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와 ‘진짜 노동절’
        2009년 04월 29일 10: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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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이 갑자기 폐업을 한데요. 퇴직금은 5개월 뒤에 준다하고…”
    “회사가 트럭을 지입제로 바꾸고 기사들을 해고한다는데, 실업급여는 어떻게 되나요”
    “회사가 어려워서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꾸자는데, 차라리 퇴사해서 실업급여로 버티는 게 좋을까요?”
    “원청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회사가 작업장을 옮겨라 해서 옮기고 보니 소사장 소속으로 되었더라. 얼마 지나지 않아 소사장업체가 폐업하는 바람에 졸지에 해고되었다”
    “정리해고 한다는데, 노동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요?”

    민주노총 부산본부 3곳의 노동상담소에는 이같은 상담이 폭주하고 있다. 퇴직금을 포함한 체불임금, 강제사직, 정리해고, 폐업으로 인한 실업급여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일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조선소 여성노동자의 산재승인이 불허되었다는 상담도 들어오고 있다. 근로조건의 개악을 넘어서서 노동자의 생존이 달린 최악의 상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 들불이다”

    며칠 있으면 119주년 노동절이다. 한국노총이야 원래 체육관에서 표창하고, 선물주는 ‘근로자의 날’ 행사를 수십년 동안 했으니, 올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생사의 갈림길에 선, 진짜노동자는 그 역사를 돌아보며 투쟁의 칼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12~16시간의 장시간노동에, 저임금을 갈아엎기 위해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경찰은 파업 중인 어린 소녀를 포함하여 6명에게 총을 발포하여 살해하였다. 격분한 미국노동자들은 다음날 헤이마켓 광장에 30만명이 모여 분노의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집회광장에 폭탄이 터지고 경찰은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폭동죄를 뒤집어 쓴 노조 지도자들은 사형까지 언도받았다. 당시 노조 지도자였던 파슨즈는 최후 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 가난과 불행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단 말인가. 그렇다.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 뒤에서, 사면 팔방에서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 없으리라”

    투쟁의 노동절

    7년 뒤 집회장에서의 폭탄사건은 자본가들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고, 사형된 노동자들은 죽고 나서야 무죄가 입증되었다. 시카고 투쟁의 3년뒤인 1889년, 세계적인 노동자 단체인 ‘제2인터내셔널’은 5월 1일을 세계노동절로 결정했으며, 이 투쟁의 역사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잔악한 일제시대인 1923년부터 노동자들은 5.1일 노동절을 지켰다. 그러나 1963년부터는 박정희 군사정권의 비호를 받는 한국노총의 창립일인 3월 10일이 ‘근로자의 날’로 지정되면서 노동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노동자 투쟁의 역사는 묻혀지지 않았다. 19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은 노동절의 부활을 예고하였다. 1989년 4월 30일, 전두환 군사정권의 무자비한 원천봉쇄를 뚫고 연세대에 모인 5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역사적인 ‘투쟁의 노동절’을 부활시켰다. 해마다 5.1 노동절 대회를 경찰병력으로 원천봉쇄했던 정권은 1994년, ‘근로자의 날’을 3월 10일에서 5월 1일로 바꾸었다.

    투쟁하는 노동절이 진짜 노동절

    부산에서의 노동절대회는 1996년 부산역 광장에 영남권노동자 8천여 명이 모인 대회가 최대 규모였다. 2000년도 들어서자 투쟁하는 노동절 대회는 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부산에서도 해마다 1,000명 내지는 2천명이 모여서 행사하거나, 서울로 상경하여 지역의 노동절 투쟁이 왜소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없거나 미국발 경제위기로 생사의 기로에 선 중소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을 더 절실히 요구할 지도 모른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4월부터 매주 목요일 시내중심가인 서면에서 ‘함께살자! 국민생존 총고용보장’를 주제로 촛불문화제를 주도하고 있다. 사업장을 넘어서자는 뜻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4월부터 녹산공단, 금사동공단, 정관공단을 휘돌며 미조직 노동자과 함께하는 노동절 투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잘나가는 흑자기업인데도 928명중 507명을 정리해고하겠다며 대우버스 자본가는 조직된 노동자의 목에도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제대로 된 노동조합조차 없이 생사의 기로에서 선 1천5백만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는 노동절’이 ‘진짜 노동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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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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