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현대중공업 직원 동원 논란
        2009년 04월 28일 0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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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의 화봉동 사거리 유세에서는 최근 선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대규모 군중이 운집했다.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주로 남성으로 구성된 약 1천여 명의 군중들은 박대동 후보의 연설마다 박수를 치며 큰 호응을 보였다.

    대로의 인도 위에서 박 후보와 함께 유세에 나선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연설에 환호하는 이들 군중의 모습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번화가도 아닌, 아파트 인근의 대로에서, 그것도 이동형 유세차를 이용한 짧은 선거유세이고, 퇴근이 막 시작될 시간인 6시 정도부터 박 후보의 연설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데가 있었다.

       
      ▲한나라 유세에 모인 1천여 명 앞에서 율동을 하고 있는 조승수 선거운동원들.(사진=박성수씨 / 진보신당 당원 제공)

    이 부자연스러움에 의혹을 먼저 제기한 것은 무소속 김수헌 후보였다. 김 후보는 27일 밤 11시 열린 마지막 TV토론회에서 "화봉동에 눈으로만 봐도 1천여 명이 동원이 되었는데, 알아보니 이들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었다"며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박수부대를 동원했는데 박대동 후보의 (모른다고 발뺌하는)모습이 너무 안 좋다"고 직격을 날렸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왔다"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조승수 후보의 비판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조 후보는 "오후 3시 회사에서 오더를 내려 1천여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비우고 박 후보의 선거유세 지원을 위해 왔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나는 이 자리에서 초-중학교 친구도 만났는데, 그들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이어 "기업체 직원을 근무시간에 수천 명을 동원하는 것은 선거법 81조 위반"이라며 "선거법이 문제가 아니라 도의적으로 이럴 수 있나?"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유세현장에서 청중들은 유세가 끝나고 함께 같은 방향으로 몰려가 2~3명씩 짝을 지어 주로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그러나 이날 기자의 질문을 받은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이 "북구 유권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동원설’을 부정하고 있다. TV토론에 나선 박대동 후보는 다른 두 후보들의 연이은 의혹 제기에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박 후보는 "현대중공업이든, 다른 사업장이든, 다른 북구 주민이든 내 유세에 와서 박수를 쳐주고 응원을 해 주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대동 후보 측 김승준 대변인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유세현장에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것인데,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조 후보 측과 김 후보 측이 동원을)사실인 것처럼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사진이나 영상 같은 증거가 있을 것 아니냐, 우린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울산북구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와 같은 경우, 어느 누가 지위를 이용해 강제로 동원을 시켰다면 선거법 위반이 맞다"며 "그러나 그것은 낭설 수준이며, 아직 누구도 이와 관련된 수사 의뢰를 신청했던 바도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몽준 의원 지도부답게 처신하라"

    한편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번 노동자 동원 논란에 대해 "조선 시대 지주가 소작인 다루듯 하는 관계가 생각이 난다"며 "엄연한 직장인을 그렇게 근무시간에 동원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노 대표는 이어 "북구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동구에서는 영향력이 있어도 북구에서는 영향력이 없다’고 한다"며 "이것이 민심이며 정 의원은 전국적인 정치력 이전에 자기 지역에서부터 잘못된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집권당의 지도부답게 처신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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