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은 간 데 없고 단일화만 나부껴
    By 내막
        2009년 04월 20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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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 재보선 투표일을 열흘 남겨둔 4월 19일, 이번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울산북구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시내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한산한 가운데 후보들의 유세차량들만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면서 거리를 누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의 핵심 이슈를 ‘경제살리기 선거’로, 야당들은 ‘MB정권 심판’으로 각각 설정했지만, 울산북구의 선거 이슈는 ‘단일화’ 한 가지였다.

       
    ▲ 4.29 재보선 울산북구 국회의원 선거에는 총 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사진=김경탁 기자)

    진보, 친박, 범한나라…단일화 이슈만 무성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와 진보신당연대회의 조승수 후보의 진보진영 후보단일화가 주요 이슈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일이지만, 이밖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보들 간의 단일화와 범한나라당 후보의 단일화 그리고 민주당 김태선 후보를 포함한 반MB연대 단일화까지, 울산 선거전을 좌우하고 있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단일화’였다.

    현재 울산북구 선거에 뛰고 있는 후보자는 총 6명. 한나라 박대동, 민주 김태선, 민노 김창현, 진보신당 조승수, 무소속 김수헌, 이광우 등이다.(이상 기호순)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수헌 후보와 이광우 후보 사이의 ‘친박 무소속 후보’ 단일화는 여론조사가 진행하던 와중에 양측의 의견충돌(?)로 인해 결국 무산되었다고 한다.

    지난 총선에 박사모의 지원으로 21%를 득표했던 최윤주 친박연대 울산시 대변인은 출마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박사모가 울산 북구에 본격적으로 지원을 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후보 확정 전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던 김수헌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후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4위로 밀려났고,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희태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등 중앙당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초반 분위기를 장악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으며, 인지도가 급속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진보진영 후보단일화가 되더라도 판세를 뒤집을 수 없도록 치고 나가겠다는 계획이고, 여차하면 김수헌 후보를 주저앉힐 수 있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진보 양당에서는 선거돌입 이전의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진보진영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이 차이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한편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단일화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고, 단물이 다 빠져버린 양당 단일화만으로는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 4.29재보선 울산북구 국회의원 선거의 플래카드. (사진=김경탁 기자)

    민노 하루 300여 명 유세지원

    19일 오전 호계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민노당 김창현 후보 선거사무실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캠프 관계자는 18~19일 이틀 간 하루평균 300여 명 이상의 당원들이 지원유세를 나온다고 밝혀 사무실의 분위기와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창현 캠프 관계자는 하루 300여 명에 달하는 당원들의 대규모 지원유세 동참에 대해 "한두 번 정도 세를 보여줄 필요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르르 몰려다니지 않고 요소요소를 공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다른 후보들의 캠프 관계자들도 길거리에서 한나라당과 민노당 운동원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후보캠프들은 민노당에서 평일에만 200명 이상이 지원유세를 다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승수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진보신당의 경우 18~19일 이틀간 하루 평균 100∼150명 정도의 당원이 지원유세를 나왔다고 하며, 최근 울산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양당 지도부는 주말(18~19일)에도 울산 지역 지원에 나섰다.

    반면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주말 지원인력을 인천 부평에 쏟아 부었다. 울산에선 이제 한 숨 돌려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대동 캠프에 따르면 주말에는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울산지역 정치인들과 탤런트 이서진, 가수 김흥국 등이 활동했다.

       
    ▲ 지난 4월13일 있었던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손을 잡고 있는 박대동 후보와 정몽준 최고위원. 지난 19일 한나라당은 정 최고위원을 제외한 지도부 전원을 인천 부평 선거구에 투입했다.     (사진=박대동 캠프 제공)

    총투표 무산 책임 논란

    민노당 울산광역시당 문군호 사무처장은 19일 오전 기자와 만나 자리에 앉자마자 지난 17일 민주노총 총투표가 최종 무산된 것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민주노총 총투표가 무산된 것은 진보신당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김창현 캠프의 또다른 관계자는 문 사무처장과 대화를 나누는 옆에서 큰 목소리로 "노회찬도 이제 썩었다. 다음에는 심상정이 썩을 순서"라고 혼잣말(?)을 했고, 큰소리에 놀라서 돌아보자 "기분 나쁘냐"고 묻기도 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7일 오후 회의에서 격론 끝에 "조직 내 다양한 이견"에 따라 총투표를 하지 않기로 결론 내린 바 있다.

    문군호 사무처장의 주장을 요약하면 총투표 무산이 17일 민노총 울산본부 회의에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공공연맹이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총투표 진행 반대에서 비롯됐는데 이들은 ‘친 진보신당’ 계열이고 따라서 총투표 무산은 진보신당의 사주(?)에 의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9일 오전 울산북구 선거지원에 나선 강기갑 민노당 대표도 지역 교회에서 마주친 김혜경 진보신당 고문(전 민노당 대표)에게 "골치가 아프다"며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김혜경 고문은 이날 오후 기자를 만나 이같이 전하면서 "강 대표에게 그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 따져 물었다"고 밝히고, "애초에 13~14일 또는 14~15일 총투표가 가능하다는 현대차 의견대로 했으면 됐을 것을 굳이 울산본부가 막아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민노당 쪽의 주장에 대해 조승수 후보도 "말도 안 된다. 현대자동차 지부가 우리 말을 듣나, 아니면 전교조나 공무원 노조가 우리 말을 듣나"라고 반문하며, "울산본부가 지금까지 민주노동당 편향적으로 일을 처리해온 것에서 비롯된 마지막 균열"이라고 일축했다.

       
      ▲ 4월19일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조승수 후보와 노옥희 선대본부장 (사진=진보신당 제공)

    ‘단일화’에 대한 양당의 동상이몽

    조승수 후보는 19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시한 확정’과 ‘제3기구를 통한 단일화 강제’를 김창현 후보에게 제안했고, 김창현 후보는 20일 "현실성 있는 여론조사로 후보단일화를 이루자"면서도 시한 확정과 제3기구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의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 단일화 시한 확정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갈리는 것은 단일화 효과에 대한 계산과 각 후보의 현재 지지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양쪽의 입장에 차이가 없지만 ‘셈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초반에 앞서나갔던 조승수 캠프 쪽에서는 김창현 캠프가 단일화 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것은 선거운동을 통해 지지도를 더 끌어올린 다음에 단일화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하면서, 단일화가 너무 늦어지면 효과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김창현 캠프 쪽에서는 조승수 캠프가 아예 단일화 의지가 없었다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면서, 단일화의 마지노선을 투표일 전 주말(24~25일경)쯤으로 상정하고 있다. 단일화만 되면 주말 유세로 충분히 대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민주당 "양측, 단일후보 되려는 열망은 있나"

    이와 관련 ‘개방적 반MB연대’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김태선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가 지금까지 질척거린 것은 조승수·김창현 두 후보 모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조 후보나 김 후보 모두 자신이 단일화 후보가 되겠다는 열망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태선 후보도 19일 오후 기자와 만나 "단일화가 되기는 하는 것이냐"고 물으며, "단일화가 안 되면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뻔한데, 이는 조·김 두 후보가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의 정진우 사무처장은 "우리 정치사에 거의 유일한 후보 단일화 케이스라 할 수 있는 2002년 노-몽 단일화 과정은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안 해보려고 계속 도망가는 것을 노무현 쪽이 모든 조건을 받아주면서 쫓아가서 결국 잡아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옆에서 볼 때 단일화가 잘 안 되는 것에 김창현 후보 쪽의 잘못이 더 큰 것 같지만, 조 후보도 지금까지와 같이 미적거리는 태도로는 단일화라는 대사를 성공시킬 수 없다"며, "단일화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정작 제기됐어야 하는 이명박 정권 심판 이슈는 잘 떠오르지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양쪽 생리 잘 알고 있다"

    정 사무처장은 또한 "울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기 때문에 조승수 후보나 김창현 후보 양쪽의 생리와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양쪽이 지역 정치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다가 공멸하는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원래 정치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마련인데, 양쪽이 모두 상대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경우 지역내 헤게모니를 완전히 빼앗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쪽 모두 차라리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후일을 도모하는 데 용이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 "아직까지 의구심과 희망이 반반이기는 하지만 점점 의심이 커진다"며, "이번 단일화 논의과정은 두 후보가 기층민중의 희망을 짊어지고 갈 수 있는 세력인지 아니면 권력의 불나방이지를 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선 "제발 단일화만 성사시켜달라"

    한편 정 사무처장은 "울산 북구의 주민 구성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진보진영 단일화 만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지난 총선에서 친박 후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윤두환 한나라당 후보가 압승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개략적으로 전체 가구의 30% 정도는 비 현대차 노동자로 추산된다"며, "지역내 호남표와 후보 개인의 연고 등의 결집력을 감안하면 단일화 없이 끝까지 갈 경우 10% 정도 득표를 기대하고 목표로 잡고 있다"며, ‘반MB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사무처장은 또한 진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김태선 후보 사퇴를 위해서는 전국단위의 ‘패키지딜'(인천 부평과 맞교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민노당 김창현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태선 후보는 "김창현 후보에게는 양보할 수 있고 조승수 후보에게는 양보할 수 없다는 식은 있을 수 없다"며, "누가 되든 관계없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해서라면 대승적으로 결단할 용의가 있다. 제발 단일화만 성사시켜달라"고 말했다.

       
      ▲ 4월19일 선거유세에 나선 민주당 김태선 후보.   (사진=김경탁 기자)

    한편 김태선 후보는 기자와 만나기 전날인 18일 "단일화 안됩니다. 이제 대안은 김태선입니다"라는 성명서를 냈다. 김 후보는 지난 13일과 15일 김창현, 조승수 후보에게 단일화 성사를 위한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18일자 성명서에서 김 후보는 "한 달 넘게 질질 끌던 민노당, 진보신당 간 단일화가 결국 무산되는 것 같다"며, "사소한 견해차이로 mb정권 심판이라는 유권자의 열망을 외면하고, 자기들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렇게 가면 선거는 하나마나 한나라당 후보가 거저 먹는다"며, "이제 이번 선거를 한나라당과 반mb연합의 선거구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구도로 바꿀 수밖에 없다. 대안은 민주당 김태선이다. 표를 몰아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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