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나라 대학등록금은 어느 정도일까?
        2009년 04월 16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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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값 등록금’으로 주목만 받고 청와대로 이사간 다음에는 슬그머니 입을 닫습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눈물의 집단삭발을 하던 대학생들은 연행됩니다. 그러면서 대학등록금이 또다시 인구에 회자됩니다. 머리를 깍은 한 학생의 미니 홈피는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정도 부담스러운지 다들 알고 있습니다. 현행 학자금대출의 문제점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이럴까요.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는 ‘OECD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OECD Indicators)’를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작년 9월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최신인 2008 OECD 교육지표입니다. 출처는 http://www.oecd.org/edu/eag2008 입니다. 다만, 거기에 나와 있는 재정 관련 수치들은 2005년도 데이터임을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8개 나라는 대학 수업료가 없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정부가 고등교육에 투여하는 재정이 GDP 대비 0.6%로, OECD와 EU 평균 1.1%의 절반 수준입니다. 반대로 민간이 부담하는 재정은 1.8%로, OECD 평균(0.4%)의 4.5배, EU 평균(0.2%)의 9배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정부가 낸 돈은 적고, 학생과 학부모가 갹출한 돈은 많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비용으로 환산해보겠습니다. 2008 OECD 교육지표에서 활용한 2005년 GDP가 810조 5천억 원이니, 정부는 약 4조 8천억 원을 부담하고 민간은 14조 5천억 원 정도를 낸 셈입니다.

    그런데 민간에는 사학재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학재단은 인색합니다. 2005년 고등교육의 재단들이 낸 전입금은 고작 1조 원입니다. 기부금 등까지 제하면, 학생과 학부모가 갹출한 재정은 약 10조 원입니다. 정부의 4조 8천억 원보다 2배 많습니다.

    이런 모양새는 OECD 국가 중에서 안 좋은 방향으로 2위권입니다. 정부가 내는 돈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적습니다. 민간이 부담하는 재정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여기까지는 웬만하면 다 압니다.

    대학의 수업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OECD 국가 중에서는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스웨덴이 무상입니다. 국공립 고등교육기관만 보면 체코, 폴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가 추가되어 총 8개 나라가 무상입니다.

       
      ▲ * A유형 고등교육기관: 4년제 일반대와 대학원
    ** 사립: 정부의존형과 독립형 두 종류가 있음.
    *** 한국의 PPP(구매력지수) 환율: 1달러당 788.9원

    미국달러의 구매력지수(PPP)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수업료는 3883달러, 사립대학은 7406달러입니다. 국립대학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3번째로 많고, 사립대학은 미국, 터키, 멕시코, 호주 다음으로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립대생은 78%로, 일본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합니다. 미국과 멕시코가 30% 수준, 터키는 8.1%, 호주는 2%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생 전체가 부담하는 등록금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OECD에는 4종류의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최악

    OECD는 고등교육 재정지원 형태를 가지고 국가들을 범주화합니다. 수업료가 많으냐 적으냐, 학생지원체계가 괜찮으냐 별로냐 등으로 4종류를 언급합니다.

    아무래도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제일 좋은 건 ‘수업료는 적고 학생지원은 괜찮은 그림’이지 않을까 합니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와 체코, 터키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 다음으로 반기는 건 ‘수업료는 적지만 학생지원은 별로인 나라’일 겁니다. 여기에는 폴란드,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포함됩니다.

    수업료가 많아도 여러 가지 혜택이 있으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예컨대 등록금이 600만 원이어도 장학금으로 400만 원을 받으면 실제 부담은 200만 원이니까요. 이처럼 ‘수업료는 많지만 학생지원이 괜찮은 나라’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네덜란드입니다.

    가장 안 좋은 건 ‘수업료도 많고 학생지원도 별로인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일본은 학생과 가정에 대한 공공보조금이나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에서 한국보다 낫습니다.

    곧, 우리나라는 그리 좋은 나라가 아닙니다. 그러니 앞으로 체코나 폴란드, 그리고 비OECD 국가 중에서는 칠레를 부러워해야 합니다.

    정부의 장학금, 가계지원, 학자금대출 지원은 OECD 평균의 1/10에도 못 미쳐

    우리나라의 학생지원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OECD 교육지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고등교육에서 GDP 대비 민간부문 공공보조금’ 비율입니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돈은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대학에 직접 주는 방식이 하나이고, 장학금․가계지원․학자금대출 등으로 학생이나 가정에 주는 방식이 또 다른 하나입니다.

    대학에 직접 주면 아무래도 수업료가 쌉니다. 학생에게 주면 수업료가 비싸도 지불할 능력이 생깁니다. ‘고등교육에서 GDP 대비 민간부문 공공보조금’ 비율이란 정부가 학생이나 가정에 주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우리나라는 0.018%입니다. OECD 평균(0.25%)의 1/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기타 민간부문에 대한 이전지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타 민간부문 이전지출을 제외하고, 장학금, 가계 지원, 학자금 대출 등 ‘학생에 대한 재정지원’만 주요 국가별로 산출하면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 [그림] GDP 대비 학생에 대한 공공재정 지원(2005년, %)

    우리나라는 0.02%로, OECD 평균(0.25%)과 거리가 상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그림에는 없지만, 비OECD 국가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브라질 0.1%, 칠레 0.19%, 에스토니아 0.08%, 슬로베니아 0.3%이거든요.

    물론 그림에서 위안을 찾는 분도 있을 겁니다. 폴란드(0.01%)보다 많아서 OECD 국가 중 꼴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를 역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폴란드는 국공립대학의 수업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지원이 적어도,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다른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컨대, 덴마크의 대학은 무상인데, 정부재정으로 학생 지원하는 비중이 왜 0.73%냐고 말입니다. 생활비 같은 걸 지원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에서 생활비 대출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약간 경우가 다른데, 프랑스의 학생 지원은 0.09%입니다. 이건 교육부 재원이 아니면 빠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주택수당입니다. 즉, 각종 수당이나 세금 감면분까지 합한 실제 공공재원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학금, 생활비 지원, 각종 수당, 세금 감면 등 학생의 혜택이 많지 않습니다. 연말정산하면서 교육비 소득공제받는 게 흔할 뿐입니다. 그것도 세금을 낼 정도로 소득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 말입니다. 아, 2005학년도 2학기부터 실시된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이 있긴 합니다.

    학자금 대출 이자율이 0%인 나라가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내는 학생 입장에서는 △등록금이 저렴하든가, △장학금을 많이 주든가, △학자금대출을 받되 이자율이 낮고 소득이 생겼을 경우에만 갚을 수 있든가 등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등록금 수준이 높을 경우에는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유용합니다. 그 중에서도 OECD는 저소득층에게 보다 효과가 있는 건 장학금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출은 중상위 소득의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덧붙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장학금이 학자금 대출보다 많습니다. OECD 평균으로 따지면 장학금이 100이고 학자금 대출이 75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는 약 100대 86의 비율입니다. 물론 학자금 대출이 장학금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호주,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등입니다.

    이자율은 어떨까요. 아래 표와 같습니다. 호주, 캐나다, 아이슬란드, 일본,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는 재학 중일 경우에는 명목이자율이 없습니다. 0%라는 말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이자율이 세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 * 0%: OECD 교육지표에는 ‘명목이자율 없음’으로 명시.
    ** 물가인상률: OECD 교육지표에는 ‘실질이자율 없음’으로 명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은 6% 후반대에서 7% 초반대입니다. 이번 학기는 7.8%입니다. 물론 정부가 이자지원을 하는 까닭에, 실제로 부담하는 이자율은 4%대(이번 학기 4.5%)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거치기간에만 해당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자율이 0%이거나 거의 없는 학자금대출이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군인 자녀, 농어촌 출신이나 저소득층 근로자 자녀 대학생은 이자율이 낮습니다. 정부의 ‘직접 대출’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자금대출의 이자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직접 대출을 늘려야 합니다. 한창 설립 중인 한국장학재단이 다음 달에 문을 열면, 일반 대학생에게도 직접 대출과 유사한 혜택이 많이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등록금 상한제나 후불제를 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교육단체나 시민사회단체는 등록금 문제의 해법으로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 등을 이야기합니다. 뜬끔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OECD 교육지표에서도 나라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한제는 ‘액수냐 비율이냐’에서 다르긴 하지만, 호주, 일본,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후불제는 소득연동상환(ICL, Income-Contingent Loan) 시스템으로 살펴보면, 호주,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하고 있습니다. 차등 책정은 OECD 교육지표에 나와 있지 않지만,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을 소득에 따라 다르게 한다면 차등책정과 동일한 효과라고 보면 됩니다.

    이상이 2008 OECD 교육지표에서 찾을 수 있는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물론 비교적 최신이라고는 하나 2005년 데이터라서 지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우리와 비교됩니다. 우리는 큰 대(大) 자를 사용하는 나라여서, ‘등록금 천만 원’의 사회인가 봅니다.

    높은 등록금의 문제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비용이면 등록금을 낮추든가 학생지원을 늘릴 수 있습니다. 올해 2009년 등록금은 총 12조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 중 사립대학과 정부가 장학금 등으로 지원하고 있는 돈이 2조 원을 넘습니다. 따라서 2조 원을 추가하면 등록금 부담이 1/3로 줄어들고, 4조 원을 추가하면 절반이 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는 올해 13.5조 원, 내년부터 25조 원 규모입니다.

    예산을 어느 곳에 쓰느냐의 문제는 국정철학입니다. 부자에게 혜택을 주느냐, 대학생의 부담을 주느냐 중에서 이명박 정부는 부자와 악수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던 대학생의 눈물은 차지하고라도, 그 분들이 애용하는 ‘국가경쟁력’을 생각한다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은데 말입니다.

    물론 등록금 인하나 부담 경감이 시장원리와 맞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대학은 설립자인 정부나 재단이 별로 재정을 투여하지 않습니다. 시간강사 등의 비정규직을 많이 쓰면서 임금도 절감합니다. 그러면서도 등록금은 비쌉니다. 쓰고 남은 돈도 생겨서 어디다 적립합니다. 비싼 등록금을 낸 학생들에게 뭔가 돌아오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시장주의자들의 표현을 빌린다면, ‘공급자’는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비싸게 팝니다. 당연히 꽤 남는데, 그건 어디 짱박아둡니다. 짭짤합니다. 비싸면 안 살 법도 한데, 대학은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위 일류대일수록 가격에 상관없이 학생이 몰립니다. 그리고 학교에 들어오면 이내 스펙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이만한 장사 없습니다. 어쩌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과 ‘비싸도 군소리 없는 소비자’가 만나는 매트릭스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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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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