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의 문 열어 달라”
    By mywank
        2009년 04월 23일 0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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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이 23일 오전 청와대를 다시 찾았다. 이들은 지난 2월 4일에도 이곳을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한 바 있지만,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 처벌, 고인의 명예회복 등 그동안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날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와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의 손에는 항의서한이 다시 들려 있었다. 이들은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예정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회견을 뒤로 하고,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청와대로 달려갔다.

    청와대 다시 찾은 유족들

    유족들을 발견한 경찰은 황급히 길목을 가로막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에 바빴다. 유족들은 “우리는 당신들과 싸울 이유가 없다. 제발 대화의 문을 열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권명숙, 김영덕 씨는 답답함을 참지 못한 채, 울분을 터뜨렸다.

       
      ▲경찰이 길목을 가로막자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왼쪽)가 청와대 방향을 가리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현장에 청와대 관계자가 도착하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유족들 (사진=손기영 기자)  

    권명숙 = “없이 사는 것도 죄냐. 우리들은 항의서한만 전달하러 왔다. 왜 국민의 목소리를 막고 있냐. 우리나라 경찰은 이것밖에 안 되냐. 경찰은 우리들이 내는 세금을 먹고 살지 청와대가 주는 ‘밥’을 먹고 사냐.”

    김영덕 = “우리는 한 가정의 기둥을 잃었다. 철거민 5명이 죽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도 없다. 뭐가 두려워서 지금 공권력을 동원해 우리를 에워싸고 있냐. 계속 우리를 막고 항의서한을 받지 않으면, 내일 고인들의 시신을 들고 여기에 다시 나오겠다.”

    청와대 관계자, 뒤늦게 유족 찾아

    유족들과 경찰 간의 대치가 계속되자, 오전 11시 30분경 뒤늦게 청와대 관계자가 항의서한 접수를 위해 현장을 찾았다. 유족들은 “서한을 전달해도 대통령에게 가지 않고, 중간에 소각되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지난 2월 항의방문 때와 같은 불상사는 발생되지 않았다.

    서한 접수를 마친 이들은 정부종합청사 창성동 별관 앞으로 돌아와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위한 유가족 항의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권명숙 씨는 이날 청와대에 전달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유가족들의 공개서신’이라는 제목의 항의서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유족들이 기자회견 전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관계로, 이날 회견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40분가량 늦게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철거 전까지 우리 집과 가게는 가족들의 웃음과 희망이 자라던 곳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들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던 것은 단지 그런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우리가 지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재앙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 씩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미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원하는 건 평범한 일상"

    가진 것이 없는 저희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인가요. 아니면 저희들의 목소리가 닿기에 청와대 담장이 너무 높은 것인가요. 오늘 청와대까지 올 수 밖에 없었던 유가족들의 심경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당장 진심으로 사과하고 저희들의 요구를 수용하십시오.”

    이날 권명숙 씨와 함께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던 김영덕 씨도 “‘용산 참사’가 일어 난지 벌써 94일이 지났다”고 밝힌 뒤, 발언을 이어갔다.

    “저희는 비참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남편의 시신은 불에 탄 것도 모자라 머리가 두쪽으로 깨지기도 했는데, 이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어느 한 사람이라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합니까.

    오늘 항의서한을 전달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답변을 반드시 기다릴 것입니다. 만약 답변이 오지 않으면 남편의 시신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할 것입니다. 서한이 꼭 대통령에게 전달되어서, 대통령이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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