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 미래 방해하지 말라”
        2009년 04월 27일 0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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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 재보선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MB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공감된 시각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의 성격이야 어떻든 간에, 국회의원은 국가의 법․제도를 만드는 대표자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는 정책이 중심이 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정책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집 나간 탕아처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책공약 대신‘심판’이니, ‘배신’이니 하는 섬뜩한 단어들로 가득 채워진 4.29 재보선 선거 소식은 대체 수권 정당들이 ‘선거’라는 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와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조승수 후보의 ‘태양과 바람의 특구’ 공약을 둘러싸고 반박문, 재반박문, 재재반박문 등을 주고받으며 벌인 일련의 정책대결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 (사진=후보 선본)

    박대동, “조승수 공약, 지역 흉물 될 것”

    그런데 문제는 논쟁이 되고 있는 내용의 적절성이다. ‘정책대결’이란 선거의 기본 의미에 충실한 과정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문제제기는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박대동 후보는 지난 4월 21일 조승수 후보의 ‘태양과 바람의 특구’ 공약이 현실성이 없고, 지역의 흉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철회를 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승수 후보가 2020년까지 울산 북구의 가정․상업․공공부문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자 박대동 후보는 현재“211만 MW에 이르는 울산 북구의 가정․상업․공공용 전력을 50% 대체”하려면 “풍력발전으로만 할 경우 70만평 규모 230여대의 풍력발전기를 세워야” 하고, 태양광으로만 할 경우 “4백만 평 규모”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승수 후보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조승수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울산 북구는 풍력발전기와 태양광으로 흉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박대동 후보가 에너지 문제를 잘 모르고서 하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인상이다. 재생가능에너지를 보급할 때 “풍력발전으로‘만’”, 혹은 “태양광발전으로 ‘만’”보급했을 때를 나눠서 가정했는데, 정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각 정책들의 장점을 두루 살펴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즉 풍력과 태양광이 동시에 보급해야 하는 것이지‘모 아니면 도’식의 보급 정책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문제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박대동 후보가 제기한 ‘211만 MW’ 부분이다. 시간당 발전량 단위인 ‘MW’와 발전총량 단위인 ‘MWh’조차 구분하지 않은 건 실수라 하더라도(독자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여기에선 원래의 단위인 ‘MWh’로 표기한다) 정책의 합리성을 평가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가 불확실하다는 건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박대동이 ‘MW’와 ‘MWh’ 혼동”

    울산광역시 전체 가정․상업․공공부문의 전력 수요량은 2007년 현재 약 360만MWh다. 박대동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북구 혼자서 울산광역시의 산업을 제외한 전체 전력 수요량의 55%를 쓰고 있다는 것인데 북구는 인구 비중으로 봤을 때 21% 정도밖에 되지 않고, 특히 상업용 전력 수요량이 많은 도심지역은 남구에 집중되어 있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셈법이다.

    박대동 후보는 이러한 수치의 산출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그 중에 50%를 줄여야 하므로 100MWh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풍력발전기의 개수와 태양광 발전기의 설치 면적을 계산했다. 이는 정책의 합리성을 판단하기에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승수 후보는 에너지 효율화 공약도 포함했기 때문에 올바른 문제제기가 되기 위해서는 울산 북구의 2020년 에너지 수요 기준전망안을 기준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전력 수요량을 제외하고, 실제 에너지 수요량을 산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연후에 재생가능에너지로 몇 %를 대체할 것인가, 그것이 가능한 수치인가를 검증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전제들이나 과정들은 모두 생략한 채 단순 계산식으로 발전기가 몇 개 필요한지, 발전 단지의 면적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이다.

       
      

    또한, 박대동 후보는 스스로 육상풍력으로 규정한 뒤 그것이 북구 내륙의 환경파괴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바닷바람 활용이라고 언급한 조승수 후보의 공약이 육상풍력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소지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박대동 후보가 바람 자원이 국내에서 제일 좋은 곳에 속하는 울산 북구의 상황과 지나치게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구조를 감안했다면 왜 울산 앞바다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할 필요가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울산 북구는 우리나라 기초지자체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1~2위를 다루는 지역이어서 에너지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이다.

    조승수 후보는 박대동 후보의 문제제기에 답하기 위해 22일에 공약의 근거를 담은 반박문을 발표했다. 박대동 후보의 문제제기는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런 논쟁이 건강한 정책대결이 되길 바라며,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이 있을 수 있도록 박대동 후보의 울산 북구 에너지 정책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포함했다.

    “울산 북구는 풍력 발전 최고 입지”

    하지만, 박대동 후보는 조승수 후보가 요청한 박대동 후보의 에너지 비전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이전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재반박문을 발표했다. 반박문의 첫 번째 요지는 “바다 한 가운데”에 해상풍력을 하면 돈이 많이 들고, 울산항을 오가는 배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해상풍력 기술은 수심 20m 이하에서만 가능하다. 울산 앞바다가 수심을 감안한다면 박대동 후보의 말처럼 “바다 한 가운데”에 지을 기술도, 이유도 없는 것이다. 부유형 해상풍력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는 중장기적인 기술 발전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박대동 후보의 지적은 사실관계부터 왜곡된 잘못된 지적이다.

    게다가 현재 풍력발전의 경제성이 화석연료에 비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국책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조차 2020년 경이면 기술발달로 인해 경제성이 역전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화두인 기후변화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해상풍력 역시 지금 시점에서 고민되어야 할 정책 수단인 것이다.

    그런 정책적 복합성이 내포된 문제를 단순히 ‘돈이 많이 든다’, ‘경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바라보는 건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관점이다. 국가의 중장기적 미래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법․제도를 만들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는 반드시 버려야할 입장을 취한 것이고, 이는 낙제에 다름 아니다.

    심지어 박대동 후보가 소속된 한나라당조차 이제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박대동 후보가 재생가능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공약에 앞뒤 재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국가 정책조차 부인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당연히 선거 승리를 위해 불편한 네거티브 전략을 정책대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박대동 후보는 태양광 발전 단지가 아니고 일반 가정집의 지붕이나 아파트 벽면 등을 활용해 태양광을 보급하는 것이라는 조승수 후보의 반박에 그래도 400만 평의 지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매우 우려스럽고 실망스러운 관점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조승수 후보는 건물에너지 효율화를 먼저 실시할 경우 수요량이 줄어들 것이고, 태양광만 보급하는 게 아니라 풍력발전과 혼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400만 평은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박대동 후보는 다시 “태양광 발전으로‘만’ 할 경우”라는 반복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그나마 금번 재보선에서 유일하게 기대를 보였던 울산 북구의 정책대결이 실망스러워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한전 전기는 모두 ‘공공’ 전기라니?!”

    재반박문의 하이라이트는 공공부문의 전력 수요량을 언급한 부분이다. 조승수 후보가 이전의 반박문을 통해 가정․상업․공공용 전력 양은 재생가능에너지로 50%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자, 박대동 후보는 “‘공공’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이라는 뜻으로, ‘공공용 전력’이라는 것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에서 북구에 판매하는 전력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에너지정책의 논쟁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던 활동가의 입장에서 정말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공용 전력’은 ‘가정/상업용 전력’과 마찬가지로 ‘최종에너지’ 기준의 분류법이다. 박대동 후보의 분류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전력은 한국전력에서 독점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 다 ‘공공용 전력’이다.

    그리고 북구의 ‘공공용 전력’은 2007년 현재 211만 MWh가 아니라 울산광역시 전체 전력 수요량인 2,265만 MWh가 된다. 박대동 후보 측이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 분류 기준조차 몰랐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건설적인 문제제기가 나올 리 만무하다. 게다가 박대동 후보는 재반박문에서조차 ‘MWh’를 ‘MW’와 혼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집권여당의 정책 생산․검증 능력의 실태를 보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플 정도다.

    울산 출신 의원 중 상당수는 산업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지식경제위(옛 산업자원위)에서 활동해왔다. 울산 자체가 산업도시고, 울산광역시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기 때문이다.

    울산 북구에도 역시 현대자동차 공장이 위치해 있다. 다시 말해 울산과 울산 북구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에너지’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에너지 활동가들이 울산 북구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나쁜 정치 위해 미래 정책 방해해서는 안 돼”

    하지만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보여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정책 논쟁은 그래서 더 없이 뼈아프다. ‘에너지’를 대표하는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 정책능력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대응은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울산 북구 선거는 여러 모로 관전 포인트가 많은 선거다. 진보 대 수구라는 선거 구도도 그렇고, 진보진영의 연대 가능성이나 녹색의 가치가 어떻게 선거에 반영될 것인지 등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의 가치와 전문성이다. 그것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사실 국회의원 선거로서는 그 의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울산 북구의 후보들은 이점을 반드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의 책임이 상당 부분 자신들에게 있음이 자명한데도, 오히려 자신들이 경제위기를 해결할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것은 선거와는 관계없는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 정책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도구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근시안적이고 근거 없는 비방을 하기보다는 공동의 미래를 위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정책을 제시하는 게 바로 ‘정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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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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