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진 듯한 촛불, 현재 진화하는 중
    5월 2일 촛불 1주년 참여열기 대단
    By mywank
        2009년 04월 24일 08: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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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1주년’을 앞두고, 촛불의 성과와 과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문제, ‘MB악법’ 저지, 용산 참사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온 ‘촛불 진영(?)’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 촛불은 “7·8·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진 1987년의 경험만큼도 나아가지 못했다” – (백승욱 중앙대 교수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중)

    “대중들의 참여가 분산적, 일회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저항의 터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 (권용혁 울산대 교수 『촛불, 어떻게 볼 것인가』중)

    “촛불들의 의지가 투표와 일상적 조직행동으로, ‘순수하지 않은’ 시위들에 대한 지지로, ‘시민도 못 되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로 나타나야 한다” – (이상길 연세대 교수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중)

       
      ▲지난 23일 ‘용산 참사’ 현장에 마련된 농성장을 찾은 한서정 촛불시민연석회의 공동대표 (사진=손기영 기자) 

    하지만 23일 저녁 ‘용산 참사’ 현장 부근 ‘촛불미디어센터(촛불방송국)’에서 만난 한서정 촛불시민연석회의 공동대표(47)는 “앞으로의 촛불은 다를 것”이라며, 좀 더 업그레이드 된 ‘2009년 버전 촛불’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인터넷카페에서 시민단체로 탈바꿈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패인(이하 언소주)’의 초대 상임대표를 맡으며,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기도 했던 한 씨는 ‘촛불 광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년 간 ‘촛불’의 진화과정을 설명했다.

    업그레이드 된 ‘2009년 촛불’ 

    “처음에 ‘촛불’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싫다’, ‘아니다’ 정도로 출발했어요. 좀 추상적이었죠. 하지만 이후 촛불은 ‘싫다’, ‘아니다’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찾아갔죠. 특히 시민들이 ‘촛불 광장’에 참여하면서 신자유주의 문제, 근현대사 등 관심 있는 분야에 책을 많이 읽으셨던 기억이 나네요.

    추상적이고 담론적인 반대에서, 점점 세세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촛불’의 활동도 좀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이명박 정부 심판’뿐만 아니라, 대운하, 언론 장악, 의료보험 민영화, 미친 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촛불 광장’의 주제로 가져오게 되었죠.”

    한서정 씨는 “이제 촛불은 ‘광장’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개척해가며,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며 밝히며, ‘언소주’, 4.29 재․보선에서 ‘촛불시민’ 후보로 경주에 출마한 채수범 씨, 지난 3일 개국한 ‘촛불미디어센터(촛불방송국)’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진화하는 촛불 1- 시민단체 만든 ‘촛불’

    한서정 = “일례로 인터넷카페로 시작한 ‘언소주’의 경우, 회원들이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처벌을 받기도 했는데, 이런 사법기관의 탄압을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 결집될 수 있는 힘이 필요했어요.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탄압에 대응할 능력을 키워야 했고, 조중동과의 싸움은 단시간 내의 성과를 낼 수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사법적인 피해를 당할 경우, 회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자금도 필요했죠.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언소주’를 인터넷카페에서 시민단체로 전환하게 되었어요. 결국 인력, 돈 그리고 시스템 등이 갖춰지면, 앞으로 촛불들의 조중동 폐간운동을 좀 더 지속적이고 강고하게 펼쳐갈 수 있다고 판단이었죠.”

    진화하는 촛불 2- 정치판에 뛰어든 ‘촛불’

    한서정 = “솔직히 ‘촛불’들은 ‘촛불’이 현장 정치로 가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정치인들처럼 변절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죠. 채수범 씨(닉네임: 한글사랑나라사랑)가 경주로 간 것은 당선이 아니라, ‘적지에 가서 장렬하게 전사하라’는 ‘촛불시민’들의 요구 때문이었죠.

    특히 경주는 ‘한나라당 텃밭’ 지역인데, 선거운동 기간이기 때문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명박 정부에 부도덕한 점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거든요. 또 현장에서도 ‘촛불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다시 말해, 촛불 후보가 정치판에 뛰어든 이유는 촛불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것이에요.

    또 진보정당을 포함해,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도 ‘촛불’들이 정치판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해요. 울산 북구 재선거에서 얼마 전까지 진보정당 후보들 간 단일화에 난항을 겪기도 했는데, 후보 개인의 욕심도 있겠지만, 당의 욕심도 작용했다고 봐요. 진보성향의 정치인 역시 정당이라는 틀 안에 들어가면, ‘정당 논리’에서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진화하는 촛불 3- 방송을 제작하는 ‘촛불’

    한서정 = “지난해 KBS를 지키기 위해 ‘촛불시민’들이 많이 싸웠는데, 이제 KBS는 정권에 넘어간 것 같고, YTN도 구본홍 씨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고, MBC도 요즘 위태롭거든요. 기존의 방송들이 진실을 보도하기 힘든 환경으로 가고 있어요. 특히 이들은 집회 현장을 중요하게 보도하지 않죠. 진실을 알리기 위한 우리 만에 매체가 필요했어요.

    그동안 <사자후 TV>, <누리꾼 TV> 등 인터넷 생중계 매체들이 현장에서 진실을 그대로, 생생하게 보도했잖아요. 촛불시민연석회의, 범대위가 함께 마련한 ‘촛불미디어센터(촛불방송국)’를 통해 그쪽에 재주 있는 친구들이 결집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소가 될 것으로 봐요. 또 ‘촛불시민’들이 직접 방송을 제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도 운영할 예정이에요.”

       
      ▲지난해 5월 초 인터넷카페들이 주최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서정 씨는 이와 함께 “지난해 ‘촛불 광장’에서 ‘이명박 정권 퇴진’을 외치면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지만, 이제는 이구동성으로 ‘이명박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며 “지난 1년 간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구호를 ‘이명박 정권 퇴진’이라는 말로 바꿔 놓는데, ‘촛불’들이 일정부분 기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촛불 아우르는 ‘광장’

    하지만 한 씨는 “촛불들이 끊임없이 외쳤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지 못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낙하산 사장 반대’ 등 그동안 촛불이 요구해온 것들이 아직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했다”며 지난 1년간의 아쉬움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촛불들은 ‘반MB’라는 운동 목표는 똑같지만, 촛불들 사이에서 ‘내 길만 옳고, 내 길이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어, 다양한 색깔을 가진 것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지난해에도 촛불이 분화되다 보니까, 투쟁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뒤, 지난 18일 공식 출범한 촛불시민연석회의의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나 아닌 타인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촛불’인 것 같아요. ‘촛불 1주년’이 되는 오는 5월 2일 이후부터 모든 촛불이 단단히 뭉쳐야 향후 5~6월 투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촛불시민연석회의는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 출범되었어요. 어차피 가는 길은 같기에 작은 힘들이 모이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앞으로 촛불시민연석회의는 다양한 촛불을 아우르는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할 거에요. 아직 촛불시민연석회의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자리가 마련되면 얼마든지 동참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촛불모임들도 많아요. 그리고 이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 때 김상곤 후보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는데, 촛불시민연석회의 출범 이후 첫 번째 성과 같아요.

    "김상곤 당선, 우리의 첫 성과"

    촛불들이 자발적으로 경기도 각 지역에 있는 김상곤 후보 선거연락사무소에 가서 자원봉사를 많이 했어요. 인터넷 홍보, 길거리 유세, 주변 분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했죠. 촛불시민연석회의도 지난 4월 초 부천역에서 열린 김상곤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참석해, 시민들에게 직접 준비한 초를 나눠주며 촛불문화제를 열기도 했어요.”

       
      ▲사진=손기영 기자 

    촛불시민연석회의는 ‘촛불 1주년’이 되는 오는 5월 2일 오후 4시부터 서울역 광장(예정)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와 함께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서정 씨는 “이번에는 ‘명박산성’을 넘어보자”고 말하며, 이날 문화제에 대한 계획을 들려주었다.

    “현재로써는 서울 시내에서 집회신고가 날 수 있는 공간은 하나도 없어요. 이제는 범대위 뿐만 아니라, 촛불시민연석회의가 신고를 내도 허가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서울역 광장에서 예정된 집회도 불허될 확률이 높고, 지금 고민이 많죠.

    하지만 5월 2일 ‘촛불 1주년’ 문화제에 대한 참여 열기가 대단해요. ‘잠시 촛불을 내려놓았지만, 그날에는 반드시 참여 하겠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일단 촛불문화제는 최대한 짧게 하고 바로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벌일 예정이에요. 지난해에는 ‘명박산성’을 넘지 못 했지만, 올해에는 모두 하나되어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넘어 청와대로 갈 것에요.”

    ‘촛불 1주년’, 하나 되어 청와대로

    지난해 8월까지 경기도 이천에서 웅변학원을 운영했던 한서정 씨는 마지막으로 “한 때는 지역 관변단체에서 활동했던 ‘보수 기득권층’이었다”고 자신의 ‘과거’를 밝힌 뒤, 지난해 ‘촛불 광장’에 참여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웅변학원 선생을 오래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반공의식’이 투철해졌나 봐요. 또 그동안 이천지역 웅변협회장, 색동어머니회 경기지회장 등을 하면서, 의식도 보수적으로 변하고 지역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인정받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시 행사에 사람을 동원하는 일도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BBK 사건’을 통해서 이명박 씨가 ‘전과 14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너무 싫어서 우연히 ‘안티 이명박’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죠, 또 이후 법무부에서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한 네티즌들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 너무 화가나 지난해 6월 인터넷카페 ‘언소주’에 가입했어요.

    하지만 별다른 활동이 없던 제게, 언소주 쪽에서 ‘회견문을 낭독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죠. 웅변학원 강사 경험이 있어 부담이 없이 회견장에 나갔는데, 언소주 회원들의 인상이 너무 선했어요. 이런 사람들을 탄압한다고 하니 너무 어이가 없었죠. ‘목청만큼은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에 작년 7월 초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왔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죠.”

    한서정 씨는 이날 저녁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촛불시민 후보’ 채수범 씨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경주로 향했다. 그는 “유관순 복장을 입고 유세를 도우면, 주목받을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촛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그의 몸에선 힘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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