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면, 미네르바 없고 자전거 있고
        2009년 04월 21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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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의 판결이 무죄로 나왔다. 외국 언론이 미네르바 구속 사태를 보고 ‘희한한 뉴스’라고 평가했다는 이번 사건의 결말은 상식적인 선에서 마무리됐다. 미네르바 사건은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주요 언론 지면을 도배하게 한 사건이다.

    미네르바에게 이명박 정부 경제실정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이들도 있었다. 법원의 중요한 판결이 나왔지만,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언론도 자신이 쏟아낸 기사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냄비처럼 끓다가 정작 중요한 결과가 나왔을 때는 적당히 넘어가는 언론의 보도 태도는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미네르바 사건은 외국 언론처럼 ‘희한한 뉴스’라고 웃고 넘길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21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무죄>
    -국민일보 <"정상문 뭉칫돈은 청 공금">
    -동아일보 <"정상문, 청와대 공금 12억 빼돌렸다>
    -서울신문 <교통량 뻥튀기 도로 건설 타당성 재조사>
    -세계일보 <"북, 미사일 발사대 장착”>
    -조선일보 <"정상문씨, 청와대 예산 10억 횡령">
    -중앙일보 <‘인터넷 허위 글’ 공익 해칠 목적 없으면 무죄?>
    -한겨레 <‘미네르바’ 무죄…검찰 표적수사 ‘판정패’>
    -한국일보 <정상문, 청와대 공금 10억 빼돌려>

    미네르바 무죄 판결을 1면 머리기사로 전한 언론은 경향신문 한겨레 중앙일보 등 3개 신문사에 머물렀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보도 태도와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21일자 1면 <‘미네르바’ 무죄…검찰 표적수사 ‘판정패’>라는 기사에서 “공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렀던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1)씨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재판부는 ‘구체적 표현 방식에서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글을 게재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미네르바’ 무죄…검찰 표적수사 ‘판정패’"

       
      ▲ 한겨레 4월21일자 1면.  
     

    한겨레는 3면 <법원 ‘표현의 자유 침해’ 제동…’보복수사’ 비판 도마에>라는 기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공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받아 들여 진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과 반비례해 이름을 떨친 사이버 논객을 전격 구속해 표현의 자유 침해논란을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무죄>라는 기사에서 “검찰은 정부에 비판적인 네티즌을 무리하게 처벌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면 <‘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검 결국 무리한 수사>라는 기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전기통신기본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죄’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최대한 엄격히 해석한 것으로 풀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1면, 미네르바 사건과 여자 배우 드레스

       
      ▲ 중앙일보 4월21일자 1면.  
     

    중앙일보는 1면에 <‘인터넷 허위 글’ 공익 해칠 목적 없으면 무죄?>라는 머리기사 제목을 통단으로 깔았다. 그러나 중앙일보 1면 기사는 간결했다. 기사 첫머리도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와는 차이가 있었다.

    중앙일보는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었다면 허위 사실을 유포했더라도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되는 것일까”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미네르바 관련 기사 옆에 ‘더 뮤지컬 어워즈’ 행사에 참여한 여자 배우 6명의 드레스 모습을 사진기사로 담았다.

    동아일보 자매지인 신동아는 미네르바 오보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동아일보가 법원의  무죄 판결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동아일보 1면에는 미네르바 관련 기사가 없었다.

    이 대통령 자전거 예찬론 다음 날 동아일보 자전거 기획물

       
      ▲ 동아일보 4월21일자 1면.  
     

    대신 ‘자전거는 문화다’라는 문패가 달린 기획 기사가 1면에 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자전거 예찬론을 편 다음 날 동아일보가 자전거 기획물을 내보낸 점도 흥미롭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2년이면,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물줄기를 따라서 약 2000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이 만들어 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동아일보의 미네르바 관련 기사는 12면에 실렸다. 동아일보는 <"미네르바 글 고의성 없어" 1심 무죄>라는 기사에서 “인터넷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속 된 박모씨(31)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4월21일자 5면.  
     

    동아일보는 법원 판결이 1심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아직 끝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조선일보도 12면 <‘미네르바’ 무죄석방…"글 계속 쓰겠다">라는 기사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31)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검찰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법원의 판결에 대한 사실 전달에 주력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나란히 관련사설을 실었고, 중앙일보는 사설을 싣지 않았다. 조선과 동아는 닮은꼴 사설을 내보냈다.

    조선일보 "미네르바에 휘둘린 우리 사회의 수준이 더 문제" 

       
      ▲ 조선일보 4월21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미네르바에 휘둘린 우리 사회의 수준이 더 문제다>라는 사설에서 “수많은 경제학자·정부관료·언론인·경제 현업종사자들이 박씨 글의 허점과 거짓을 찾아내기는커녕,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했던 어느 좌파 경제학자처럼 그를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이라 모시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인터넷 유언비어를 걸러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엔 언제 또 제2의 미네르바, 제2의 광우병 사태 같은 수준 이하 일들이 다시 벌어지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동아일보도 사회 수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1심 무죄라고 ‘미네르바 현상’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는 사설에서 “미네르바 현상은 인터넷의 역기능과 함께 우리 사회가 선전선동에 얼마나 쉽게 휘둘릴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전기통신법 47조에 대한 판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상급심 판결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1심 무죄 판결은 미네르바 개인의 행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일 뿐인지 ‘미네르바 현상’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미네르바 입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 여당의 공감대"

       
      ▲ 한국일보 4월21일자 10면.  
     

    그러나 동아일보 주장과 달리 법원의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무리한 법적용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국일보는 10면 <다시 나는 미네르바…검찰 무리한 조준>이라는 기사에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무죄판결을 받음에 따라 검찰이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법원의 법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애초에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적지 않아 상급심에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에 착수해 9일 만에 그를 체포했다. 미네르바의 입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공감대 속에 검찰이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한 정황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3면 <‘표현의 자유’에 무리한 법적용 ‘제동’>이라는 기사에서 “법원의 무죄 선고는 ‘표현의 자유’라는 본질적 기본권 행사에 무리하게 형법 잣대를 들이댄 검찰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는 인터넷 문화의 특성을 무시한 채 게시물의 허위 여부를 일일이 가려 형사처벌할 경우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위축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검찰이나 일부 언론이나 헛소동 벌였던 꼴"

       
      ▲ 경향신문 4월21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이번 무죄선고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미네르바 구속사태는 일단락됐다”고 주장했다. 경향은 언론을 향해서도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경향신문은 <‘미네르바 무죄’는 사필귀정이다>라는 사설에서 “국익을 해쳤다며 경제난을 미네르바 탓으로 돌리려 했던 정부나, 긴급체포로 맞장구를 쳤던 검찰이나, 미네르바를 ‘가면 뒤에 숨은 범법자’로 몰아갔던 일부 언론들 모두가 헛소동을 벌였던 꼴”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재판절차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로 미네르바의 헛소동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 와중에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정부와 검찰은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제 반민주주의 광기를 해독하고, 쏠림을 치유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표현의 자유 중요성 알린 ‘미네르바 무죄’>라는 사설에서 “촛불집회와 미네르바 사태를 겪으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 실명제 강화 등 인터넷 공간 규제를 추진 중인 정부-여당으로서는 법과 정책을 면밀히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악성 댓글 단속 등을 명분 삼아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까지 단속·처벌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권한 남용이자 과잉 대응이라는 것을 법원이 알려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미네르바 무죄’, 당연한 판결이다>라는 사설에서 “당연한 결과가 새삼 돋보이는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비상식적인 통제와 압박이 끊이지 않은 탓일 것”이라며 “행정부가 법을 멋대로 휘둘러 국민의 입을 막으려 한다면, 온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그런 시도에 제동을 걸고 그 피해를 바로잡는 게 사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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