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고소, 다음 타깃은 언론?
    By 내막
        2009년 04월 20일 09: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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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0일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그리고 인터넷언론사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16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3명을 추가로 고소했다. 이들은 모두 조선일보 사주의 이름을 거론했다. 조선일보사에 따르면 다음 고소대상은 언론사들이 될 전망이다.

    조선일보 "법적 책임 물을 것"

    조선일보사 관계자는 17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장자연 리스트 보도와 관련해 "자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모든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지금까지 고소했던 기준으로 보면 고소장을 받게 될 언론사에는 <레디앙>을 비롯해, <민중의 소리>, <미디어오늘>, <경향신문>, <뷰스앤뉴스>, <시민일보>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언론사들은 모두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의 ‘방사장’을 언급한 곳이다.

    조선일보는 17일자 신문 1면과 홈페이지 기사를 통해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 대표와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공동대표, 나영정 진보신당 대외협력실 국장 등 3명을 추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사는 "김성균 대표는 지난달 31일 본사 사옥 앞에서 가진 집회에서 ‘조선일보 특정 임원이 장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악마와 같은 사람이며, 장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저명인사 중 한 명’이라는 취지의 악의적인 발언"을 했다며,"일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들이 "지난 8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가두집회를 갖고, 조선일보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고,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성명서를 발표해 인터넷에 유포시킨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접대 받은 적 없다" vs "술자리에 모셨다" 진실은?

    기사에서 언급된 고소장에서 조선일보는 "본사 임원은 장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종걸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보 방 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고 그 후로 며칠 뒤에 스포츠조선 방 사장이 방문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의 "조선일보 고위 간부가 리스트에 들어있는데 발표를 안 하는 것이냐, 아니면 아직도 리스트에 들어있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강희락 경찰청장이 그렇다고 확인해주기도 했다.

    이날 강 청장은 "리스트에는 들어있는데,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을 양해해 달라.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 클리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을 못 드리고 있다"며, "유족 측에서 고소장도 냈고, 리스트에도 들어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민노당은 지난 14일 조선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일보는 강희락 경찰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이종걸 의원의 발언이나 강희락 청장 발언 모두 ‘사실의 적시’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조선일보사가 강희락 청장을 고소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 청장은 조선일보 고위간부가 고위 간부의 실명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민노당이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회견문이나 이수호 당 최공위원, 박승흡 대변인의 발언에서 ‘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조선일보의 역공에 대한 방어책으로 보인다.

    같은 날 국회 여성위에서 조선일보와 장자연 리스트 그리고 성매매 예방교육 필요성에 대해 발언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경우, <조선일보>가 인신공격성 사설을 쓰는 등 감정적 대응을 보이면서도 고소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김 의원이 ‘방’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난했던 나영정 국장 발언…기자회견문 때문?

    조선일보가 추가 고소사실을 밝히면서 특별히 언급한 김성균 언소주 대표의 경우 개별 발언에서 ‘악마와 같은 사람’ 등의 독창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함께 고소당한 진보신당 나영정 대외협력국장은 ‘방’을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고소대상에 포함된 독특한 케이스.

    진보신당 측에 따르면 나 국장은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니 조선일보 스스로 진실을 밝히라"는 수준의 발언밖에 하지 않았지만, 공동명의로 배포한 기자회견문에 이종걸 의원의 해당 발언이 포함된 것이 꼬투리로 잡힌 걸로 보인다.

    이는 이종걸 의원과 함께 고소당했던 이정희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조선일보의 고소 목적은 ‘방’이라는 글자를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조선, 무고죄 걸릴 수도"

    장자연 리스트와 조선일보의 관계에 대해 두 차례의 논평을 발표한 바 있는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17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선일보의 대범하지 못한 대응방식이 오히려 의심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 부대변인은 특히 조선일보사가 고소장에서 "본사 임원은 장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강희락 청장이나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통해 장자연 리스트에 "방 사장을 술자리에 모셨다"는 등의 문구가 있는 것이 확실해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고소장 남발로 인해 조선일보가 오히려 ‘무고죄’로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논평을 낸 정당 대변인은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 외에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과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 등 3명으로, 각각 두 차례씩 논평을 냈지만 진보신당을 빼고는 민주·민노 양당 논평에는 공히 ‘방’이 들어있지 않다. 

    조선일보의 울타리 

    한편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8일 <민중의 소리> 기고글을 통해 "한국에는 ‘아니면 말고’와 ‘명예훼손 불가’라는 두개의 보도 기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언론노조 홈페이지에도 게재된 이 기고글에서 최 위원장은 ‘방’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조선일보의 위협에 밀려 ‘방’을 언급하지 않는 "한겨레와 경향, 미디어오늘의 반성을 요구한다"고 밝혔고, 이후 경향신문과 미디어오늘은 ‘방’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 사회 전체, 특히 언론과 정당 등 힘이 있는 조직들이 모두 조선일보가 설정해놓은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평소의 기준이나 잣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가 표방한 방침이 이 시대의 ‘보도지침’이 돼버린 듯한 모양새다. 그렇지 않으면 동업자들의 미덕이 발휘된 ‘침묵의 카르텔’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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