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광장 밝힌 1천여개 촛불
    “MB정부 장례위원회를 만들자”
    By mywank
        2009년 04월 30일 02: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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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 모인 1,000여개의 촛불들은 ‘잊혀진 용산’의 기억과 아픔을 다시 밝히고 있었다. 영정 앞에 바칠 국화꽃이 더 이상 없었지만, 추모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공동주최로 이날 저녁 7시부터 열린 ‘용산 참사 100일 범국민추모제’는 5월 초까지 이어질 ‘대정부 총력투쟁’의 시작이다. 

       
      ▲29일 ‘용산 참사 100일 범국민추모제’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미선 씨가 살풀이 공연을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오후 경찰은 당초 추모제가 예정된 서울시청 앞 광장을 경찰버스 수십대로 둘러싸는 등 집회를 원천봉쇄했으며, 주최 측은 행사 2시간 전 장소를 급히 변경했다. 또 추모제 전 참사 현장에서 집회장소로 행진하려던 유족과 범대위 소속 단체 활동가들을 제지하면서, 양측 간에 가벼운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천봉쇄 속 추모제 강행

    이날 ‘참사 100일 추모제’는 김미선 씨의 살풀이 공연을 시작으로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집회에 참석한 철거민들은 ‘봄이 왔습니다. 이 땅에 봄은 언제’, ‘여기에 사람이 있어요. 살려 주세요’, ‘명박이 때문에 개고생’ 등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나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무대 위로 올라 “오늘 우리는 ‘이명박 정부 장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격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났는데, 대통령은 ‘죄송하다’라는 말 한마디도 없다. 또 책임자도 감옥에 집어넣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사람’으로써 죽었다. 또 ‘도덕적’으로도 죽었다. 이명박 정부는 ‘역사적’으로 죽었다. 또 ‘인류 문화적’으로도 죽었다.

    하지만 우리의 동지 다섯 분은 사람, 도덕, 역사, 인류 문화적으로 살아있다. 이명박 정부는 죽었으니까 살아있는 동지들과 관을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해 오늘 우리는 ‘이명박 정부 장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왼쪽 상단부터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측의 추모의식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서 이날 집회에서는 4대 종단의 추모의식이 진행됐다.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불교와 원불교는 ‘천도제’ 천주교는 ‘연도’, 기독교는 추모기도를 바쳤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집행위원장인 가섭 스님은 “경전에도 나와 있듯이, 밤이 깊을수록 등불은 더욱 빛난다”며 “현실이 어려울수록 우리의 바람은 강하게 빛난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정현 신부는 “저는 신부여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한 달 동안 참사 현장에서 추모미사를 드렸다”며 “여러분들도 참사 현장에 있는 분향소를 찾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춤을 추는 사람은 춤으로 유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해달라”고 밝혔다.

    "거짓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정태영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은 “일터를 지켜달라는 아비의 기도, 죽은 아비의 한을 풀어달라는 딸의 기도를 하나님은 듣지 않았나”며 “개발독재에 맞서 안정된 삶의 터전을 갖고자 하는 이들의 기도를 들어 달라”고 말했다. 원불교사회개벽단 정상덕 교무도 “진실은 천지도 없앨 수 없지만, 거짓은 여지없이 무너진다”며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유족들이 ‘용산 참사 100일’을 담은 영상물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추모제 참석자들이 무대에 마련된 영정 앞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추모제에는 ‘참사 100일’을 담은 기록물이 상영됐으며, 유족들은 화면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고 이성수씨의 부인인 권명숙씨는 유족들을 대표해, 지난 100일 간에 심정을 담은 ‘호소문’을 낭독했다.

    “임종한 당신이 떠났을 때의 엄동설한은 어느새 떠나고, 바로 마주보이는 남산에는 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이 가신 ‘용산’도 베고니아, 봉숭아 화분들이 놓여 졌습니다. 또 그림을 그리는 분들은 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을 새로 단장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은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줬습니다.

    "죽은자는 있고, 죽인 자는 없어"

    죽은 자는 있고 ‘죽인 자’는 없습니다.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경찰은 당신의 영정을 짓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권력의 폭력에 죽음을 당했지만, 당신을 양지바른 곳에 묻고 싶습니다. 저희의 간절한 바람이 여러분의 간절함이 되기를 바랍니다.”

    추모제의 마지막 순서는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헌화의식’. 집회 참석자들은 무대에 마련된 영정을 찾아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이날 추모 집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밤 10시경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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