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경찰 5시간 대치, 영정 파손
    By mywank
        2009년 04월 28일 06: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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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대통령 사과, 진상규명 등 요구사항이 담긴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제출했던 용산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28일 오전 다시 청와대를 찾았다. 이들은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하며,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5시간 가까이 대치하기도 했다.

    이날 항의방문에 함께 한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두 눈으로 시신을 직접 확인했지만, 돌아가신 다섯 분 모두 (검찰조사 결과와는 달리) 불에 타서 죽지 않았다”며 고인들의 사인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들이 이들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오전 고 이상림 씨의 처 전재숙 씨, 유영숙 씨 등 유족들은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회의(이하 범대위)’ 주최로 열린 ‘대통령 직접 사과 촉구 유가족 기자회견’이 끝난 오전 11시 40분경, 영정사진을 들고 청와대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 30여 명은 이들을 둘러싸며, 길목을 가로막았다.

    전재숙 = “우리는 답변서를 받으러 왔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당연히 서한을 접수했으면, 답변을 줘야지…. 답변서만 가져오면, 그냥 돌아갈 것이다. 빨리 길을 열어 달라. 이명박 대통령도 언제까지 청와대에서 살 거냐. 나중에 얼마든지 우리와 같은 세입자가 될 수도 있다. 우리도 ‘사람’인데 왜 길을 비켜주지 않나.”

    "대통령도 세입자 될 수 있어"

    유영숙 = “법을 아는 경찰이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인도를 막고 있냐. 지금 인도 위에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 무엇을 감추려고, 뭐가 두려워서 유족들을 이렇게까지 막나. 인도를 막으면, 도로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냐. (유 씨가 도로로 가자, 다시 제지함) 인도도 막고 차도도 막고…. (울음) 그러면 우리가 청와대로 갈 수 있는 길은 도대체 어디에 있냐.”

    이날 유족들이 청와대로의 항의방문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유영숙 씨가 들고 있던 고 윤용헌 씨의 영정사진이 파손되기도 했다. 또 유 씨는 취재진들에게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사인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다섯 분 모두 불에 타지 않았다. 제가 시신을 직접 확인했는데, 고 이상림 씨만 발 주위에 불에 탄 흔적이 조금 있었지 나머지 분들은 얼굴만 그을린 정도였다. 유족과 같이 시신을 확인한 어떤 의사선생님도 ‘불에 타서 숨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 남편은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 2개가 그대로 발견되었고, 고 이성수 씨도 벨트와 지갑이 타지 않았다. 고 이상림 씨 지갑도 그대로였다. 남편의 갈비뼈는 부러져 있고 고 이성수 씨의 팔은 잘려있기도 했는데, 분명히 경찰이 구타한 흔적 같다. 당시 특공대가 쇠파이프를 들고 망루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날 유족들은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 주변에서 5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하다가, 오후 4시 30분 경 현장에 도착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정현 신부의 설득으로 청와대 항의방문을 포기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경찰에 둘러싸인 고 윤용헌 씨의 처 유영숙 씨 (사진=손기영 기자)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대통령 직접 사과 촉구 유가족 기자회견’에서는 참사 100일이 되도록 사과 한 마디조차 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비인간성’을 규탄하며, 유족들은 울분을 터트렸다.

    전재숙 =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되었지만, 저희는 100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 얼마 전 대통령 사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 그래서 오늘 답변을 받으러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를 했기 때문에, 검찰이 조사기록 1만 쪽 중 3천 쪽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유족 앞에 검찰 조사 기록을 모두 공개하고 고인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이 사과하기 전에는 장례를 치루지 않겠다.”

    "이명박 정부, 정말 미쳤다"

    유영숙 =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유족들을 폭행하고 경찰만 두둔하고 있다. 이 정부가 정말 미쳤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돌아가신 분들을 ‘테러범’이라고 했는데, 다섯 분은 모두 평범한 아빠이자 남편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 경찰이 짓밟고 때려도, 굴하지 않고 더 강하게 맞서서 싸울 것이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도 “자연 재해로 사람들이 죽으면, 책임자의 사과와 처벌을 물론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는데, 공권력의 살인진압에 의해 사람이 죽었는데도 최고통치권자는 어떠한 사과도 없다”며 “이건 대통령도 아니고 국민들이 이런 대통령을 뽑은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홍석만 범대위 대변인도 “그동안 우리의 요구사항을 수차례 밝혔고, 지난주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은 아무 말도 없다”며 “정부는 철거민들을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고 ‘없는 사람’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고, 사과는커녕 ‘불법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범대위는 29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참사 100일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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