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전태일을 생각한다
    By 나난
        2009년 04월 25일 0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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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분신 사망한 지 내년이면 40년이다. 평화시장 어린 동심들의 고통에 스물 둘의 젊음을 불길 속에 내던졌던 청년 노동자. 칠흑 같던 노동현실에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 던진 이.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거리에서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를 외치며 숯덩이가 된 전태일의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우리의 노동운동은 지금 어떠한 모습일까.

    아직 민주노동운동의 갈 길은 험난하고 멀기만 하다고 느껴지는 이 때, 전태일기념사업회가 돌베개 출판사에서 펴냈던『전태일 평전』을 새롭게 개정해 내놨다. 전태일기념사업회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친숙하고 정감 넘치도록 형식과 내용을 바꾸었으며, 원본과 저자의 뜻을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신판을 내놓았다고 소개한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조영래 『전태일 평전』중)

    한 손에 근로기준법을 부여잡은 채 불길 속에 타들어가며 외쳤던 그의 함성은 영원한 메아리가 되어 세상에 울렸다. 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기계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 태어나고자 스스로 일어섰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근로기준법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으며, 이 땅의 노동자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세상은 변했다지만 변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을 외치며 노동의 문제에 끊임없이 투쟁한다. 하지만 40년 전의 근로기준법은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이름만 갈아입었을 뿐 또 다른 전태일을 양산하고 있다.

    최악의 경제위기다. 우선해고와 희생강요에 내몰린 비정규직과 부모와 일자리 경쟁을 해야 하는 자식들. 가진 것 없다는 이유만으로 불에 타 죽었는지 맞아 죽었는지 규명도 할 수 없는 철거민.

    못 견디게 ‘배고파 풀빵으로 허기를 달래’ 본 적도, ‘남이 입다 버린 옷을’ 입어 본 적도 없는 현재의 평범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또래보다 더 어린애들이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하루 16시간씩 일하며’, ‘먼지 구덩이 작업장에서 면폐증, 영양실조, 폐병에 붉은 핏덩이 쏟아내는’ 노동현실은 가히 충격적일 것이다.

    그래서 권한다. 분노하라. 내 아버지 어머니가 처한 노동현실에, 그리고 내 친구 곧 내가 처할 미래에.

    전태일이 분신한 곳을 기념하고,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현재 청계천 6가의 버들다리 위에는 전태일의 반신 부조상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태일. 그는 노동을 위해, 그리고 사랑을 위해 이곳 평화시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우리 모두를 변화시켰다. 그가 죽은 것이 아니다. 사회의, 우리 안의 죽음을 그가 태워버린 것이다.”

                                                         * * *

    저자 조영래

    서울대 법대 재학 중 한일회담 반대, 6․7부정선거 규탄, 3선개헌 반대 등 학생운동을 주도한 인물. 졸업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중 전태일 분신항거를 접했고, 1971년 사법연수원에서 연수 중 이른바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되어 1년 동안 투옥되었다.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6년 동안 수배생활을 겪다 복권 후인 1983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사회개혁가이자 인권 변호사로 활동가다 1990년 12월 폐암으로 타계했다.

    『전태일 평전』은 저자가 수배생활 중 혼신의 힘을 다하여 집필한 책으로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내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저자의 이름은 1991년 1차 개정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영래’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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