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차 리스트, 언론도 연루됐나
        2009년 04월 14일 09: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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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14일 국민일보 1면.

    ‘박연차 리스트’가 연일 아침신문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우선, ‘죽은 권력’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두다.
    “법률적으로 지금 문제의 핵심은 2가지다. 하나는 박 회장이 정(상문)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100달러짜리를 100장씩 묶은 다발 100개를 배달한 것이 노 전 대통령 요청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권(양숙) 여사의 부탁 때문이었는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100만 달러가 어디에 쓰였는가 하는 점”이다(조선 사설<‘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변호사 노무현’으로>).

    또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 정부 역시 화두다.
    살아있는 권력인 여권 핵심부에 대한 지지부진한 수사를 보노라면 정권교체에 따른 보복 수사 논란을 자초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개국 공신’이라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출국금지했으나 그뿐이다.…이런 마당에 검찰이 수사를 멈칫거린다면 천 회장이 대선 때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빌려줬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될 공산이 크다”(경향 사설<짙어가는 여권 로비 의혹 끝내 외면하는가>.

    그러나 신문을 유심히 꼼꼼히 살펴야 볼 수 있는 화두도 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방송특보단장을 맡았던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차례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국민 1면 <양휘부씨도 박연차 돈 받아>.
    현재 검찰은 양 사장 이외에도 언론사 간부들 조사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현 정부에 들이대던 비판의 칼날을 언론이 자신에게도 겨눌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14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머리기사는 검찰발 기사가 대다수였다.

    경향신문<권 여사 13억 말못할 사정있나/천신일 연루 의혹 수사제자리>
    국민일보 <권찬호 씨 시애틀 총영사 소환조사>
    동아일보 <“노, 아들 줘야 하니 돈 보내달라 전화”>
    서울신문 <박연차와 오늘 3자 대질>
    세계일보 <청와대 10여차례 방문했다>
    조선일보 <검찰 “노 600만불, 박연차 특혜 대가”>
    중앙일보 <아시아 통화기금 출범 앞당겨라>
    한겨레 <“연철호씨 투자사 지분 노건호씨도 소유”>
    한국일보 <“노, 6월29일까지 돈 준비해달라 요청”>

    국민 "박연차 금품로비 의혹, 언론계로도 확산 전망"

       
      ▲ 4월14일 국민일보 3면.  
     

    국민 1면 단독 기사<양휘부씨도 박연차 돈 받아>에 따르면, “2007년 대선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방송특보단장을 맡았던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차례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박 회장은 지역방송국 사장을 지낸 K씨 등에게도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금품로비 의혹은 언론계로도 확산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국민은 이 기사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3일 박 회장이 양 사장 등 언론사 간부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양 사장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금품의 규모와 시기 등을 확인한 뒤 배임수재 혐의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검토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창원방송 총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기관모임 등을 통해 박 회장을 알게 됐다”며 “당시 박 회장에게서 몇 차례 돈을 받았지만 출마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고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해명했다.

    지역 언론인들도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위 기사에서 양 사장은 “K씨 등 당시 지역언론인들도 박 회장에게서 용돈을 받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K씨는 “박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금품은 받지 않았다”고 부인해 공방이 일 전망이다.

    또 유력 일간지 2명도 금품을 수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은 3면 기사<‘박연차 리스트’ 증식중>에서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박연차발 폭풍’은 참여정부 참모진을 지나 현 정부 핵심인사와 언론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정치부장 출신의 유력 일간지 언론인 2명도 금품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조선 "근거 없는 ‘장자연 리스트’만 확대 재생산돼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

       
      ▲ 4월14일 조선일보 10면.  
     

    ‘박연차 리스트’ 뿐만 아니라 ‘장자연 리스트’도 언론과 관련돼 쟁점이 되고 있다. 조선은 10면 기사<검찰 ‘장자연 사건’ 본지 명예훼손 고소 형사1부 배당>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조선일보사가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특정 임원이 ‘장자연씨 사건’에 관련된 것처럼 공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형사고소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이사에 대한 수사를 형사1부(부장 이창재)에 배당했다고 13일 밝혔다”며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 수사를 형사1부 이정호 검사에게 맡겨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같은 면에 <장자연씨 소속 김대표 일에 신병 인도요청 접수>, <‘장자연 문건’ 유장호씨 배후 수사 왜 안하나>라는 기사를 나란히 실었다. 특히 <‘장자연 문건’ 유장호씨 배후 수사 왜 안하나>에는 조선이 경찰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듯한 내용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조선은 위 기사에서 “지난 9일 유씨를 불구속 입건했지만 유씨가 문건 작성에 개입한 목적과 경위, 주변의 배후 인물 등 어느 하나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근거 없는 ‘장자연 리스트’만 확대 재생산돼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유씨의 재력 등)이런 정황을 보면 유씨가 기획사를 차리고 운영하는 과정에 재력을 갖춘 ‘제3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이런 의혹을 밝히고 유씨나 유씨 주변 인물이 ‘장자연 문건’의 작성과 유출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 출입 기자들 유행어 "확인해 줄 수 없다" 왜?

    그러나 여전히 경찰 수사는 ‘거북이 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가 경찰 속내를 들여다 봤다. 동아 30면 김윤종 사회부 기자의 기자칼럼<경찰, 장자연 사건 모르쇠 일관… 말 못할 사정있나>에서다.

    탤런트 장자연 씨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 기자실에는 최근 유행어 하나가 생겼다. 기자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물어보면 농담조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달 7일 장 씨가 자살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경찰은 수사 관련 의문점에 대해 “수사 진행 중인 사항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반복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10시 반 브리핑에서도 ‘유행어’만 남발됐다. “수사 대상자인 언론사 대표 3명을 조사했나” “수사 결과 발표는 언제인가” 등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지만 경찰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 경찰은 외부의 지적에 귀를 닫고 있다. 오히려 경찰 내부에서 “경찰 체면상 몇 놈만 팰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등 ‘바퀴벌레 이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싱크대 뒤에 바퀴벌레가 있는 것을 알지만 싱크대를 뜯어내 박멸하지 않고 한 마리 튀어나오면 그것만 잡듯 한두 명만 본보기로 사법처리한 뒤 사건을 종결할 것이란 얘기다. 경찰은 곧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그러나 지금 상태라면 수사 결과를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신문계 뿐만 아니라 방송계도 사회적인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다. MBC 신경민 앵커의 교체가 화두였다. 대다수 신문이 단신으로 (동아 13면 1단, 중앙 35면 1단, 국민 6면 2단, 서울 8면 2단, 세계 11면 2단, 한국 14면 3단)처리한 가운데, 경향과 한겨레 신문이 복수의 칼럼과 기사(1면 기사 포함)를 배치했다. 특히 한겨레가 3면 전면에 신경민 앵커 교체 뉴스를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한겨레 3면 전면 편집, 신경민 앵커 교체 ‘주목’

       
      ▲ 4월14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3면 기사<권력외압? 눈치보기?…‘할 말 해온’ MBC의 입 중도하차>에 따르면, “<문화방송> 경영진이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를 최종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경쟁력 강화’다. 엄기영 사장은 13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그럴 만해 보인다.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올해 들어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의 메인 뉴스에 비해 계속 뒤처졌다. 올해 1분기 문화방송 광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가 빠졌다. 다른 지상파에 견줘 감소 폭이 더 크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 기자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앵커 교체를 정당화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문화방송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김주만 간사는 ‘엄기영 사장이 앵커를 할 때도 시청률이 5~6% 나왔을 때가 꽤 있었고, 광고 매출과 시청률 간의 상관관계도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신 앵커의 발언이 편파적이었을까? 한겨레 3면 기사<사회현안 소신 코멘트…기득권 세력 비판 많아>에 나온 교수들의 지적은 이렇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앵커 멘트는 당연히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더구나 사실 왜곡이 아니고 전문 직업인인 저널리스트로서 사회, 정치에 대한 의견을 표현한 것인데, 이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신 앵커 발언은 대단한 편파 발언도 아니었으며, 우리 사회는 이 발언을 얼마든지 배척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는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과, 정부의 과오나 정책에 대한 비판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근 광운대 교수(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앵커의 말 한마디는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따라서 기자의 보도 내용보다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경민 앵커 당사자의 평가는 어떨까. 경향 2면 인터뷰 기사<신경민 앵커 “기자들 무릎 꿇리는 경영 타개책 무의미”>에서 신 앵커는 교체배경으로 “지난 연말부터 앵커의 컬러(색채)가 강해 뉴스개편의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최근에는 뉴스의 경쟁력과 경영 위기 얘기를 꺼냈다. 결국 경영위기의 저변에 있는 정치적 압력을 피할 수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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