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재벌-보수 동맹을 이겼다
    2009년 04월 30일 0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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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당선의 의미

조승수는 의원직 상실 4년 만에, 진보신당은 창당 1년여 만에 여의도에 자리 한 석을 차지했다. 특히 진보와 보수의 한판 대결이자, 재벌의 상징이자 차기 대권을 노리는 대표적인 보수정치인 정몽준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한판승’이었다.

   
  ▲ 당선이 확정되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전 대표, 조승수 후보, 노회찬 대표, 노옥희 공동선대본부장(사진=이상엽 사진작가) 

돋보이는 한판승

진보신당으로서는 이번 승리가 ‘조승수’라는 인물을 경유하긴 했지만 ‘이명박 정권 심판’을, 특히 ‘진보’의 기치를 들고, 영남에서 이뤄낸 정당이라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대안야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조승수 후보와 진보신당”이라며 “실제 ‘보수 대 진보’의 선거가 이곳에서만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진보신당은 지역기반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의 고향’, 울산에서 새 출발을 한다는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전 대표도 “이번 울산북구 선거는 대안야당 부재로 고통을 받는 유권자들이 오만과 독선을 드러내고 있는 한나라당을 진보정치 세력이 준엄하게 심판하라는 소임을 맡겨준 것”이라며 “진보세력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북구의 승리를 출발점으로 삼아 10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후보 단일화가 던져주는 복합적 의미

이와 함께 당선의 일등 공신인 ‘후보 단일화’는 진보신당에게는 복합적인 의미와 과제를 안겨줬다고 볼 수 있다. 단일화가 특정 조건에서 채택될 수 있는 전술인가, 민노당 등 진보진영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의 기준인가 하는 점은 진보신당이 실천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됐다. 이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조승수 당선인은 물론,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예비후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조승수 당선인은 ‘당선 소감문’에서 “오늘 저의 승리는 진보진영 단일화를 함께 이뤘던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후보 공동의 승리”라는 점을 강조하며서 경쟁자 김창현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표현했다.

노회찬 대표는 "민주노동당도 전남에서 큰 성과를 이룬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앞으로 진보정당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관계 진전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해 ‘경쟁을 통한 진전’이라는 음미해볼 만한 발언을 했다.

심상정 전 대표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큰 결단을 내려주었던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후보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민노당과 김창현 후보에게 "앞으로 진보정치세력이 대안세력으로 성장하는 길에, 국민들과 노동자 서민들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대안세력으로 성장하는 길에 함께 하자"고 말해 표현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노 대표와 결을 같이 하는 발언을 했다.

앞으로 진보 양당의 관계 정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상되는 민노당 내부의 선거 패배 후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귀결될지도 이와 관련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정치 방침 변화 계기될 수도

또한 이번 선거는 복수의 원내 진보정당 시대를 열어놓음으로써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맡아왔던 진보의 중심축이 일정부분 진보신당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 원내정당과 원외정당의 발언력과 영향력의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 현대차 윤해모 지회장과 당선의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 (사진=이상엽 사진작가)

이와 함께 울산 북구의 내부 경쟁 과정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정치 방침을 둘러싼 논쟁과 맞물리면서 진행됐다. 조승수 후보의 당선은 민주노총의 기존 방침이 현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으며, 이것이 대중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됐다는 점도, 민주노총의 향후 정치 활동과 관련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분당 이후 싸늘했던 현장의 시선이 적어도 특정한 한 쪽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진보신당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점도 진보신당으로서는 소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단일화 없으면 투표도 없다’는 현장의 높은 목소리가 말해주는 것처럼, 진보진영의 대통합 과제 이행을 현장에서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 한층 분명하게 확인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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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당선 배경

정당 지지율로만 보면 조승수 후보가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지난 15일 <울산M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역에서 진보신당의 지지율은 5.4%. 그러나 조 후보는 같은 여론조사에서 32.6%나 나온 한나라당 후보를, 그것도 비교적 큰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전략과 인물의 승리

당내외에서는 이번 조 후보의 승리를 ‘전략과 인물의 승리’로 꼽고 있다. ‘후보단일화’로 선거이슈를 선점했고, 단일화 이후에는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주요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 측은 단일화 프레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단일화 된 이후에 다급하게 낡은 색깔론을 꺼내들며 자멸했다.

‘단일화’는 이번 선거 내내 핵심 관심사였다. 비록 그 시점이 늦어지면서 ‘피로도’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기어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자동차 지부가 지지를 선언하는 등 막판에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차 지부는 직접 후보의 선거유세까지 돕기도 했다.

보수진영 단일화 실패도 조 후보 측에 호재였다. 김수헌 무소속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9.41%를 득표하면서 보수진영의 표를 분산시켰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박대동 후보와 김수헌 후보가 단일화가 되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프레임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그러나 이번 단일화를 향후 선거까지 확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울산북구는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당선이 가능한’ 지역이었고, 이번 단일화 과정도 양당에겐 감동보다 상처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박승흡 대변인이 이번 후보단일화에 반발해 당직을 내놓으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단일화가 의미가 있지만 보편적 원칙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믿음의 정치 승리하다

또한 본선보다 힘든 예선에서 1.5% 포인트 차로 조승수 후보가 김창현 후보를 누른 데에는 노회찬 대표의 용병술이 한 몫 했다고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2004년 총선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김용신 기획실장, 한경석 조직실장, 오재영 비서실장 등 ‘돌아온 용사’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이다.

   
  ▲ 사진=이상엽 사진작가

또 다른 당선의 원인은 조 후보 본인이다. 97년 시의원 당선 이후 북구청장, 17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4.29 18대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조 후보는 4전 4승을 했다. 지역에서의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정치 경험은 이 지역에서 조 후보 당선을 이끌어 낸 핵심이다.

조승수 후보도 이번 선거 승인에 대해 “단일화를 성사시킨 것과 민주노동당-김창현 후보가 승복해 준 것이 결정적”이라는 점과 더불어 “북구 주민들과 그동안 계속 만나왔고 오랜 관계를 가져왔다. 북구 주민들의 그에 대한 믿음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조승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며 “대게 진보정치인이 선거에서 이름 알리기에 급급했던 것과 달리 조승수 후보는 처음부터 큰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는 4년의 정치공백에도 이번 선거기간 동안 인지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상대적으로 박대동 후보는 여당 후보라는 강점이 있었지만 조 후보에 비해 지역 인지도는 상당히 낮았다. 조 후보 측에서는 “만약 한나라당의 후보가 김수헌 이었다면 더욱 어려운 싸움을 벌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원의 힘

이러한 높은 인지도는 울산북구가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독특한 케이스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조승수 후보의 지역활동이 기반이 되어 있다. 결국 제2의, 제3의 조승수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진보신당의 지역활동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진보신당의 한 당원은 이번 조 후보의 당선에 대해 “진보신당의 승리라기 보다는 조승수의 승리라고 보는 편이 맞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어 "진보신당이 후보의 승리를 당의 승리로 가져오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역에서의 활동 없이 또 다른 조승수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보신당 당원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평일에는 70~80명, 주말에는 150여명이 울산을 찾아 총력 지원했다. 부산시당의 경우에는 아예 울산을 떠나지 않았다. 직접 오지 않더라도 당원들은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지원하며 울산을 격려했다. 진보정당 특유의 자발성이 이번 선거에서도 빛을 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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