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비정규직과 어우러질 것"
        2009년 04월 29일 09: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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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촛불에 대한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다. ‘촛불은 비정규직과 사회적 하층이 배제된 중산층 운동’이라는 말처럼, 물론 어느 정도 한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시대가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촛불의 단적인 문제 혹은 한계라고 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2008년 촛불은 “7·8·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진 87년의 경험만큼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내후년 정도면 잠시 잦아든 촛불이 비정규직과 어우러지는 장으로 타오를 것이다. 충분히 노동자투쟁에 결합하고, 신자유주의를 대중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촛불 1주년’ 성과와 한계

    5월 2일 ‘촛불 1주년’을 앞두고, 한겨레신문사, 참여사회연구소 공동주최로 28일 오후 2시부터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촛불 1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토론회에 참석한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칼라TV’ 대표)는 최근 ‘촛불 낙관론’에 대한 학계의 비판을 경계하며, 촛불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 ‘촛불 1주년’을 앞둔 28일 프레스센터에서는 ‘촛불 1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촛불운동’의 가능성과 한계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은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새로운 주기를 마련했다”며 그 의미와 성과를 이야기했다.

    “70년대 ‘재야운동’을 한국 시민운동의 1주기라고 하면, 80년대 광범위하게 퍼진 ‘민중운동’은 2주기, 90년대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등장하는 것은 3주기, 2000년대 촛불로 등장은 시민운동의 4주기로 평가된다. 3주기까지의 시민운동이 ‘조직운동’이었다면 4주기인 촛불은 자발성을 가진 네티즌들이 운동의 핵이 되었다.”

    촛불 이후, 정치면 보는 아줌마

    ‘유모차 부대’로 잘 알려진 인터넷카페 ‘촛불유모차와 함께하는 촛불가족’에서 활동하는 ‘일루(닉네임)’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가며, 촛불과 함께 한 지난 1년간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오늘 버스를 타고 오면서, 한 정당에서 걸어놓은 ‘지역난방공사 민영화 반대’ 현수막을 보았다. 1년 전에 그 현수막을 봤으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모른 척 하거나 불쾌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난방공사가 민영화되면, 난방비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예전에는 신문의 정치 사회면을 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관심 있게 보는 면이 됐다. 다른 카페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경기도 교육감 선거가 있었는데,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친구를 포함해 저 역시 투표장에 가서 김상곤 후보를 뽑기도 했다. 촛불을 만나지 못했다면, 투표장에조차 가지 않았을 것이다.”

       
      ▲ 이날 토론회장을 찾은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이 ‘촛불 1주년’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토론회장을 찾은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지난해 대책회의를 만들고 상황실장을 맡을 때만 해도, 촛불이 이렇게 거대한 에너지를 분출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촛불 1주년’ 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해의 경험을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촛불의 의미를 축소하는 사람들은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하지만, 촛불의 기조는 앞으로도 우리사회 속에서 계속 흐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년 간 벌어진 촛불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되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토론회에 참석 전 공공운수연맹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시 촛불이 타오를까’라는 질문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촛불, 의제설정 제대로 못해"

    “촛불의 내재적 한계는 광우병 쇠고기 사태 이후, 다음 국면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의제 설정, 실천 프로그램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점이다. 지난해 6월 중순 이명박 정부도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의료·물·가스 민영화 철회, 장관 교체 등 여러 가지 전술적 후퇴 책을 마련했는데, 이후 의제 설정을 제대로 못해, 투쟁의 동력을 잃게 되었다.

    의제 설정과 실천 프로그램 마련과 더불어, 성공적으로 정부와 대항하기 위해서는 조직적 체계가 필요하다. 또 전략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본다. 촛불의 에너지가 떨어질 때 쯤,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만들어져서, 그 에너지를 다시 키우지 못한 것 같다.”

       
      ▲ 토론회장에 난입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발언권을 요구하며 소란을 부려, 토론회가 잠시 중단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지역 촛불운동 모임인 ‘노원 촛불’에서 활동하는 ‘쥐니(닉네임)’도 “지난해 ‘촛불광장’에서 정말 많은 의견과 주장이 나왔다”며 “하지만 정작 촛불들끼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부족했다” 촛불 내부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촛불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내지 못했고, 갈등이 있을 때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 게 아쉽다”며 “많은 촛불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게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끼리 의견 나눌 기회 부족"

    ‘촛불시민’ 최동식 씨도 “’유모차 부대’ 등 많은 촛불 모임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대부분의 촛불들은 ‘생활인’이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식적인 노력이 없으면 카페활동에 동참을 이끌기 어렵다”며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경찰의 폭력진압 이후, ‘촛불집회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미네르바 사태로 ‘댓글도 마음껏 못 달겠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광우병 쇠고기 문제 이후, 한미 FTA 등 새로운 의제에 대한 동참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영선 참여연대 기획위원장은 “2008년 촛불은 시민단체의 변화와 각성을 요구했다”며 향후 촛불운동을 위한 시민단체의 과제를 이야기 했다.  

    “지난해 촛불집회는 시민들과 시민운동 조직 간에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것 같다. 촛불운동은 그동안 시민운동의 주체는 ‘단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시민들 스스로가 운동의 전면에 나서는 등 ‘주권선언’을 했다. 시민운동 단체들이 새로운 아젠다를 던지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보수단체 회원들, 토론회장 난입

    지난해 많은 분들이 공감했던 이슈는 ‘식품안전’ 문제였는데,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혁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식품안전 문제는 당시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마이너 한 이슈였다. 2008년 촛불은 시민단체들에게 뿌리 깊은 질문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경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회원 20여 명이 토론회장에 기습 난입해, 발언권을 요구하는 등 소란을 피워, 20분가량 토론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장 사진을 찍던 한 여성활동가의 머리채를 잡으며, 폭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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