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연대전략, 어떻게 볼 것인가?
        2009년 04월 29일 12: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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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떠오른 진보진영의 화두 ‘사회연대전략’

    ‘사회연대전략’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4월 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보선 유세에서 위원장 후보로 나선 임성규 비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앞으로 정규직 조합원 중심의 경제적 실리주의에서 벗어나 미조직노동자, 사회적 약자, 소외된 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사회연대운동에 기반한 노동운동을 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 지난 2일 민주노총 5기7대 지도부 당선발표에서 임성규 위원장(가운데)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노동과 세계)

    민주노총은 ‘사회연대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회연대전략의 구체적 내용을 제출하고 조직체계 또한 이러한 사회연대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할 것이라고 4월 2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였다. 이를 계기로 민주노총의 내부에서는 독자적인 단위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있으며, 5월 1일 노동절에 맞추어 소위 ‘사회연대선언’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9년 중반 ‘사회연대전략’이 다시금 민주노조운동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2007년 1월 민주노동당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사회연대전략’은 어떤 논쟁과정을 거쳤으며, 그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가?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연대전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시대적 가치로서의 ‘사회연대전략’

    민주노조운동에게 ‘연대’란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가치이다.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현실적 조건과 이기적 본성을 이겨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처지와 상황이 녹녹하지 않을 때, 타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어찌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은 지난 20년 동안 연대의 가치를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를 실천하는 오랜 여정을 걸어왔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수많은 연대투쟁을 벌렸고 그 성과로 1995년 노동자연대의 틀로서 민주노총을 건설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평등사회를 건설하는 사회비전을 가진 민주노조운동은 한국사회의 변혁을 위한 주체세력인 동시에, 억압받는 민중들에게 신뢰받는 연대세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대의 가치는 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파편화되고 협소화되고 말았다. 노동자의 연대투쟁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형해화되고, 민중연대활동은 집회지원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연대’는 ‘우리만의 리그’에서 통용될 뿐, 사회적 약자와 계급내 소수자에 대한 ‘사회연대’는 서서히 실종되고 말았다.

    대기업 조직노동자에 대한 따가운 사회적 여론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고, 민주노조운동이 봉착하고 있는 사회적 고립이 이러한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지금 왜 다시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연대’라는 시대적 가치를 화두로 삼아야 하는가? 그 이유는 경제위기국면에서 더욱 악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차별화를 저지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적 대응방침으로 ‘사회연대’가 절실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사회연대’는 지배계급의 이념이 될 수 없다. 바로 우리, 사회적 약자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운동방식이다. 즉 경제위기로 인한 양극화와 차별화의 심화가 자본과 정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부격차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조직노동자들의 실천적 역할과 활동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저들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사회경제적 현실이 너무나 참혹하다. 시장만능주의가 초래한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계급 간 격차뿐만 아니라, 계급 내 분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급 내 응집력을 복원하고 계급 간 전선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조직노동자의 연대와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의 현실 속에서 미조직 노동자, 더 나아가 영세업자 및 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은 민주노조운동에게 묻고 있다. 사회양극화의 극복과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해 민주노조운동은 우리와 함께 무엇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정부와 자본에 대한 투쟁만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역할을 면피할 수는 없다. 이제 기존의 인식과 관행을 넘어서야 한다. 계급 내 조직노동자의 인내와 결단을 통해 ‘사회연대전략’이 구체적으로 실천될 때, 비로소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고 계급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 ‘사회연대전략’을 둘러싼 쟁점이 주는 현재적 의미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연대전략’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는 지난 2007년 1월 민주노동당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불붙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 논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정규직)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가입자(비정규직)의 보험료 지원에 일부 기여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이 사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내부 분화를 극복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다는 실천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소위 ‘사회연대전략’을 둘러싼 진보진영 내부의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글에서는 세부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기에, 핵심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현재적 의미를 유추하고자 한다.

    먼저 ‘사회연대전략’이 당시의 투쟁현안을 회피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국보법, 파병반대, 비정규직법 저지라는 당시의 정세적 긴박성과 당 지도부노선에 대한 비판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진보정당의 활동을 투쟁수준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대투쟁과 연대정책의 차이와 상호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하였다.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으로 구체화된 ‘사회연대전략’의 실천적 함의는 단순히 당면투쟁의 기여도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은 평등사회의 건설을 위한 계급 내 연대를 강화하는 민주노조운동의 비전으로서 제시되어야 한다. 기존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이라는 일면적 사업으로 기획되기보다는 임금격차해소와 사회적 임금확보를 위한 ‘소득연대’, 노동시간단축과 고용안정망의 구축에 기반한 ‘고용연대’, 지역사회공헌과 지역공동체형성을 위한 ‘생활연대’, 보편적 복지체계와 사회안정망의 강화를 위한 ‘복지연대’라는 종합적인 ‘사회연대전략’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 지난 27일 열린 제10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임성규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둘째, 정규직 노동자의 보험료 지원이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정규직의 책임론을 강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는 조직노동자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공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연대전략이 정규직 노동자의 책임론으로 와전될 가능성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회연대전략’이 지닌 정규직 책임론에 대한 공세적 대응의 의미를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수많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노동자의 연대적 실천이라는 의의를 도외시하고 있다.

    특히 미래급여의 일정 수준 인하를 통해 미가입자의 실질적인 혜택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임금삭감론’으로 치부하는 과정에서 조직노동자의 기득권 유지 입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와 같이 소위 정규직의 ‘책임론’과 ‘양보론’은 앞으로 민주노총이 다양한 형태의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게 될 비판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이 미조직,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가 될지, 아니면 정규직의 ‘양보’가 될지 선험적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연대전략’의 실천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활동과 투쟁을 얼마나 굳건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의 ‘책임론’에 위축되어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대응에 머물렀던 민주노조운동의 관행과 관성을 깨뜨릴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사회연대전략’으로 인해 노동자계급의 분열이 초래되고 민주노총의 투쟁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사회연대전략’의 당내 이견과 갈등, 더 나아가 민주노총 지도부의 반대 등을 들고 있었다.

    지만 이러한 주장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이 추구한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히 연금사각지대에 있는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베푸는 것에 있기 보다는 양극화와 차별화에 찌들어가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조직노동자들의 연대적 실천을 통해 계급내부의 응집력을 강화시키는데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였다.

    이들은 계급구성의 분화와 차별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급내부 구성원들의 공통된 경험과 의식을 통한 신뢰형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응집된 사회정치적 정체성이 계급의식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이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는 물론, 한국사회의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민중과 서민들의 생활현장과 삶의 고민을 경험하고 그 문제점을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소통의 한계’와 ‘실천의 부재’를 넘어 새로운 운동전략으로

    이와 같이 2007년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을 계기로 촉발된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논란은 ‘투쟁회피론’이라는 전술적 비판에서 ‘정규직 책임론’, ‘계급분열론’과 같은 전략적 논의로 비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적 쟁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의 ‘소통의 한계’와 ‘실천의 부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각 정파세력은 정책핵심라인의 전략적 고민 속에서 마련된 사회연대적 실천사업을 특정 세력의 기획물로 오도함으로써, ‘사회연대전략’의 기본취지와 운동적 의미를 무시하고 정파논란으로 귀결시키고 선거정치에서 악용하였다.

    한편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당과 노조지도부, 더 나아가 내부정파와 단위조직의 ‘실천적 의지’의 부족은 ‘사회연대전략’의 실험조차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경험은 심각한 정파갈등과 취약한 토론문화에 노출되어 있는 민주노총이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봉착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 지도부와 정파조직으로 대표되는 의사소통의 ‘횡적 구조’를 복원하는 동시에,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평조합원과 간부간 의사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거대담론적 논란에 치중하기보다는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을 사회적 약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조직노동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은 진보진영의 혁신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사회비전으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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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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