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정권 심판은 이제 시작됐다"
    By 내막
        2009년 04월 30일 12: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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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 재보궐 선거 결과의 가장 큰 의미는 한나라당의 5대 0 완패라는 현상이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처럼 이명박 정권과 여당에 대해 국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는 점이다. 부평, 시흥 등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에 밀렸으며, 정몽준이 붙박이로 지원한 영남권의 경우 울산에서는 진보신당에 걷어차였고, 경주에서도 무소속이라는 이름의 ‘박근혜 사당(私黨)’에 나가떨어졌다. 격렬한 내분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명박 참패, 정당정치 후퇴

    민주당의 경우 수도권에서 당선함으로써 정치적 승리를 획득했지만, 전북의 패배는 당의 내홍을 가져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흔쾌한 승리’로 평가하기엔 ‘찝찝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특히 대선 후보에서 ‘동네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전락한 정동영 변수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창당 1년 여만에 원내 진출에 성공한 진보신당은 ‘잊혀져 가는 정당’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평가되며, 1석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은 이번의 ‘승리’를 통해 진보진영 통합의 주요 주체로 자리잡게 된 동시에,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탄력을 받으면서 당세를 확장할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단일화 패배 이후 이미 대변인 사퇴 등에서 예고된 것처럼 내분을 겪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광주 전남 지역에서 광역, 기초 의원 두 명을 탄생시킨 것은 민주노동당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이번 재보궐 선거의 또다른 특징은 정당 정치의 ‘퇴행’이다. 민주당의 전 대표는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며, 이후 다시 복당이 예정돼 있으며, 경주의 경우도 집권당 내부의 권력 투쟁이 무소속 후보의 승리라는 기묘한 결과를 낳았으며, 울산의 경우도 가장 낮은 정당 지지율을 기록한 진보신당의 후보가 당선됐다. 정당보다는 계파, 인물 중심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자 위해 민주주의 후퇴시킨 MB 심판"

    이번 4·29 재보선은 ‘미니총선’이라고 불렸다. 5곳의 국회의원 선거와 1곳의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진 이번 선거는, 공교롭게도 영남 2곳, 호남 2곳, 수도권 2곳이어서 한국의 정치구도와 민심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지역구성이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참패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협박정치·협박경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수도권 접전 지역인 부평과 시흥에서 민주당 후보가 진보 후보의 표 잠식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야당의 필요성에 대한 인정도 있겠지만, 반 이명박 정서가 그만큼 강하게 구축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번 재보궐 선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일정과 겹치기도 했고, 판세가 집안 싸움으로까지 번진 측면이 있지만 결국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표는 또 "이명박 정부는 이제 옐로카드를 받은 것"이라며, "현 정부가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을 선회하지 않는다면 올 10월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레드카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한 마디로 오만과 독선을 드러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부자경제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의 힘과 정몽준의 ‘정치적 사망’

    울산 북구는 진보진영 단결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지역의 대표적 정치인 정몽준에게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정치적 사망선고’에 가까운 판정을 내렸다. 이번 울산 재선거의 중요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진보진영 단일화 성사 여부와 정몽준 효과 두 가지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선거 막판 극적인 후보단일화에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이른바 ‘단일화 피로증’이 생기기도 했지만 울산 유권자들은 과정 자체보다 진보진영이 힘을 모았다는 결과에 점수를 주고, 힘까지 실어주었다. 

    진보진영 단일화만큼이나 대형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관심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대목은 ‘정몽준 효과’가 ‘허당’이라는 것이 증명됐다는 점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정몽준 최고위원에게 지난 27일 "울산 선거를 도맡아 해 주셔서 고맙다"며, "그렇다고 책임지라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농담(?)을 했는데, 이번 선거 결과는 박희태 대표와 정 최고위원이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울산과 이웃해 있는 경주에서 박근혜 최고위원이 단 한 마디의 말(이상득 의원에 의한 정수성 후보 사퇴압력 의혹에 대해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발언)과 그에 이어지는 침묵으로 무명의 정치신인을 당선시킨 것은 정몽준 효과의 초라함을 더욱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이번 재보선에서 정몽준 효과의 ‘존재감 없음’ 만큼이나 분명하게 나타난 것은 박희태 대표의 지도력과 정치적 판단력 부재였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컨셉을 ‘경제살리기’로 잡고 그에 걸맞는 경제후보를 공천했다고 자부했지만, 그 과정에서 당내 민주주의와 ‘절차’의 파괴에 따른 후유증은 심각했다.

    민주당보다 정동영 살리기

    경주와 함께 전주의 재보선 민심은 각 지역의 대표적 정치인이자 차기 대권주자를 살리고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민심이 이번 재보선에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을 불러왔다.

    경북 경주 선거구에서는 출구조사나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친박근혜를 표방한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를 압도했다. 이는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 3인방’에 대한 영남 유권자들의 감정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북 전주의 경우 정동영 후보의 당연한 압승이 예상되었던 덕진 선거구는 둘째치고 완산갑에서 민주당 이광철 후보를 정신연대의 무소속 신건 후보가 압도한 것은 전북의 민심이 ‘민주당 살리기’ 보다 ‘정동영 살리기’에 몰입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4월29일 밤 재보선 결과에 대해 "선거결과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했었는지 되돌아보겠다"고 논평했다.

    윤 대변인은 논평을 "더욱 잘하라는 채찍으로 여기고 앞으로도 경제 살리기에 열심히 매진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이는 바로 앞 문장에서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했었는지 되돌아보겠다"고 말한 뜻을 1초만에 뒤집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지금과 같은 방식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거부의 뜻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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