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vs 보수, 토박이 vs 이방인
    By 내막
        2009년 04월 23일 02:5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4·29 재보선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의 첫 번째 텔레비전 토론이 후보자 5명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오후 6시부터 울산MBC에서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장 정준금 교수의 사회로 방송됐다.

    토론은 후보자들의 소속정당과 정책의 기본이념을 기준으로 보면 한나라당 성향 2인(박대동, 김수헌), 진보정당 2인(김창현, 조승수), 중도성향 1인(김태선) 등 좌우 대칭형을 기본구도로 시작됐지만 사안에 따라 다이내믹한 변화를 나타내면서 다수가 참석한 토론회 치고 흥미진진한 풍경을 자아냈다.

    경제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조승수, 김창현, 김태선 후보 3인이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날카로운 칼날을 세운 반면 박대동 후보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세계경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힘 있는 여당후보론’을 말했고, 지역현안에 대한 토론에서는 조승수, 김수헌 후보의 현장밀착형 정책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를 재밌게 만든 일등공신은 의외로 무소속 김수헌 후보였다. 김 후보는 지역의 내밀한 현안이나 주요 후보자들의 개인 이력에 대해서 조사해오는 등 가장 꼼꼼한 준비를 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의 경우,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십자포화(?)로 쏟아지는 다양한 방식의 공격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점은 둘째치고 타 후보자에 대한 상호토론과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도 부실해 준비가 미흡했음을 드러냈다.


    영상제공=칼라TV

    박대동, 질문마다 함정에 푹∼ 푹∼
    박 후보는 우선 ‘외환은행 매각 및 구조조정 옹호 글에 대한 소신 변화 여부’를 묻는 김창현 후보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우량기업을 해외에 매각해도 되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진" 사람이 됐다.

    또한 박 후보의 본적지인 원지마을 노인정의 고질적인 문제점 그리고 강동해변 횟집 이용 여부 등에 대한 김수헌 후보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박 후보는 "30년 동안 고향에 발을 거의 대지 않아 고향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되었다.

    박 후보는 특히 사교육 정책이나 노인틀니의 건강보험 적용 문제에 대한 조승수 후보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하면서 졸지에 한나라당의 정책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소신이 맞지 않아 한나라당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박 후보는 더욱이 자신에게 주어진 5분의 소중한 공격시간 중에서 2분여를, 이날 낮에 이미 조승수 후보측에서 반박해 놓은 주제에 대해 어눌한 목소리로 질문하는데 사용해 토론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렇게 부실한 토론준비를 해놓고 나서 박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이날 토론에 대해 "풍랑의 물결이 안방까지 밀려오는데 한가한 이야기만 하지 않았나 자성해본다"는 자가당착에 가까운 총평을 남기기도 했다.

    조승수 "철거민들 망루 올라가고 싶어 갔나"

    조승수 후보에 대해서는 진보 분열의 책임을 묻는 김창현 후보와 김태선 후보의 질문이 있었다. 김태선 후보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을 던졌고, 김창현 후보는 "아직도 종북주의 문제 제기와 분당에 대해 후회가 없냐"는 질문을 날렸다.

    조 후보는 ‘일심회 사건’과 분당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고, 그 과정을 용산참사와 비교했다. "용산참사에서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간 것이 올라가고 싶어서 올라간 것은 아니다.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조 후보는 또한 "진보신당의 구성원들은 민주노동당을 창당한 주역들"이라며, "오히려 민주노동당에 남아있는 많은 분들이 뒤에 당에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볼펜 한 자루, 종이 한 자루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수헌 "한나라 단일화 제의하면 응할 수도"

    선거판세 초기 선두를 달리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수헌 후보에게는, 한나라당의 공천 문제와 완주 의지를 묻는 질문이 조승수 후보와 김태선 후보에 의해 제기됐다.

    김수헌 후보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이름과 성을 걸고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며, "(한나라당에서) 접촉이 온다면 단일화 의향은 있다. 다만 공정한 여론조사를 통해 북구주민이 누구를 국회의원 후보로 원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수헌 후보가 김창현 후보에게 제기한 질문도 눈길을 끌었다.

    김창현 "북구에 뼈를 묻겠다"

    김수헌 후보는 "김창현 후보는 동구청장을 역임했다. 그 부인이 뒤를 이어서 동구청장을 지냈으며, 민노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18대 총선에서는 남구에 출마했다. 이번에는 다시 김 후보 본인이 북구에 출마했다"고 말문을 떼고는 "두 분이 구청장까지 번갈아 지낸 동구는 완전히 버린 것인가. 혹시 이번 선거에서 잘못됐을 때 또 다른 구를 선택해 출마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김창현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키운 북구의 인물들이 모두 민주당과 진보신당으로 가서 대신해서 민노당의 대표선수로 나오게 됐다며, 자신은 앞으로 북구에 뼈를 묻겠다고 공언했고, "아내 이영순이 존경스럽다"는 말도 남겼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