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밥 몇 술 덜어야
민주노총에 희망 생긴다”
    2009년 04월 14일 11: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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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선출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지금의 민주노총 구조는 이미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구조”라며 “우리 밥 몇 술 덜어야 민주노총에 희망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취임 직후 각종 매체를 통해 ‘사회연대’를 강조해온 임성규 위원장은 “민주노조운동 20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민주노총을 구성하는 조합원들이 이미 사회적 약자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며 “지도부가 아무리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 편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조합원들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사진=이은영 기자)

이어 임 위원장은 “직접임금의 일부를 사회적 간접임금으로 돌려야 한다. 기업임금노선에서 사회임금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사회연대전략의 구체적인 상을 밝혔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 선출제에 대해 임성규 위원장은 “위험한 요소가 있다 해서 직선제를 하지 못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며 “직선제를 성사시켜가는 과정이 혁신의 과정이고, 직선제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그 결과물이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울산북구 단일화에 관련해 “단일화하지 않으면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재확인했다. 또, 임 위원장은 “배타적 지지 방침은 이미 실효성이 떨어졌고, 사문화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 방침을 가지고 모든 사업을 결정하려고 하면 수많은 갈등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스스로에게 뿐 아니라 여러 정파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은 임성규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7일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인터뷰는 <레디앙> 이재영 기획위원이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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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론이야 언제나 있어 왔지만, 예전에는 위기다 아니다 서로 진단이 달랐던 데 비해 근래에는 위기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민주노총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자본주의 이윤축적구조가 팽창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는 87년을 맞았다. 당시 한국사회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주를 이뤘기에 결국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것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했다. 당시에는 끓어오르는 임금인상 투쟁이 민주화 투쟁과 동일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라오는 노동자 투쟁 폭발력과 투쟁력에 비해 노동운동의 미래를 위한 안전장치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즉, 임금인상 내지는 경제적 개량투쟁을 통해 노동자 투쟁 조직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90년대 중반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가 도래했고, 한국 역시 97년 IMF를 맞았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전술 전략은 이러한 경제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고, 노동운동은 임금인상투쟁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자본주의 허벅지에 빨대를 꽂은 노동운동

쉽게 말해 토실토실하게 살쪄 있는 자본주의의 허벅지에 빨대를 꽂아 그 잉여물을 빨아먹으며 성장해온 노동운동이, 자본주의 허벅지가 말라 더 이상 먹을 게 없게 되자, 오히려 자본이 노동으로부터 잉여물을 빨아먹으며 허벅지를 살찌우고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이러한 자본의 흡입력을 막지 못했다. 결국 자본주의의 위기가 도래한 90년대 중반 노동운동 내 조직적 방향 선회를 위한 전술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에서부터 노동운동의 위기가 온 것이다.

– 자본주의의 위기, 그로 인한 노동운동을 위기를 말할 수도 있지만, 노동운동 일반의 위기가 아닌 민주노총의 위기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민주노총 조합원의 80%가 대기업 소속이다. 다른 노동자에 비해 혜택을 독점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노동자 계급 내부에서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 아닌가?

= 민주노총이 철저하게 산별노조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면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과 책임이 커야겠지만 현재 민주노총의 구성은 기업별체계의 연상선상에 있다. 금속노조, 공공노조 등이 있지만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 전체를 대변하는 노동운동으로 성장했기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민주노총이기 때문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기업별노조운동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기업별노조체계에서 임금인상 투쟁과 기업복지 향상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결국 노동운동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 취임 전후 계속 대안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사회연대’다. 무슨 뜻인가?

= 특별한 게 아니다. 민주노총의 전신은 전노협이다. 87년 운동을 딛고 그 성과물로써 전노협이 탄생했다. 전노협부터 지금까지 소위 민주노조 운동의 핵심 키워드는 ‘사회적 약자들의 운동’이다.

문제는 20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민주노총을 구성하는 조합원들이 이미 사회적 약자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조합원들로 구성된 의사결정기구에서 지도부가 아무리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 편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확한 방향을 잡고 실제 사업을 배치하지 않으면 여전히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며 그 동안 민주노총이 가졌던 위기가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사건을, 기획되고 준비된 민주노총 파괴 공작이라 보는 시각도 있었으며, 민주노총의 위기에 함께 비판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갔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갈등을 빚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사회적 약자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반응들의 공통점은 모두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외부의 이러한 논란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사회연대’, ‘사회연대전략’, ‘사회연대노총’이란 표현을 썼다. 진짜 사회적 약자 편에서 역할을 해보자는 게 사회연대의 핵심이다.

   
  ▲ 임 위원장과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오른쪽) (사진=이은영 기자)

– 80년대 노동운동이 가지고 있던 철학, 사상, 이념으로의 회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몇 년 전에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서 제기한 사회연대적 노동운동론과 비슷하기도 하고. 권영길 1기 집행부 당시의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과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

= 과거의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은 선언적, 형식적이었다. 권영길 의원의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전노협 시절의 세제개혁 투쟁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투쟁이 계속 있었다면 운동의 위기가 오진 않았을 거다.

민주노동당이 내건 부유세 역시 어느 날 실종됐다. 이수호 위원장 시절, 무상의료 무상교육 투쟁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통과시키며 추진하려 했지만 실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한 설계도는 제출하지 않은 채 기둥만 두 개 세워 놓은 꼴이었다.

나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중요한 축이 되겠지만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실제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없다. 우리가 돈을 내고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보는 거다. 유상교육 유상의료다. 다만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그 동안의 사회연대운동이 재정대책도 없이 구호적인 주장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큰 그림 속에 기둥은 어디에 세울지, 문은 어디에 만들지 등 세부사항을 제출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실체적인 사회연대운동이 바로 ‘사회보장법’으로 통합될 것이다.

– 역대 지도부 모두가 그와 유사한 얘기를 했다. 하지만, 총파업할 때는 비정규직 문제를 내걸지만 대규모 단위노조의 임금협상이 끝나면, 비정규직 문제는 소리 없이 사라진다.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사회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총연맹이 연맹이나 단위노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이 준비돼 있는가?

지금의 민주노총에는 희망 없다

= 난제 중에 난제다. “사회연대운동을 위한 전선 형성을 위해 민주노총 내부 조직을 추스르고 혁신에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는 논리는 시작부터 실패라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의 민주노총 구조는 이미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정규직 노동자들도 사회적 압력을 받아야 한다.

그 첫 번째 도구가 바로 사회연대전략이다. 우리 밥 몇 술 덜어야 민주노총에 희망이 생긴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투쟁하지 마라, 정치투쟁만 하라”고 한다면 공허한 메아리만 될 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 라인엔 정규직 비정규직이 섞여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동차가 안 팔리고, 사측은 비용 감소를 위해 비정규직 축소를 단행한다. 이때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완충 역할을 하며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대다수의 정규직 노동자가 이러한 사실을 대략적으로 깨닫고 있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직접 지불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노동자들이 직접임금 요구를 줄이거나 적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직접임금의 일부를 사회적 간접임금으로 돌려야 한다. 즉, 기업임금노선에서 사회임금노선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설사 소득이 줄더라도 지출이 더 많이 줄게 되면 절대적으로 보유하는 수입은 많아진다. 이를 위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의료비를 감소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 감소가 뒤따라야 한다.

기업 직접임금 부담 줄여야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지금은 조합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본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스웨덴 사회는 많이 버는 사람과 적게 버는 사람의 소득 격차가 아주 작다(세후소득 및 복지수급 격차가 적다는 뜻-편집자 주). 호주는 의사보다 타일공의 임금이 훨씬 높다. 이러한 외국 사례를 우리가 널리 알리고, 소위 고소득층의 임금을 낮춰야 한다. 이들의 임금을 사회화시키며 이들에게 “내가 돈을 더 내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투명하게 집행된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그게 바로 사회연대전략이다.

– 보궐집행부는 다음 집행부의 성공적 창출을 위한 임시집행부 성격도 있는데, 다음에는 직선제로 집행부를 뽑아야 한다. 직선제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 직선제 자체가 혁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직선제를 성사시켜가는 과정이 혁신의 과정이고, 직선제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그 결과물이 혁신의 결과물이다.

지금 민주노총 주변에서는 직선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절대 다수다. 또 직선제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직선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 조직을 직선제를 통해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하는 점에서는 의구심 가는 부분도 있지만, 위험한 요소가 있다 해서 직선제를 하지 못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직선제 실행을 위해 모든 조합원의 명단을 중앙으로 모아내는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명부를 내놓지 않는 노조의 이유는 다양하다. 중앙의 정보 보안 능력에 대한 불신이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각 회사의 사번으로 조합원 여부를 특정 짓는다든지, 조합원들에게 고유번호를 지정하는 등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직선제를 위한 조직적 준비는 어느 정도 돼 있다. 금속노조나 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대부분의 산별노조에서 이미 직선제를 시행해 왔다. 이전 산별노조의 투표방식으로 하면 못할 이유가 없다. 명단을 중앙으로 모아내려 욕심내지 않고, 중앙통제방식으로 하지 않는다면 무리 없이 시행할 수 있다.

문제는 부정선거다. 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여러 사회단체들과 공명선거감시단을 구성하고 후보들에게 참관인을 조직해 모든 선거구에 내보내게 해야 한다. 이것 역시 사회연대전략과 맞물려 있다. 사회연대전략을 통해 지역별 사업장별 공정선거감시단을 구성하고, 조직 내부에서는 선거관리위원, 참관인 등을 둬 2중 3중의 부정선거 감시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또, 예비후보 제도를 만들어 사전 선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 시간 동안 예비후보들은 민주노총의 예비지도부와 같은 역할을 하며 선거활동을 하고, 청문회를 조직해 이들을 검증하는 기간으로 삼을 수도 있고, 조합원들은 예비후보들이 정식 후보가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배타적 지지 고집하면 갈등 발생

– 위원장께서는 “울산 북구 후보 간 단일화하지 않으면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는데, 울산본부 간부는 “민주노총 공식방침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 지금 단일화하기 위한 방법이 진행 중 아닌가. 어떻게 바뀐다고 해도 난 똑같다. 단일화되지 않으면 지지하지 않는다.

– 총연맹과 산하 조직 사이에 이견이 있는데, 이를 조정하기나 지시 감독할 수 있는 힘이 민주노총에게 있는가?

= 중앙의 방침이 많이 무너졌다. 민주노총의 위계질서는 중앙 방침의 수용에 의해 발현되는 것인데, 실효성을 잃은 중앙 방침은 이미 상당 부분 무너졌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중앙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는데 울산에서 지지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해서 제재할 수 없는 부분이다.

– 정갑득 통추위 위원장은 “배타적 지지 방침은 보수정당을 견제하는 유일한 마지노선이다. 이런 방침 하나가 무너지면 기본 조직 원리가 모두 무너진다”고 말했는데, 배타적 지지방침을 계속 가지고 간다는 뜻 같다. 동의하는가?

   
  

= 배타적 지지 방침은 이미 실효성이 떨어졌고, 사문화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고집하는 것도, 무너뜨리려는 것도 정파적이다. 배타적 지지 방침을 결정할 정도로 열기와 조직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다 무너졌다. 과거 그런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그 방침을 가지고 모든 사업을 결정하려고 하면 수많은 갈등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현실은 현실이고 원칙은 원칙이다.

다른 한편, 진보진영의 정당들에서 조합원이 벗어나는 자유를 주는 것은 맞지 않다.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민주노총을 상대로 하는 진보정당은 하나였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대답이다.

– 요즘 노동운동 안에서 정치세력화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몸 대고, 돈 댔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그런데 사실을 들춰보자면 세계 역사상 민주노총처럼 돈도, 사람도 적게 낸 노동조합도 없다. 그동안의 정치세력화 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노동조합은 돈을 대주고, 몸을 대준 거 외에 민주노동당을 발전시키는 에너지 노릇을 못했고, 당 발전에 기여하지도 못했다. 노동운동은 그대로였는데, 당은 노동운동과는 무관하게 급속히 발전해갔다.

양적으로나 당원 숫자로나 질적으로나 노동운동이 역할을 못했고, 당이 찢어지는 것을 보며 수수방관했다. 당이 갈라지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민주노동당이 갈라진 것에 대해 민주노총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 그럼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데, 어떤 계획이 있나?

= 당장 계획은 없다. 민주노총은 정치사업의 전략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은 진보정당과 정책적 협의만 볼 것이 아니라, 당과 구체적 협정서를 맺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는 사회 강령, 만약 민주노총이 3명의 의원을 당선시키면 어떻게 해야 하고, 10명을 당선시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섭하여 협정서를 맺어야 한다.

노회찬의 민주노총 비판 과하다

당원관리는 당이 하는 거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 민주노동당 당원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다니며 모두 그런 이야기를 했다. 결국 민주노총에 기댈 만큼 기댔는데 이제 필요 없게 되니 겉으로야 예의를 갖추겠지만 실질적인 조직이나 관리는 없다.

<레디앙>을 통해 경고했으면 좋겠다. 노회찬 대표가 당선되자마자 민주노총에 쓴 소리를 했는데 그것은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 진보신당이 민주노총을 거꾸로 망가뜨릴 수도 있다. 민주노총이 진보신당에 대해 ‘정체성이 없는 당, 강령은 있으나 실현시킬 수 없는 당’이라고 비판하면 아직 안 되는 것처럼, 쉽게 그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진보신당이 노동자를 기반으로 하는, 확고부동한 계급정당은 아니더라도 노동자를 기반으로 하는 당,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정당으로 실제 간다면, 그때 민주노총을 확실하게 비판하고, 거리를 둘 수는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는 양당 모두에 경고한다.

– 정갑득 민주노총 통추위 위원장이 “양당 통합 문제를 통추위에 전권 위임해달라”고 말했는데, 그런 아이디어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었나?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통합 정도로까지 나가려면 우선 양당 사이에 상당한 교감이 있어야 한다. 또, 양당만 주체가 될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 세력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 노동자가 중심 되는, 노동계급이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운동의 차원에서 진보정당 세력이 하나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힘을 써야 한다.

– 진보정치 세력 안의 정파는 민주노총 안의 정파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민주노총 안 정파 질서의 재편 필요성이라든지, 의견은 어떤가?

= 그런 것은 정파에서 해야 하는 일이지, 총연맹 위원장 몫은 아니다. 나는 정파를 기본적으로 인정한다. 정파가 진보진영에서 특히 노동자의 건강성을 지키고 확산시켜 내는, 대중조직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모든 정파가 노동조합을 통해서 이 사회의 변혁을 이루려고 하는 건 똑같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전선체로 생각하거나 활용만 하려는 정파도 있어, 시각차이가 있다. 그런 정파들이 자기 생각을 관철시키는 구조와 헤게모니를 가지려 하고, 이게 지나치게 많이 가면 패권주의가 되는 거다. 패권주의적 발상은 걷어내야 한다.

정파는, 순수하게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현장조합원과 부딪히면서 노동자 계급의식을 부양시키고, 조합원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열심히 하는 촉진역할 및 단결력을 제고시켜주는 토대로서의 역할을 구축하는 게 좋다. 그것을 넘어서서 패권적 발상으로 상대 조직을 비하하고 깨려한다면 결국 전체 대중운동을 힘들게 할 뿐이다.

‘전진’ 고집 이해 안 돼

   
  

현재, 정파들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무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정파조직의 영향을 받는 대중조직이 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문제는 정파의 집행부인지, 민주노총 대중조직의 집행부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건 좋지 않다. 이것이 바로 민주노총의 위기다. 성폭력 건 때문에 확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안고 있던 문제가 터진 거다.

각 정파에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들의 혁신프로그램이 뭐냐, 실제로 혁신하려는 진정성이 있느냐 의문이 든다.

‘전진’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전진’ 1기 의장을 했었고, 지금은 탈퇴하긴 했지만 ‘전진’의 정파적 활동방식을 다른 정파보다 훨씬 모범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적어도 운동에 헌신하는 정파를 만들고 싶었는데, 정작 회원들은 그런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대다수 회원들은 건강하지만, ‘전진’을 이끄는 지도부 몇몇은 자기 고집을 관철시키려 한다.

‘전진’은 실효성을 상실한 조직일지도 모르겠다. 중앙파에 눌려 있던 다른 조직들도 변화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걸 고집하고 있는 건 이해가 안 된다.

– 서노협, 전노협 시절 사람들 모임을 추진한다고 하던데?

= 87년 세대들, 한 번 보려고 한다. 현재의 위기상황은 노동자들을 다시 저임금 장시간노동으로 돌리고 있다. 87년 노동운동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조건을 깨고 나가는 것이었다. 여러 현장에서 처음 노조를 만든 경험들, 2009년 현재 시점에서 87년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물론 87년 세대들이 상당히 우경화됐거나, 노동운동의 언저리를 벗어나서 다른 길을 간 사람도 많지만 아직 운동의 언저리에서 나름대로 얽혀있는 사람들은 87년에 대한 기억과 추억과 감수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떻게 그런 내용이 조직 내에 녹아 들어가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도 모으고 다양한 루트를 만들기 위해서 모임을 가지려 한다.

– 임기가 정확하게 얼마나 되나? 앞으로 임기동안 무엇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할 것인지?

= 정확하게 9개월이다. 나는 긴 임기라고 생각한다. 우선순위를 뭐로 할 거냐고 묻는 건 우문이다. 민주노총은 총체적으로 여러 개의 문제가 있다. 일정하게 질서를 가진 사람들이 집단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할 때, 맨 앞줄에 있는 사람들이 남들과 발을 맞춰 걸어가느냐 먼저 걸어가느냐의 문제지 우선순위가 있을 수 없다.

다만 9개월 동안 무엇을 할 것이냐, 민주노총이 회복가능 한 상태까지 끌어올리는 것에 욕심을 내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당장에 떨어져 있는 사업을 안 할 수가 없다. 비정규직 개악법이 국회 상정돼 있고, 한나라당 대표는 반드시 4월 중에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자정책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부지런히 일하며 비판해달라

매일매일 닥치는 일을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갈 것이냐, 내일을 생각하면서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아 가느냐, 목적의식에 맞춰서 배치하려고 하는 것이지 우선순위는 없다.

5.1절 하나도 매년 있었던 5.1절처럼 그렇게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5.1절을 4월에서 6월로 가는 노동운동의 통과지점으로 만들고 이에 걸맞게 치루는 것. 그리고 그 이후 결과물을 통해 향후 노동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구체적 전략과 진술을 펼치는 것이 민주노총의 중요한 사업이다.

– 마지막 정리 말씀 부탁드린다.

=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욕심이 없을 수 없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을 맡았으니 그런 걸 버릴 수밖에 없다.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지금까지 느낀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들 민주노총이 혁신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달라지고 있지 않다. ‘버릴 민주노총’이 아니라면 앞선 간부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진짜로 진정성을 가지고, 자기가 처해 있는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극대화시키고, 부지런하게 활동하면서 비판할 것은 비판했으면 좋겠다. 자기는 스스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면서 말로만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에는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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