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미대생, 왜 ‘눈물의 삭발’?
    By mywank
        2009년 04월 14일 03: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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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소속 각 대학 대표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당시 긴 생머리에 하이힐을 신은 단정한 모습으로 참석한 한아름 홍익대 총학생회장(회화학과 4학년)의 ‘눈물’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 한아름 씨 (사진=손기영 기자) 

    14일 오전 한대련 주최로 홍익대 앞에서 열린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이명박 심판을 위한 캠퍼스대장정’ 선포 회견에 참석한 한 씨는 삭발한 머리가 어색할 것도 같았지만, 모자도 눌러쓰지 않은 채 자신을 알아보는 학우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눈물의 삭발식’ 사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한 씨의 미니홈피에는 응원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14일 오후 현재 17,000여 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씨는 “감사드리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등록금 투쟁하는 데 힘이 날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씨는 지난 10일 삭발식 때의 심경을 밝히며 “당연히 쉬운 결정 아니었다”며 “그 때 머리가 길었는데, 한편으로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삭발식 중간에 등록금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머리 속을 스쳐갔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를 향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삭발한 머리를 가리키며 “예쁜 옷을 보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사고 싶은 평범한 여학생인데,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만들었다”며 “정부 등록금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관심과 거짓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한 씨와 나눈 인터뷰 전문.

    – 삭발을 하게 된 이유? 여학생으로서 힘든 결정이 아니었나?

    한아름= “당연히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당시 그 자리에는 저와 같은 여학생들도 많았는데, 그분들의 결정이 헛되지 않다는 생각에서 삭발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 때 머리가 길었는데, 한편으로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삭발한 제 모습을 본 부모님이 가슴 아파하시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중에는 제 결정을 지지해주셔서 고마웠다.”

       
      ▲삭발하기 전 한아름 씨의 모습 (사진=한아름 씨 미니홈피) 

    – 당시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한아름= “처음에는 담담하게 있으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삭발식 중간에 부의장이 ‘힘내라’는 이야기를 했고, 주변에서 등록금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머리 속을 스쳐갔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컥했다.

    그동안 길렀던 머리를 자르는 것도 아까웠고 자라면서 부모님이 제 터럭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저는 예쁜 옷을 보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사고 싶은 평범한 학생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

    –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이 공권력으로 진압되었는데, 그 때의 심경은?

    한아름= “청와대 앞 인도에서 평화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삭발식에 이어 마무리 발언이 진행되고 있을 때, 폭력적인 강제연행이 이뤄졌다. 집회도 아닌 평화적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모습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정말 민주주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지 의문이 든다. 당시 경찰은 ‘인도를 벗어났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했지만, 몇몇 참석자들의 발꿈치가 차도에 약간 걸쳐 있었고 현수막이 조금 나와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저희의 얼굴을 가격하고 목을 조르면서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이게 민주사회인가?”

    – 이명박 정부 등록금 정책의 문제점은?

    한아름= “등록금 문제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어떤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죽음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아무리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호소하고 부탁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명박 정부 등록금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관심과 거짓말이다. 지난 대선 전부터 말로는 ‘반값 등록금’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이행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 ‘눈물의 삭발식’ 이후,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한아름= “너무 감사드리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등록금 투쟁하는데 힘이 날 것 같다. 여대생들이 삭발을 했는데, 한 순간에 들끓다가 식어버리는 이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등록금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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