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7~8명, 수갑 채우고 노동자 집단 폭행”
        2009년 04월 24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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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1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는 지난해 12월 17일 동희오토공장 정문에서 있었던 경찰과 지역노동자들의 몸싸움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이백윤지회장을 비롯한 4인의 노동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었다.

    판사의 질문, 경찰을 당혹케 하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있을 법한 질문과 답이 오가던 막바지에 판사가 갑자기 참관석을 보며 말한다. “여기 담당 경찰 와있지요? 예. 좀 일어나 보세요. 제가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영장 청구하는 이유가 도주의 우려가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미 1월 17일, 조사가 다 끝난 사건을 2월도 아니고 3월도 아니고 왜 4월이 되어 이제야 청구합니까?”

       
      ▲ 사진=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추가조사가 있었고, 사측이 고소를 추가로 냈고 우물쭈물 중언부언 대답하니까 판사가 자료를 뒤적이며 다시 묻는다. “추가조사도 2월초에 한사람 한게 다고, 사측이 고소를 더 낸것도 12월 24일에 이것저것 낸것 같은데, 여기 이것말고 추가로 더 있나요? 아니 상식적으로 그동안 피의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미 말도 다 맞추고 다 하지 않았겠어요?”

    요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었다면 진즉에 영장청구하지 왜 이제야 하느냐고 묻는건데 얼굴이 빨개진 경찰이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 참 별스럽네. 판사가 참관인석의 경찰에게 질문도 하는구나.

    경찰, 노동자에게 집단 폭행

    영장실질심사를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경찰서 유치장에서 기다려야 하는 동지들이 경찰차에 타기전에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는데 저녁늦게 민주노총 지역본부 동지에게 전화가 왔다. “이백윤, 박태수가 경찰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어요”

    영장실질심사 끝난후 경찰서에 도착해서 담배한대 피우고 들어가자 했더니 “들어가라면 잔말 말고 조용히 들어가 이 새끼들아!”, “미친새끼들, 또라이 아냐” 갑자기 ‘손0’라는 경찰이 반말로 욕설을 하기 시작했고 “수갑채워!” 소리와 함께 7~8명이 달겨들어 집단폭행을 했다.

    “내가 짬밥이 몇 년인데, 야! 근거 안남게 CCTV 안찍히는데서 해.” 구석으로 끌어가서 발로차고 쓰려트려 무릎으로 목을 누르고 팔을 뒤로 꺽어 수갑을 채웠다. 바닥에 눌려있는 박태수동지의 머리를 잡아 바닥으로 쾅쾅 내리쳤다. 안경이 부러졌다.

    서너명의 경찰이 사지를 들어 유치장으로 쑤셔 넣었다. 그와중에 경찰 한명은 주먹을쥐고 중지와 검지사이에 엄지손가락을 넣어 눈앞으로 들이밀며 히죽대고 웃었다. 유치장안에 수갑으로 결박한채 2시간이 넘게 방치했다.

       
      ▲ 경찰관의 유치인 조롱 장면을 재연한 합성 이미지 (자료=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다음날 오전 9시가 되자마자 면회를 하는데 어제밤 폭행당한후 이백윤, 박태수 두동지가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하며 단식을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면접 신청서를 달라고 해도 안주고 경찰청 인권보호센타에 전화하겠다고 요청했더니 수감자는 전화를 쓸수없다고 한단다.

    안경이 없는 박태수동지는 얼굴 한쪽이 부어있다. 일단 병원에가서 치료도 하고 진단서도 끊어야 하니 병원에 가는 것을 더 이상 거부하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나왔다.

    ‘내가 미쳤구나’

    서산경찰서 앞에서 돌아가며 1인시위를 하며 병원에가기 위해 나올 동지들을 기다리는데 12시가 넘어가니 대책없이 불안해진다. 9시에 면회하고 나오며 경찰에게 병원에는 보내달라고 했을 때 보내준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안나오고 있으면 뭔가 문제가 생긴거다. 확인해보니 병원에 이송되는 동안 수갑외에 포승줄까지 2중결박을 해야 한다고 해서 거부하고 싸우고 있단다.

    1인시위를 하며 경찰서 앞에 섰는데 심장이 펄럭인다. 킨텍스에서 기자회견후 일산경찰서에 연행되며 폭행당하고 ‘은갈치’에게 조롱당하고 나온것이 불과 2주 전이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당장 할 수 있는 성명서라도 써달라고, 일산경찰에는 은갈치가 있더니 서산경찰에는 양아치 같은 것들만 있다고, 이런 일이면 지역 노동자들이 벌떼같이 한걸음에 달려와 항의하고 때려 엎어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다고.

    그래서 서산경찰 앞과 대전도경 앞에서 일인시위만 하고 있다고, 하루 종일 정신없이 왼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찾으러 이주머니 저주머니 뒤지다 문득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보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람, 내가 미쳤구나!’

    바보같이 자꾸 눈물이 난다

    어디 두고보자 이를 갈아도 시원치 않은데 바보같이 눈물이 자꾸난다. 안에서 단식하면서도 소리지르며 기를 쓰고 싸우는 동지들 있는데 정신 똑바로 차리자.

    한나절을 싸워서 수갑만 하고 병원에 다녀온걸 확인하니 저녁 6시가 넘었다. 저녁 8시경 마지막으로 면회를 하는데 두동지모두 목이 다 쉬어있고 눈에 띄게 수척하다. 특히 안경이 없는 박태수는 더 힘들어 보인다.

    “박태수 동지 말대로 경찰이 폭행하다 망가뜨린 안경은 경찰에게 요구해서 투쟁을 해서 받아야 하는데……일단 안경 새로 사서 넣어줄 테니까 그만 고집부리고 안경 쓰자.”

       
      ▲ 이백윤 지회장과 박태수 조직부장은 수감 당시의 폭력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진행중이다 (사진=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낮에 면회할 때만해도 경찰이 사주기 전에는 안 쓴다고 버티더니 웃으며 그런단다. 밥 먹으라는 말도 못하면서 푹 자고 물 많이 먹으라고 체력의 안배도 해가며 싸워야 하니까 힘내라고 말하고 나오며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짬밥이 오래 돼서 유치장 안에서 수용자를 팰 때는 어느 구석에서 때리고 밟아야 CCTV에 안 걸리는 지도 알고 그걸 자랑하면서 때리는 경찰을 상대로 내 동지들이 단식을 하고 싸우는데 물 많이 먹고 힘내라니, 내일은 지역의 동지들이 한꺼번에 달려와서 우리가 응징하고 투쟁해서 사과 받아 낼 테니 구속된 동지들은 그저 자기 몸 하나 건강하게 잘 챙기라고, 그만 밥 먹으라고 말 못하고 나오는 발걸음에 설움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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