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시민, ‘하이 서울페스티벌’ 점거
    경찰폭력, 1백여명 연행…부상자 속출
    By mywank
        2009년 05월 03일 02: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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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 2일, 서울은 촛불 전쟁중이었다. 촛불을 든 사람이면 모두 ‘현행범’이었다. 도심 어디에도 ‘촛불’들이 목소리를 외칠 공간은 없었다. 구호를 외쳐도, 피켓을 들어도, 노래를 불러도, 촛불만 들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촛불 1주년’ 행사는 경찰의 원천봉쇄와 폭력진압 속에서도, 그러나 타올랐다. 

    이명박 정권과 그들의 ‘폭력적 하수인’들인 경찰은 ‘촛불’만 보면 미치는 것 같았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은 돼도, 한때 이명박씨를 고개 숙이고 사과하게 만들었던, 그 촛불에 대한 기억과 재점화는 이 정권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고집을 보여준 하루였다. 정권은 촛불을 그 정도로 무서워했다.

    촛불만 보면 미치는 사람들

    경찰의 폭력 진압에 분노한 ‘촛불 시민’들은 이에 항의해 저녁 8시경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되던 ‘2009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행사장을 기습 점거했으며, 10여 분 뒤 주최 측은 페스티벌의 중단을 선언했다.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과 오세훈 작품의 ‘안티 촛불적’ 축제는 ‘촛불들’이 한때나마 1년 전의 그 자리를 ‘탈환’해 "명박 퇴진, 독재 타도"를 크게 외칠 수 있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명박과 함께 ‘촛불’의 공적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2일 저녁 ‘2009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열리던 서울시청 앞 광장을 점거한 ‘촛불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3일 자정 현재 10대 청소년들을 포함해 105명(서울지방경찰청 추산)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터넷 생중계 매체인 <커널뉴스>의 스탭인 임 아무개 씨가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이송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촛불 들면 모두 현행범

    촛불시민연석회의와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주최로 이날 오후에 열린 ‘촛불 1주년, 촛불행동의 날’ 및 범국민추모대회는 경찰의 봉쇄 속에 ‘약식’으로 진행되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일대에 161개 중대 1만 1,000여 명의 병력을 배치시키며 삼엄한 경비를 벌였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5시, 주최 측은 집회 장소를 서울역 광장 대신 역 대합실 입구로 옮겨 행사를 강행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2,000여명의 ‘촛불시민’들은 ‘촛불아 사랑해, MB OUT을 위한 촛불 1주년’이라고 적힌 노란색 풍선을 들고 있었다. 

       
      ▲경찰이 집회가 예정된 서울역 주변을 봉쇄하자, 한서정 촛불시민연석회의 공동대표(왼쪽)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2일 ‘촛불 1주년’ 문화제에 참가한 ‘촛불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조선일보와 사장 이름을 실명 거론한 바 있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연대사를 통해, “지금 경찰이 ‘촛불’들의 평화적인 집회를 봉쇄하고 있는데, MB 정부의 반민주적인 작태가 드러나고 있다”며 “촛불이 잦아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멸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멸방 얼마 남지 않았다

    수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대학생공동행동’ 대표(연세대)도 “촛불 1주년이 되면서,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며 “촛불의 성과는 지금과 같은 부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없이 우리가 촛불을 들고 싸울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촛불 1주년, 촛불행동의 날 투쟁선언문’을 통해 “한 줌도 안 되는 지배세력이 7천만 민중의 목줄을 겨냥하고 있는 오늘, 우리는 촛불 항쟁 1주기를 맞아 다시금 떨쳐 일어났다”며 “5월 광주의 정신을 촛불운동과 민중연대 전선에 복원하고자 노력할 것을, 숱한 민주열사들과 용산 철거민 열사들 앞에 엄숙히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시청역 출구를 막고 있는 전경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경찰은 시청역사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출입구까지 막으며,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사진=손기영 기자) 

    오후 5시 집회를 서둘러 마친 ‘촛불시민’들은 경찰의 봉쇄를 피해, 지하철을 타고 청계광장을 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내린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 있는 모든 출입구의 셔터를 내리고 전경들을 배치해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휴일을 맞아 시청 주변을 찾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이 시청 무정차 통과 요구했으나 거절"

    시청역의 한 관계자는 “경찰 측에서 시위대의 시청역 하차를 막기 위해, 무정차 통과를 요구했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이를 거절했다”며 “그러자 경찰이 병력을 동원해, 출입구를 모두 봉쇄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의 저지를 뚫고 시청역을 나온 ‘촛불시민’들은 청계광장 역시 봉쇄하자, ‘2009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던 태평로 일대로 행했다. 이곳에는 풍물패 행렬 등 ‘길놀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도로 진입을 시도하던 시민들과 이를 제지하는 주최 측 경호요원, 경찰과의 충돌이 발생되기도 했다.

       
      ▲태평로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명박퇴진, 독재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 손기영 기자 

    이들은 “명박퇴진, 독재타도”,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태평로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벌였으며, 한 ‘촛불시민’은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막지 않고, 촛불들의 행사는 왜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박 퇴진, 독재 타도"

    오후 8시 경 경찰이 태평로 일대에서 행진을 벌이던 ‘촛불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내자, 이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2009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장으로 행했으며, 얼마 뒤 광장과 무대 위를 기습 점거했다. 당황한 주최 측은 10여 분 뒤 행사를 급히 중단시켰다.

    이어 경찰은 이날 행사를 구경 온 시민들과 외국인들을 광장 밖으로 밀어낸 뒤, 행사장 조명을 모두 끈 채 대대적인 강제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광장과 무대 위에 있던 ‘촛불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으며, ‘미란다 원칙’도 체포 직전이 아닌 호송버스에 태우는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또 현장에 있던 중학교 2학년 학생과 <로이터통신> 사진기자까지 연행을 시도하며 빈축을 샀다.

       
      ▲한 ‘촛불시민’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에 연행되는 시민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시청 앞 광장 진압과정에서는 부상자도 많이 발생되었다. 무대 주변에서 현장을 중계하던 인터넷생중계 매체 <커널뉴스>의 임 아무개 씨가 진압을 벌이던 경찰들에 의해 넘어진 뒤, 이들의 군화 발에 밟혀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긴급 이송되었다. 또 진압에 항의하던 한 대학생 역시 경찰 방패에 맞아 이마 주변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모두 다 잡아" 마구잡이 연행

    오후 9시 경 경찰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있던 ‘촛불시민’들을 모두 광장 밖으로 밀어냈으며, 이중 500여 명은 명동 밀리오레 앞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곧 경찰들은 “다잡아, 모두 다 잡아”라고 외치며, 기습적으로 이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영문을 모른 채 연행되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일부 ‘시민’들이 명동 거리에 있던 보도블럭을 깨뜨려 경찰을 향해 던지면서 ‘투석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경찰은 병력을 추가로 보강한 뒤 오후 10시 20분 경 명동 일대에서 시위를 하고 있던 이들을 을지로 입구 쪽으로 밀어내며 해산시켰다. 하지만 이날 새벽까지 명동일대에서는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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