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의 비뚤어진 교육관
    2009년 04월 14일 09: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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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KBS 앞에서는 <추적60분>을 성토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추적60분>이 교육개혁 특집 시리즈를 마련하고, 지난 3월 말에 첫 방송을 했는데 그 내용이 사교육 홍보 방송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그 방송의 부제는 ‘이래서 사교육이다’였다. 처음엔 돈 수백만 원을 물 쓰듯이 쓰는 강남 엄마들의 사교육 실태를 보여줬다. 그리고 명문대 입학생들이 사교육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 현재 외고 3학년을 자녀로 둔 최 모씨의 지출비를 봤더니 매달 270~330만원이 들어가고 있었다(위). 한 학부모는 인터뷰 도중 "공부얘기는 잘 안하죠.  절대 안해요. 왜냐면 모든 걸 다 알려줘야 되니까"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학부모는 "이미 물건너간 선생은 던져져도 절대로 유명한 선생님은 소개 안시켜줘요"라고 했다. (사진=3월 13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중에서)

그리고 스타 사교육 강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하는지도 소상히 그려졌다. 스타 강사 한 명당 여러 명의 연구원이 달라붙어 치열하게 연구하는 모습은 분명히 홍보라 할 만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이어졌다. 사교육 강사들이 확실히 강의를 잘 한다는 것이다. 공교육의 문제를 성토하는 교사 출신 사교육 강사들의 고백도 이어졌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무사안일하며, 그들을 열심히 뛰게 할 유인도 없다는 얘기였다. 학생을 위한 수준별 교육도 학원에서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사교육의 강점과 공교육의 무기력함을 지적한 후 나온 결론은 ‘공교육을 강화하자’였다.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으니,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 그 방법론으로 학생을 위한 학습환경 갖추기와, 교사의 능력향상을 위한 보상체계 및 평가시스템 확충을 제시했다. 맨 마지막 결론은 이것이었다. ‘교사들의 변화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정부처럼 비뚤어진 교육관

시민단체들은 이 프로그램이 사교육의 강점을 나열한 것을 두고 사교육 홍보 방송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것도 맞는 지적이기는 하다.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공부를 더 잘 시킨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굳이 그것을 ‘추적’해서 ‘60’분이나 공중파로 살포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수준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사교육 홍보 부분이야 앞으로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공교육이나 대안교육 쪽으로 소재가 넘어가면 자연해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근본적인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추적60분> 교육개혁 특집 시리즈는 한국 교육에 대한 폭격이 될 것이다.

   
  ▲ 사진=3월 13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중에서

<추적60분>은 근본적으로 교육관이 황당하다. 그런 교육관으로 교육문제를 논해선 안 된다. 이 프로그램의 교육관은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교육관과 같다. 그러므로 해법도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면서 실제로는 공교육을 파괴하고 사교육비를 더 늘리는 황당한 해법들 말이다.

공교육이 사교육 기관처럼 교육 수요자들에게 만족을 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공교육 현장이 변해야 하고, 결정적으로 교사가 변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이런 사고방식이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것이다. <추적60분>은 그런 사고방식을 정부의 나팔수처럼 공중파를 통해 살포했다.

공교육이 사교육 기관처럼 수요자들에게 만족을 주면 어떻게 될까? 이 땅에서 교육이 사라진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교육이 아니라 입시교육이기 때문이다. 학교도 사라진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니까. 교사도 사라진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교사가 아니라 강사니까.

학교는 수요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즉, 정상적인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교사를 강사화하고 교육을 말살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것이 <추적60>분이 결론으로 제시한 ‘교사의 능력향상을 위한 보상체계 및 평가시스템 확충’이다. 즉, 성과급 차등지급과 교원평가다.

공교육 정상화, 절대로 안 된다

이런 것이 바로 공교육 정상화다. 더욱 확고히 ‘정상화’하기 위해 단위 학교 자율경영이 추진된다. 그것이 노무현 정부의 개방형 자율학교, 혹은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같은 것들이다. 각 학교더러 학원처럼 자율운영하라는 소리다.

이렇게 해서 국가의 교육이 말살될 경우, 소비자는 만족을 얻게 되고 사교육비가 줄어들게 될까? 천만에!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학원이 아니라 1류대 입학이다. 학원은 그것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학교가 다 학원으로 변했다고 치자. 전국의 모든 아이들을 다 1류대에 보내줄 수 있나?

전 국민이 학원식 교육을 모두 받게 되는 순간, 그것의 도구로서의 효용성은 사라진다. 1류대 입학은 어차피 경쟁에 이긴 소수만의 몫이다. 그러므로 공교육이 어떻게 되건 말건, 교사들이 강사가 되건 말건, 소수가 되기 위한 특별 사교육은 영원하다. <추적60분>식 사고방식은 나라교육만 말아먹고, 사교육비는 하나도 줄이지 못하는 망상이다.

   
  ▲ 사진=3월 13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중에서

‘교사들의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던 말건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런 표현은 무지한 소비자들을 선동해 교사집단에 대한 마녀사냥을 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이미 써먹고 있는 전술이다. 그들은 이런 전술을 통해 국민과 교사를 이간질하고 전교조를 무력화했다. <추적60>분이 그것을 재현한 것이다.

한국 사교육비 문제는 공교육이나, 교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사교육비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오직 하나, 입시경쟁 때문이다. 입시경쟁을 교사가 만들었나? 교사가 마음 고쳐먹으면 입시경쟁이 사라지나? 교사와 사교육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입시경쟁이 발생하는 구조를 조명하지 않고, 공교육이나 교사를 탓하는 것으론 어떤 의미 있는 결론도 도출해낼 수 없다.

입시경쟁은 학교서열체제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국가는 공교육이나 탓하고 있고, 공중파 프로그램도 공교육을 탓하고 있고, 국민들도 공교육을 탓하고 있으니 한국 교육이 지금처럼 붕괴해가는 것은 당연하다. <추적60분>이 성의 있게 마련한 프로그램은 한국 교육이 왜 이 지경까지를 왔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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