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양당 외연확대 노력 가속화될 것"
    By 내막
        2009년 05월 01일 03:14 오후

    Print Friendly

    4·29 재보선은 끝났지만 진보정치권의 앞으로 방향과 전략에 대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선 이야기될 수 있는 부분은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진보정치의 발전과 성장에 활용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당선 가능성’ 중심으로 결집한 재보선 민심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반MB 정서는 비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단일화 요구를 불러일으켰고, 모든 선거구에서 민심은 정부여당에 대응하는 후보군 중에서 ‘당선가능성’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울산북구의 경우에도 인위적 단일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셌고, 진보신당의 당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조승수 후보가 ‘인물론’을 무기로 단일후보가 되어 결국 한나라당에 압도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 사진=진보신당

    민심은 ‘하나된 진보’에 힘을 실어주었지만 울산북구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보여줬던 감정적 앙금과 불신의 골은 매우 심각해보였고, 이번 단일화를 통해 오히려 골이 더 깊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와 함께 민노당 내 일각에서는 ‘분열의 상징(조승수)이 국회의원 되었으니 진보정당 재통합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회찬 "과거의 불신 확인, 치유에 필요한 상황 파악 성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4월30일 "양당의 골이 더 깊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며, "양당 사이에 어떤 골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확인했고, 과거에 있었던 불신을 확인했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를 치유하는 데 필요한 상황 파악을 한 성과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번 단일화 과정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경쟁 방식의 틀의 전범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서로 상처 내는 경쟁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미 우리는 한 단계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대표는 "분열이건 분화건 찢기는 아픔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분화"라며, "단일화 과정에서 확인한 양당의 지지도를 합하면 이전에 울산에서 한 번도 얻어보지 못한 지지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노 "분화와 경쟁 통한 외연 확대 성과"

    노 대표는 "(분화와 경쟁을 통해) 진보정당이 이전에 이루지 못했던 당의 외연을 넓히는 과정이 만들어졌고, 양당이 스스로 결점을 없애려는 노력들이 진행됐으며,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 대표의 지적처럼 ‘분화와 경쟁을 통한 진보정당의 외연확대’라는 측면과 함께 이번 재보선 결과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각종 선거국면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이른바 반MB세력의 관계설정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하나의 중대한 선례가 되었다.

    박승흡 "단일화 프레임, 민노당 성장 방해하는 덫"

    그런 측면에서 후보단일화 다음날인 27일 "조승수 후보에 승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민노당 대변인 및 최고위원 당직을 사퇴한 박승흡의 일성은 그 옳고 그름의 여부를 떠나 재보선 이후 진보 양당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 박승흡 민주노동당 전 대변인

    박승흡은 4월27일 당직사퇴에 앞서 민노당 당원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단일화라는 프레임은 앞으로도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고,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성장을 방해하는 덫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승흡은 이날 "조승수 후보가 ‘진보정당 단일후보’라는 데 결코 승복할 수 없다"며, "단일화가 되어 모든 언론들이 민주노동당을 칭송할 때 당직을 사퇴하게 되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이 칭송이 얼마나 이어질지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칭송이 얼마나 이어질지 지켜보겠다’는 박승흡의 말은 앞으로 이어질 각종 선거에서 ‘후보단일화’ 프레임이 작동할 때마다 민노당이 처하게 될 딜레마를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진보진영 내에서 끊임없이 토론되었던 ‘비판적 지지론’과 ‘독자세력론’이라는 화두가 새로운 방식과 형태로 토론의 장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는 말이다.

    김장민 "인물 없으면 집권 불가능"

    박승흡의 주장과 같은 선상에서 민노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30일 ‘4.29재보궐선거 평가’ 보고서에서 "진보가 고결해도 인물이 없으면 집권할 수 없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보고서에서 새세연 상임연구위원 김장민은 이번 선거로 민노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같은 지역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전국정당으로서의 위치를 확인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분당 이후 고질적으로 나타난 전국적 스타 정치인의 부재라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김장민은 "수도권에서 민노당의 결정적인 한계는 대중을 흡입할 수 있는 블랙홀 같은 인기정치인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며, "중도정당이나 진보신당은 조직적 기반이 취약한 반면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여론정치에 능숙한 전국적인 스타급 정치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민노당 ‘스타 부재’…원인과 대안은?

    민노당의 ‘스타 부재’에 대한 대안으로 김장민은 "반MB대연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등 중도정당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후보를 공세적으로 내세운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장민은 "수도권 광역단체장의 경우 민주노동당의 간판으로 ‘반MB대연합’이 가능한지, 당내에 그런 후보가 있는지, 당밖에 있다면 당의 후보로 나설 의지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장민은 "중도정당은 그러한 선거연합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고, 나아가 대중적 흡입력이 있는 민노당 후보가 있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당선가능한 후보로 보고 표를 몰아줄 곳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해 앞으로 선거에서 민노당이 처하게 될 고민의 깊이가 작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스타 없는 민노당 vs 스타밖에 없는 진보신당

    울산북구 재선거 후보자TV토론에서 조승수 후보는 "진보신당 사람들이 민노당 창당의 핵심주역들이지만 분당하면서 볼펜 한 자루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보선 이후 민노당 내부에서 쏟아지는 담론들을 보면 진보신당이 민노당에서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야말로 민노당의 기둥뿌리들이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 보면 민노당이 기왕에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스타 정치인’ 강기갑 대표가 이번 단일화 국면에서 보여준 무기력함(?)은 현재의 민노당 조직이 과연 스타를 키우기에 적합한 구조와 분위기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측면을 시사한다.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대표는 "이번 단일화를 통해 승리에 이르는 길은 두 정당 모두 완성된 상태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며, "보수, 진보정당을 넘어 두 정당의 존재에 대해 국민이 물음을 던진 것이다. 진보정당의 완성을 위해 강력한 추동력을 발휘해야겠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의 ‘두 정당 모두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는 지적은 민노당 내부에서 스스로 자각하고 것과 같은 ‘스타의 부재’ 외에 진보신당이 보여준 조직력 열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 울산북구 선거에서 민노당은 거의 한나라당에 필적하거나 때로는 압도하는 조직력을 보여준 반면 진보신당의 경우 총력지원체제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당들에 비해 확연히 드러나는 조직력 열세를 드러냈다. 민노당이 ‘스타부재’를 고민하는 반면 진보신당은 ‘스타’ 외에 가진 밑천이 별로 없음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셈이다.

    선거공학적 측면 – 정치신인 소외시키기

    한편 이번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를 ‘스타’와 ‘프레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하는 측면은 선거국면 전반에서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논쟁의 장 바깥에 존재했고, 이것이 정치신인 박대동의 인지도와 이미지 강화에 상당히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역대 선거는 물론 이번 재보선에서 무소속 정동영 후보가 그랬듯이 인지도와 지지도가 타 후보를 압도하는 후보가 TV토론 참여를 거부하고, 보수언론들은 도전자에 대한 의도적 무시하기를 통해 성장 기회를 차단하는 방식은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공학적 측면들은 현실정치 국면에 계속 존재해온 것이기 때문에 진보정당들로서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고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이에 대한 수세적 대응을 넘는 공세적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