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실을 직시하라"
        2009년 04월 20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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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금속노조 만도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쌍용차지부 투쟁문화제에 참석했다. 쌍용차 구조조정 투쟁소식은 금속노조 홍보물과 함께 다양한 언론으로부터 듣고 있었는데, 이날 참석한 많은 동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심각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노동자 내쫓는 데 혈안

    쌍용차 사태가 조합원들을 포함한 노동자들로 인해서 발생된 것처럼 정권과 상하이차 자본, 그리고 사측에 의해 본질이 호도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쌍용차를 중국 상하이 자본에게 넘기는 데 앞장선 것은 이 나라 정권이다.

    그 책임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태를 야기시킨 정권과 자본이 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쌍용차가 이용돼 국부가 유출되고 상당한 가치를 지닌 기술이 유출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쌍용차의 회생을 위한 인수희망업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사태를 책임져야 할 정권은 지원자금은 커녕 당사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해고를 방관하고 있다. 이윤과 기술을 착취한 상하이차는 나몰라라 하고 있고 사측과 채권단은 지원을 받기 위해 강력한 정리가 필요하다며 노동조합을 무시한 채 쌍용차를 일궈낸 노동자를 내쫓는데 혈안이다. 해외자본의 ‘먹튀’ 문제를 바라보는 정권의 시각과 입장에 심각한 의구심이 자리 잡지 않을 수 없다.

    97년 만도기계의 기억

    97년 12월 6일 흑자 상태에서 부도처리 되었던 만도기계(현 만도) 역시 해외자본에 의해 국부가 유출되었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당시 부도 이후 미국 투기자본인 로스차일드는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그룹 계열 내 알짜기업만을 인수한 뒤 차액만 남기고 만도기계를 재매각했다.

    과거 전국에 걸쳐 지역경제와 국민경제, 국가산업에 이바지했던 만도기계의 작금의 상황은 참담하다. 만도와 분리된 당시 계열사들이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표적 사례가 충남 아산의 위니아만도와 모딘이다. 위니아만도 역시 해외자본에게 매각되었는데 알다시피 최근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시키고 있으며, 회사 입장을 받지 않는다면 법정관리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노조에 협박을 하고 있다.

    과거 만도기계 흑자부도 이후 대주주는 기회만 되면 주식을 통한 이윤회수(감자, 배당)를 감행해 왔는데 ‘감자→주식매입선택권행사→감자→배당→주식매입선택권행사’라는 형태였다.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여 재산증식 기회를 주면서 대주주 이윤회수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한 형태였다. 국가 기간산업을 해외자본에게 넘겨 준 결과는 국부와 기술유출이며, 그 과정에서의 피해 당사자는 노동자와 가족들이었다.

    국민 절대다수가 노동자인데

    만도와 함께 지금의 쌍용차 사태는 해당 노동자들의 직접적 피해를 훨씬 넘어서는, 서민의 총체적인 고용불안으로 봉착될 것이 우려된다. 만도 매각 당시 종속되었던 협력업체 노동자, 지역의 인근 상인부터 관련되는 모든 노동자들은 시장성에 의한 동반적인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서민들의 돈이 서민경제를 살리는 법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서민의 혈액이다. 쌍용차가 평택에서 서민 경제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구성원이 노동자들이다. 쌍용차와 협력업체 노동자의 수는 평택시 인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쌍용차의 회생을 위해 노동자를 정리해고 한다는 것은 경기도를 살리기 위해 평택시를 행정구역에서 정리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 돼버린다. 자본을 위해서 노동자를 정리하겠다는 것이고, 재벌을 위해 서민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권과 자본의 대단한 오판이 된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방침은 난무, 투쟁은 현장이 알아서?

    한편 금속노조 만도지부 조합원인 나는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응해야 할 노동운동 현주소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금속노조가 과연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정책적인 사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주변 사람들도 많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금은 올 임단협 협상이 돌입돼 있는 상태다. 금속노조는 임단협 협상 이전부터 기존 임금과 단체협약이 저하되는 협상은 절대 하지 말라고 방침을 현장에 내려왔었다. 그런데도 그 방침에 걸맞는 투쟁은 현장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모순적 태도를 가져왔었다.

    그래놓고는 복지 부문의 축소와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에 의해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곳곳을 진단하고 지원하는 방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장단위에서 알아서 현실에 밀려 금속노조 방침을 지키지 못하고 ‘사고치고’ 정리되는 수순이 될 판이다.

    금속노조 정도라면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책임 있는 집행과 함께 투쟁이 필요할 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공문을 통한 몇 글자만으로 “임단협 결과가 저하되는 경우를 인정할 수 없다”고만 해버리고 그것을 현장이 알아서 하라면 도대체 구조조정 전쟁을 치르고 있는 조합원들이 어떻게 순순히 납득할 수 있을지 참으로 두렵다.

    현실을 직시해달라

    금속노조는 더 늦기 전에 현장에 직접 내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조합원들과 아이들, 가족들과 더욱 더 함께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대정부 투쟁을 계획하기에 앞서 원하청 현장조합원들과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가족들의 실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해당 기업의 주역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되찾는데 싸움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쌍용차에서 진행된 투쟁문화제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를 입과 몸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족들이 눈물로써 조합원 동지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해당 노동자, 관련 지역 노동자, 서민 시장의 정리해고”를 막아보려는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의 모순적 주장에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금속노조는 현실적인 대안제시와 지원책을 쏟아내야 한다. 국민과 함께 하는 대정부 투쟁 승리를 기획하기에 앞서 소속 조합원들의 현실 문제를 먼저 인식했으면 하는 생각이 깊게 든다. 투쟁할 동력을 모으는 것은 거기서부터다.

    * 이 글을 전국현장노동자회(http://nodong.nodong.net) 소식지 <주간노동운동동향> 2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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