2강 구도가 되도록 진보의 힘을 비약적으로 결집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순한 재결합 이상의 그 무엇이 될 새로운 계기와 새로운 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주장해온 ‘복지국가 정치연합’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번 4.29 재·보궐선거의 결과에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경고가 담겨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진보정당과 민주당에게도 만만치 않은 고민과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이 땅의 모든 정치세력과 정치인들이 민심에 더욱 겸허해지기를 희망한다.

    2009년 5월 1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www.welfarestat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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